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편집국장
박두웅 편집국장

“나이, 성별, 경제·사회적 여건과 관계없이 시민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섭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먹거리 기본권’에 대한 정의이며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설명한 한 문장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동안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 사적 공간(개인적인 문제)으로 치부해 왔다. 한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고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먹는 문제의 공론화에 “왜?”라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러나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살펴보자.

소득, 직업, 학력 수준 격차에 따른 경제 양극화는 먹거리 소비의 양극화까지 확대되고 있다. 국민의 10%는 먹거리 빈곤층이며, 이들 대부분은 소득 하위 25% 이내에 포진되어 있다. 1인 가구, 한부모 가정 등 먹거리 불안정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다.

이에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규약은 모든 사람이 굶주리지 않는 것을 넘어 충분한 먹거리를 보장받아야 할 먹거리 기본권을 인간의 기본적인 사회권으로 정의하고 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국가가 통합적인 관점에서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와 먹거리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수립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서산시대 옹달샘봉사단은 많은 논의와 고심을 거쳐 2019년 1월 우리 지역사회에서 ‘먹거리 기본권’이 실현되고 일상화 되는 목표로 설립됐다. 앞으로 다가 올 서산형 푸드플랜의 기본 철학에 그 뿌리를 함께 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또 다른 먹거리 위기는 ‘안전의 위기’다. 세계시장이 단일화되면서 농산물도 국제경쟁의 시대를 맞았다. 이로 인해 먹거리의 생산체계가 공장 식으로 변모하게 되면서 먹거리에 대한 안전 문제는 그 상황이 매우 심각해졌다. 무한경쟁 탓에 값은 싸졌지만, 이에 뒤따르는 건강과 영양, 그리고 안전은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고, 취약계층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넘쳐나는 먹거리 속에서 무분별하게 살포되는 농약은 물론, 남용되는 동물백신 등으로 먹거리의 안전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더구나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이 생산하는 GMO 농산물과 이를 재배하기 위해 살포되는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등으로 인한 폐해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먹거리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는 우선 차별 없는 먹거리 체계 구축이 선결 과제다.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논리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또 ‘기본권 보장’과 ‘베풀다’는 인식의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무엇보다 먹거리 기본권 실현을 위해서는 지역 먹거리 순환체계를 개선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서산형 푸드플랜이 성공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건강한 먹거리에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먹거리 체계 구축, △먹거리 취약계층, 공공·복지기관 공공급식에 지역 농산물 공급 강화 △농업·복지·보건·환경 등과 연계한 통합형 먹거리 정책 실현 △중소 가족농과 여성농에 대한 정책지원 △ 조례 등 제도적 기반과 마을·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이 함께 하는 먹거리 상생 구현 △먹거리 기본권에 대한 시민 교육, 연대, 협력 강화 등에 대한 구체적 목표가 설정돼야 한다.

서산형 푸드플랜은 수혜적 복지나 단순한 복지행정의 일환이 아니다. 먹거리 기본권 보장을 로컬푸드를 담당하고 있는 농정분야의 업무만으로 국한하거나 복지업무중 푸드뱅크(취약계층 먹거리 지원) 차원만으로 이해한다면 큰 오산이다. 푸드플랜은 공동체 회복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를 살리는 선순환경제구조를 만들어 내는, 시정 전반에 걸친 대부분의 부서가 관련된 정책과제이다. 대한민국 ‘국가 플랜’이기도 하다.

지난 2여 년 담당부서의 열정과 노력의 결과인 ‘서산시 푸드플랜 비전 선포식’이 오는 7월 개최된다. 이 자리에서는 ‘먹거리 기본권’을 기본으로 하는 먹거리 헌장도 발표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며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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