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편집국장
박두웅 편집국장

전국 각 기초의회마다 이번 후반기 기초의회 의장단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다. 중앙당은 지침을 어긴 의원은 제명, 기타 의원들에게는 경고 조치를 내리고 있다.

민주당 전남도당은 15일 오후 윤리심판원 회의를 열어 8대 지방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의원총회 결과를 무시하고 자기 뜻대로 표결한 기초의회 4곳의 의원 7명을 제명했다. 민주당 인천시당도 5명의 의원들이 제명한데 이어 추가 윤리위원회를 열고 추가 제명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도 이연희 서산시의회 의장을 의장후보 선출과정에서 당헌 당규를 위반해 제명했다. 또 당진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 전재숙 의원도 제명 처분했다.

투표과정의 불법성에 대해서도 논란이다. 안양시의회 민주당의 경우 전체 민주당 의원 13명 가운데 12명은 의장 선거 직전인 지난 3일 의원총회를 열어 투표용지에 상, , , 우 등 12개의 위치를 정하고 지정된 자리에 후보 이름을 쓰게 하는 등 비밀투표의 원칙을 위배하고 사전 모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안양지역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시민정의사회실천위원회)는 민주당 의원 12명을 공동정범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민주당 당규 윤리심판원규정에 따르면 제명될 경우 5년 이내 복당 할 수 없다. 2년 뒤 진행되는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필자는 기초의회의 단편적인 사례를 거론하고 싶지 않다. 아니 논평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 기초의회 의장단 선거 논란은 어느 정당이나 특정지역이 아닌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한국정치의 후진성의 한 단면이며, 적폐이기도 하다.

그보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

민주주의 꽃은 선거라는 말이 있다. 숱한 역사적 사건들을 돌이켜볼 때 혁명이나 전쟁보다는 선거로 선택된 인물에게 권력을 줄 때 사회의 혼란이 가장 적었다.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것은 선거에서의 경쟁과 선택 때문이라고 한다. 선거가 민주주의 꽃이라는 명제는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솔직히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각종 선거가 민주주의 꽃이며 절대 선이라고 속 편히 말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는 정당정치라고 말한다. 정당 없는 선거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정당은 과연 한가?

미국의 정치학자 아담 쉐보르스키(Adam Przeworski)정당은 공익을 추구하는 좋은 사람들의 집단이 아니라, 사익을 탐하는 이기적 인간들의 군집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당의 장점보다 단점을 극대화한 표현이다.

이제 본론을 살펴보자. 이번 당원자격 박탈이라는 사태는 중앙당의 지침이 정당공천제라는 막강한 권력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매달리고 읍소하고 그저 공천받기 위해서 있든 없든 모든 것 동원을 해야 하고.......” 한 기초의원의 넋두리다.

정당공천제란 과연 어떻게 탄생한 것이고, 지방자치·지방분권을 국가발전 방향으로 정한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왜 폐지되지 않고 있는 걸까.

 

정당공천제의 도입은 정당정치 타협의 결과였다

 

정당공천제는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1991년부터 시행됐다. 1987년 민주화의 열망에 의해 지방자치를 받아들여야 하기는 하였으나. 정당은 자신들의 지역적 기반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결과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은 영남 등에서, 야당인 신민주연합당은 호남 등에서 지역적 권력기반을 강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지방선거를 활용하려 했다. 그들 간의 정치적 타협의 결과가 정당공천제였다. 당시는 광역단체장인 도지사와 광역의원인 도의원, 기초단체장 후보까지만 정당이 공천하였다.

여기에 기초의원 선거 후보자까지 정당공천을 한 것은 15년 후인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였다. 헌법재판소가 20035월 기초의원 후보의 정당표방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84)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까닭이다(헌재 2003. 5. 15. 2003헌가9 ). 헌재는 당시 다른 지방선출직은 정당표방을 하는데 기초의원만 금지하는 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였다.

지난 14년 동안 유지해 온 정당공천제의 폐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지방선거가 지방정치가 아닌 중앙정치에 예속되었다. 지방선거의 쟁점이 여당의 중간평가가 되어버리기 일쑤였고, 지역의제는 설자리가 적어졌다. 둘째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였다. 지역주의로 인해 지방의 1당 독점구조가 만연하면서 특정 정당의 공천이 당선의 보증수표처럼 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유권자들이 선출한 게 아니라 정당이 선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지방선출직 후보자가 정당유력자의 사적 자원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후보자들은 공천을 따내기 위해서 정당 유력자에게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는 말이 떠돌게 되었다. 공천권자에게 뇌물을 들고 가다 붙잡히기도 하고, 공천권자의 사적인 일을 챙기는 지방선출직 후보자들도 상당수였다. 넷째 지방선거의 폐해만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자치성과 자율성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었다. 지방자치의 본래의 뜻은 중앙지방관계가 수직적 통합모델이 아니라, 상호협력의 대등한 관계여야 함에도 우리의 정당공천제는 지방자치의 암적 요소가 되었다.

 

정당공천제 없애야 기초의회가 의회다워진다

 

정당공천제도가 지방자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이미 사회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합의가 되었다. 2009년에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기초단체장 정당공천폐지에 77.6%, 기초의원 정당공천폐지에 86%가 찬성하였다. 지방자치학회의 조사도 이와 유사하여 유권자들의 의견은 오래전에 모아졌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도 합의는 이루어졌었다. 201218대 대통령선거 때는 유력한 여야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면 폐지하겠다고 했다. 당시 박 후보는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기초의원의 공천폐지를, 문 후보는 기초의원 정당공천폐지를 내걸었다. 그리고 박 후보가 당선되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이 된 후 한 번도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19대 국회는 2012, 2013년에 정당공천제 폐지 법안을 6차례나 냈다. 하지만 4년 내내 심의조차 안했고, 결국 자동폐기 됐다. 20대 대통령선거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 20대 국회에서도 정당공천제 폐지를 담은 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문턱도 못 넘었다.

국회의원들은 후보자 난립 우려와 정당정치 발전 도모라는 명분으로 공천제 폐지에 반대하고 있지만 지방의회까지 장악하려는 권력욕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자신들의 안위나 권력유지를 위해 지방자치에 눈을 감고 있다. 지방분권의 길은 현재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통하지 않고는 갈 수 없는 길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