2020년 11월 말. 지금 이곳은 기온이 뚝 떨어져 영하의 날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대로 독감이 유행하는 겨울 초입에 코로나19는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2단계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지방도시인 서산도 연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걱정이 많습니다. 자유와 물질적 풍요의 시대는 이제 전례 없는 기후 변화와 바이러스를 마주하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네 아우 소돔의 죄악은 이러하니 그와 그의 딸들에게 교만함과 음식물의 풍족함과 태평함이 있음이며, 또 그가 가난하고 궁핍한 자
가을의 마지막 끝자락을 부여잡고 여행길에 나섰다.첫날 기착지는 경북 청송군. 어둠이 까리는 늦은 저녁 시간임에도 주산지를 찾았다. 어둠 속에 짙게 깔리기 시작하는 산 그림자는 밤을 서둘러 불렀다. 쌀쌀한 산속 기운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하루의 숙박을 위해 청송읍으로 들어섰다. 예약도 없이 찾은 터라 읍내를 한 바퀴 돌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작다. 이곳도 코로나19 탓인지 거리는 한산하고 오가는 사람들도 뜸했다.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 국밥 한 그릇을 먹자고 찾아 나선 끝에 노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을 만났다
팬데믹으로 공연장 중심의 문화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오랜만에 찾은 영화관은 예전 풍경이 아니었다. 관객도 눈에 띄게 줄었지만 좌석간 거리두기로 전체 좌석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일시적으로 완화됐을 때 영화관을 찾았다. 최근 대중 뿐만 아니라 과학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영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2014년 ‘인터스텔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대중에게 과감하게 꺼냈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이번에도 관객을 과학의 세계로 초대했다. 놀런의 영화는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8.15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 서산 지역에서 개인의 자격으로, 일부에서는 단체로 참가했다. 문제는 수도권발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이르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집단감염이 32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광화문 집회에는 이 교회 교인들도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충남도의 경우 사랑제일교회 관련자의 양성률이 22%에 달한다. 더구나 이들중 일부는 검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개인이 소신을 가지고 정치활동의 하나인 집회는 헌법에 있듯이 보장되어야한다.
손자병법의 “손무”(孫武)는 장수를 세 부류로 나누었습니다. 용장(勇將), 지장(智將), 그리고 덕장(德將)입니다. ‘용장’은 항상 “나를 따르라!”하는 외침과 함께 군사들을 진두 지휘하는 용맹함과 추진력을 갖춘 지도자입니다. 두둑한 뱃심과 뼈 속 깊은 곳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강인함으로 사람들을 압도하는 “남성적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입니다. ‘지장’은 뛰어난 지략과 견문을 갖춘 전략가형 장수입니다.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고 날카로운 식별력과 통찰력으로 부하들을 통솔하는 지적 능력의 소유자입니다. 그리고 ‘덕장’은 따듯하고 부드러운
코로나 펜데믹(pandemic,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 상황은 우리에게서 많은 것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화는 더 이상 국가나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다. 저임금 국가를 이용한 생산방식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각국이 입국 제한 등 대규모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물자 수급 부족이라는 큰 위기를 맞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인류의 무모한 개발과 환경 파괴에 경종을 울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온라인 구매 급증 ▷원격교육과 재택근무의 확산 ▷원격의료의 등장 ▷화상면접을 통한 기업의 신규 채용 등
전국 각 기초의회마다 이번 후반기 기초의회 의장단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다. 중앙당은 지침을 어긴 의원은 제명, 기타 의원들에게는 경고 조치를 내리고 있다. 민주당 전남도당은 15일 오후 윤리심판원 회의를 열어 8대 지방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의원총회 결과를 무시하고 자기 뜻대로 표결한 기초의회 4곳의 의원 7명을 제명했다. 민주당 인천시당도 5명의 의원들이 제명한데 이어 추가 윤리위원회를 열고 추가 제명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도 이연희 서산시의회 의장을 의장후보 선출과정에서 당헌 당규를 위반해
한 생각 돌이키니 필자 세대는 정말 운이 좋았다. 우선 한국전쟁 한참 후에 태어나 전쟁의 고통을 겪지 않았다. 배고픔도 모르는 세대이다. 가공 식품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초등학교에 다녔다. 장난감도 많았다. 조립식(프라모델) 장난감이 유행하였는데 물가가 낮을 때라 100원짜리도 있었다. 생각과 행동도 과거에 비해 자유로워졌다. 흔히들 X세대라 하여 기성세대들에게 반발할 수 있었고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N세대에도 살짝 걸쳐 컴퓨터 통신을 본격적으로 맛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청년 세대들처럼 경쟁이 심한 시기도 아니었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인류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재난, 코로나19를 겪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세계는 자유로운 교류를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지만 지금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안팎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자유무역의 상식도 깨졌다.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국제분업의 효율성은 감염병 앞에서 맥을 못춘다. 세계 는 자국 우선주의로 급선회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식량과 생필품을 자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WTO 중심 자유무역 체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이를 우리 농업·농촌이 이겨낼 수 있을까.
“나이, 성별, 경제·사회적 여건과 관계없이 시민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섭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먹거리 기본권’에 대한 정의이며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설명한 한 문장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동안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 사적 공간(개인적인 문제)으로 치부해 왔다. 한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고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먹는 문제의 공론화에 “왜?”라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러나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살펴보자. 소득, 직업, 학력 수준 격차에 따른 경제 양극화는 먹거리 소비의 양극화까지 확대되고 있다
“현(絃) 솔리스트가 아다지오로 등장한다. 아울러 나를 드넓은 초원으로 이끈다. 새파란 하늘엔 뭉게구름이 여유롭다. 그 사이엔 뙤약볕이 쨍쨍하다. 초여름이다. 멀리서 시냇물이 뜰을 따라 졸졸 흐른다. 주위엔 야생화가 줄지어 피었다. 나무 잎사귀 속삭임이 달큰하다. 멀리서 바람 한 줄기 살포시 다가와 뺨을 스쳐 간다. 간지럽다. 넓은 목장도 보인다. 양 떼는 신록에 싸여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하얀 젖소들은 거동치도 않는다. 이따금 참새가 하늘을 휘 갈랐다. 둘러보니 어린 목동은 팔베개하여 낮잠에 취했다. 먼지도 낮잠을 자는 듯 여유
“면역력이 떨어진 것 같아요. 무엇을 먹어야 하나요?” “갑자기 체력이 떨어진 것이 느껴져요. 최근 광고에 나오는 약이라도 먹어야 할까요?” 왜 사람들은 면역기능 향상을 위해 약을 먹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할까?최근 COVID-19로 인하여 전세계가 혼란에 빠져 있다. 바이러스 전염력이 매우 강한 호흡기질환으로, 감염경로는 접촉감염과 비말감염, 공기감염으로 구분된다. 인체는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보호하고 체내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사과정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한다. 운동은
“기자는 어떤 기준으로 투표를 하시나요?”선거일을 몇일 앞두고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받았다. 이제 모레면 국회의원 선거 날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많은 유권자들이 후보선택기준으로 ‘후보의 자질’을 말한다. 자질 중에서 ‘도덕성’을 제일로 생각한다는 보도도 있다.그러나 잘 생각해보자. 유권자가 후보자의 자질을 식별하긴 쉬운가. 후보의 도덕성을 판단하기란 매우 모호하다. 입소문으로 들리는 ‘후보의 자질’이니 ‘후보의 도덕성’이니 하는 것은 특정 사건에 대해 일시적으로 북받치는 감정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말 할 수는 있지만, 국회의원을 선택하
“척추측만증입니다. 운동하세요. 근육을 키워야 합니다.”병원에 가면 흔히 듣는 처방이다. 척추측만증은 정면에서 본 척주가 옆으로 휘는 경우를 말한다. 정상적인 척주는 정면에서는 수직이고, 측면에서 볼 때는 S자 형태의 만곡이 있어야 한다. 척추측만증은 한번 휘게 되면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다. 가급적 초기에 발견하여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이다. 척추측만증, 그 원인은 무엇일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평형감각의 이상, 성장호르몬 이상, 유전적 요인 등이 관련된 것으로 보
사지선다(四枝選多)형 시험문제. 우리는 학창 시절 내내 답은 하나라고 배워왔고, 나머지는 틀린 답이라고 은연중 강요당해 왔다. 즉 사지선답(四枝選答)형 인간이 되어 왔다. 본시 사지선다(四枝選多)는 ‘네 가지 중 나은 것을 골라라’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다(多)’는 ‘많다’가 아닌 “낫다, 좋다. 뛰어나다”로 쓰인다. 그러니까 네 개의 문항 중에서 가장 좋은 적합한 것을 고르라는 의미다. 사기에 나오는 天下不多管仲之賢而多鮑叔能知人也(천하의 사람들은 관중의 현명함을 칭찬하지 않고 포숙의 사람 알아보는 능력을 칭찬했다.)에서 ‘다(多
장하영 약사의 「약」 이야기-㊵ 필자가 고생했던 피부병 얘기를 꺼내 보자. 중2 한여름 때였다. 어느 날 허벅지 언저리 피부가 가려워지기 시작하였다. 초기엔 모기에 물렸을 것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다. 물파스만 연신 발랐다. 이따금 무의식적으로 긁기도 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다. 가려움증이 계속되었고 병변 부위는 잇달아 퍼지고 있어서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자세히 관찰해보았다. 병변 가장자리가 선홍색으로 빨개지며 살짝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하루 정도 지나면 자줏빛을 띠며 가라앉았다. 이때가
왜 가짜메시지를 만들고, 사람들은 사실 확인도 없이 이를 퍼뜨리는 것일까. 박지영 씨가 쓴 ‘유쾌한 심리학’의 표현을 빌리면, 사람들은 모호하고 불확실하면 긴장하고 불안한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모호한 사건이나 환경에 대해 어떤 의미나 설명을 찾으려 하고 불확실한 것을 확실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때 유언비어가 불안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리고 이렇게 듣게 된 메시지를 친한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사람들은 은밀한 소문을 나누며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고, 이런 정보를 갖고 있는 ‘내가 너보다 낫다’는 우월함을
이제 팔순에 접어든 우리 엄마는 명랑·쾌활하신 전형적인 경상도 할매입니다. 고스톱 솜씨는 또 어떻구요. 아마 우리 동네에서도 단연 으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왜냐하면 어쩌다 우리 자식들이 내려가 고스톱을 쳐도 우리 돈 다 따먹으며 “피박에 쌍피다. 야야 내 아까 흔드는 거 봤제?”라며 타짜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하시거든요. “내 물올랐다. 니는 치지 말고 옆에서 데라 뜯어라”라며 인심 팍팍 쓰기도 했고, 100원짜리 동전을 찰랑찰랑 흔들어 보이며 놀리기까지 했던 엄마였습니다. 그랬던 엄마가 2주 전에는 팔순이 훌쩍 넘은 우리 아부지를
시인 엘리엇이 유명한 자신의 시 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할 달’이라고 말했지만 우리에겐 2020년 봄이 더 잔인하다. 봄은 역설의 계절이다. 겨우내 잠든 생명의 싹을 띄우는 계절이기도, 죽음도 피어나는 시기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에서의 자살은 3월부터 급증하여 5월, 6월에 이르는 시기 동안 최고조를 이룬다.2014년 서울여대 경제학과 노용환 교수의 논문 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2년까지의 자살 추세를 분석한 결과 “봄 최고조 (Spring Peak), 겨울 최저화(Winter Thr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