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서 제일 괜찮은 곳을 말하라면, 저는 조용히 손을 내밀곤 합니다. 얼굴도 그렇고 신체도 약간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데, 언제부턴가 손이 “예쁘다”는 소리를 듣게 되면서 누군가 물어보면 예의상(?) 손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창피한 생각도 듭니다. 얼마나 일을 안했으면 그런 소리를 들을까 라는 자책감 때문이죠. 사실 때검사를 당하던 초등학교 시절에 검은 손톱과 거친 피부 때문에 손을 숨기고 싶었습니다. 돌아보면, 열심히 놀고 열심히 일한 훈장이었는데요. 그래서 어느 때부터 제가 좋아하는 손은 부모님의 손이었습니다. 논일
사람들이 한번쯤 가고 싶어 하는 하와이의 교포성당에서 사목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무지개가 수시로 뜨는 아름다운 자연 안에서 산다는 것은 저에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현지인들을 만나면서 좀 더 다른 세상을 맛볼 기회도 있었죠. 거기 신부님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가졌는데,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형제처럼 대해주는 분위기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첫모임 때 한참 어려 보이는 신부가 어깨를 툭 치면서 말을 걸어오는데, 겉으론 웃었지만 속으론 “버릇없이...”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튀어 나왔습니다. 그 사건으로 제가 나이를 따져 서열을 매기는
어제 라디오에서 “정답던 얘기 가슴에 가득하고”로 시작되는 ‘제비’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문득 이제 봄인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봄을 상징하는 제비를 떠올리며 선과 악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던 시기에 흥부전은 저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 처마 밑에 지어진 제비집을 함부로 하지 못했습니다. 똥을 많이 싸서 지저분해도 군말 없이 치우고 받침대를 대주는 것은 물론, 혹시 제비집에서 떨어진 새끼가 있으면 정성스레 다시 올려주었습니다. 나를 잘 기억해 달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죠. 흥부처럼 제비에
명절 전에 아버지 집을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명절에는 미사를 하고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죠. 덕분에 과식을 피하고 모처럼 사람과 인터넷과 핸드폰도 신경 쓰지 않으며 속으로 “나는 자유인이다!”를 외쳤습니다. 그런데 계속 홀로 있으려니 오만가지 생각이 지나가는데, 지난 잘못이 떠오르며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 왜 그때 그런 말과 행동을 했을까? 내가 왜 그 정도 밖에 되지 못했을까?” 내 속 좁음과 미성숙함으로 주변 분들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들이 스쳐갔습니다. 물론 그 상황이 다시 온다 해
‘사기 천국’으로 전락한 대한민국이란 자극적인 기사를 얼마 전 보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속이고 또 속이는 세상이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조인들은 형량이 낮고 범죄 수익 환수가 어려운 탓에 사기꾼이 늘어난다고 분석합니다. 크게 한건 하고 들어갔다 나오는 게 손해가 아니기에 이런 현상이 계속 된답니다. 연령별로는 20대 사기꾼이 26.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데, 정상적으로 일해서 돈 버는 것으론 미래가 보장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굳이 보이스피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눈을 뜨
강아지들을 키우다 보니 성지 주변에 둥지를 튼 다른 짐승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해 집니다. 어제도 다리를 다친 들짐승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각자의 생존 방법대로 추운 겨울을 잘 버텨내길 빌 뿐입니다. 겨울은 동물들에게 혹독한 시기이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은 마음의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친한 동기신부가 많이 아픕니다. 생각해 보니 중년(?)에 접어들어서인지 여러 친구들이 몸도 마음도 병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주위에 지치고 힘들고 아픈 분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솔직히 저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렇게 대부분이 겪고 있는 질병
농업디자인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무엇일까?기후, 토양, 시대적 트렌드(Trend) 등을 고려하여 작물을 선택하였다고 가정할 때, 농부가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 부분은 6차산업(1차 +2차+3차산업=6차산업)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를 고려하는 것이다.1, 2, 3차 산업을 모두 융복합화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꼭 모두를 다 추진할 수만은 없는 것이며, 1차(생산)와 2차(가공) 혹은 1차와 3차(체험, 관광, 마케팅)를 융복합하는 것도 가능하며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연계하여 추진하는 것이다.여기에서 중
연말연시에 혼자 버틸(?) 먹을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동네 마트에 들렀습니다. 계획 없이 가면 흔들리는 마음 때문에, 꼭 필요한 몇 가지만 사려는 비장함으로 장바구니를 들었습니다. 근데 쌓여 있는 물건들을 보면 볼수록 살려던 것을 진짜로 사야하는지 계속 갈등이 생겼습니다.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입니다. 마트를 몇 바퀴 돌면서 망설임 끝에 결국 빈 장바구니를 반납하고 과감하게 나왔습니다. 새해를 맞았지만 힘든 어제와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전쟁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한반도를 둘러싼 강력한 힘들이 평화와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
농업과 디자인을 농장(텃밭)디자인은 전문가만 가능한 것일까 ?물론 경관디자인을 포함한 세련미 넘치는 농장(텃밭)디자인은 이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한다.그러나 농사짓기에 보다 효율적이고, 제3자(소비자)의 접근이 용이하며, 작물 재배의 차별성을 배려한 농장(텃밭) 만들기는 디자인 전문지식을 결코 필요로 하지 않는다.오히려 오랜 경험을 토대로 지금까지 해 왔던 농사짓기에 대한 검토를 통하여 개선의 여지를 발견하고, 더 나아가 농사짓는 농부는 물론 참가자에게 쉽고 편리하게 다가갈 수 있는 구조와 동선(動線)의 변화 등을 통하여 충
살다보면 종종 이해되지 않는 일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무리 이해하려 노력을 해도 좀처럼 답을 찾을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성탄을 코앞에 둔 이 시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잔인한 전쟁이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쉽게 끝날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무뎌져가는 무관심과 무기력이 우리를 지배해 갑니다. 과연 신은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이런 세상과 힘없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독재자들을 그냥 두는지 화가 나지만 그 마저도 잊혀 갑니다. ‘즐거운 성탄’이라는 말을 내뱉기 민망할 정도로 어둔 그림자가 드리운 현실입니다. 한편에서
소비자가 물건(상품)을 선호하는 패턴은 참으로 다양하다.따라서 사용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신제품 개발자의 노력은 과학적, 합리적 분석은 물론 잠재적 니즈(Needs)까지 찾아내어 상품개발에 접목하고자 부단히 노력한다.일반적인 통계에 의하면 신상품 개발의 성공률은 30% 전후라고 한다.새로운 상품이 나와서 소비자에게 알려지고, 그것이 성공한 상품으로 등극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함께 성공변수가 있기 마련이며 성공률도 그다지 높지 않다.농산물도 예외일 수 없다.국내외 소비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해 내기까지는 소비자의 기호(
‘맥(脈)’은 심장의 박동으로 심장에서 나오는 피가 얇은 피부에 분포되어 있는 동맥의 벽에 닿아서 생기는 주기적인 파동이다. 한자의 어원과 그 뜻에 대해 해설한 를 보면, 맥(脈)은 ‘물갈래 파(派)’에서 만들어진 한자로, 강물이 갈라져서 끊임없이 흐르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派(맥)에 삼수변(?) 대신 육달월(月=肉)이 들어간 것은 강물이 흐르듯 우리 몸 전체에 피(혈액·血液)가 흐르는 것을 의미한다.맥(脈)은 바둑에서도 자주 쓰이는 용어다. 맥점(脈點)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바둑을 둘 때 중요한 지
일상으로 식탁에서 만나는 농산물이 소비자의 손에 닿기까지 농부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기술이 녹아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새벽별을 보며 들판으로 나가 허리 펴볼 시간조차 없이 진종일 농사터에서 일하고 저녁별을 보며 귀가하는 농부들의 고된 일상을 생각해 본다면, 좀 더 좋은 조건에서 웰빙 농산물을 생산하고 충분한 가격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이 당연지사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농업디자인을 주창하고 실천 의지를 다져가는 이유이다. 농토디자인이나 작물디자인 등 전반적인 농산업디자인은 자동차나 전자. 전기제품을
지난달 유난히 부고를 많이 받았습니다. 많은 순교자들이 묻혀 계신 성지에 살면서 죽음은 익숙한 친구이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는 일은 늘 쉽지 않습니다. 더불어 자연스레 나의 죽음을 떠올리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나름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만, 사고와 전쟁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웃을 보면 그것이 사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평온할 수 있는 것은 평소의 준비로 가능할 거 같습니다. 해미에서 순교한 분들도 당시 사회에서는 비참한 죽음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신분질서가 엄격한 유교사회에서 인간이 평등하고 귀하다는
농업에 디자인을 접목하는 일의 핵심은, 작물에 대한 다양한 농작법들과 디자인적 특성을 융복합하는 전략을 의미하며 농산업의 시대적 흐름(Trend)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자신이 추구해야 할 농작물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융복합(1, 2, 3차 농산업) 단계의 추진성이 수월하고 다양하며 시장성이 높은 작물을 선택하는 전략이 우선되어야 한다.디자인은 농업의 현장에서 농산물 브랜드(상표)를 결정짓는 요소이며, 차별화와 가격 상승을 가늠하는 중요한 인자(因子)이다. 누구나 추진하고 있는 동일 농작법을 지양하고, 자신만의 차별화된 농사짓기과 융복
‘6차산업디자인(1차+2차+3차산업=6차산업+디자인)’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얼핏 수학 방정식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인가 복잡한 숫자가 나열된 것이...그러나 한마디로 6차산업디자인이란 농업의 융복합화에 디자인 속성을 가미한 新농업을 의미한다.농업에 디자인을 연계하면 차별화가 된다. 디자인의 속성은 조형성(造形性)도 당연하게 포함되지만, 그보다는 기능성과 경제성이 탄탄하게 배려된 바탕 위에서 조형성을 가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만의 농사짓기(브랜드 농업)는 이렇듯 디자인의 속성 중, 기능성과 경제성을 고려하는 철저함에 전문가의
염려해 주신 덕분에 로마에 잘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외국에 가면 긴장할 수밖에 없고, 거기다 많은 외국인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것도 큰 부담이었습니다. 근데 저를 편안하게 해준 몇몇 친구가 있었습니다. 주최 측에서 예약해 준 숙소가 중세풍의 멋진 건물이었는데, 제 방에서 기다리던 모기들이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짜증이 났죠. 난방도 약해서 옷을 껴입고 자야 되고 옆방의 코고는 소리가 그대로 들릴 정도로 방음이 안 되는 것도 덤이었기 때문입니다.근데 순간, 사람 사는 건 똑같다는 것을 생각한 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교황님 숙소가 있
나만의 농사짓기, 즉 ‘브랜드 농업’의 중요성과 화제성이 가까운 일본에서 붐을 이룬지 오래이며, 지구촌 경쟁 시대에 농식품의 브랜드 우월성을 유지하는 전략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제 농업 분야에도 브랜드를 확립시키기 위한 고집스러운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일반적으로 브랜드 농업을 확립시키기 위한 전략은 대개 5가지 노력으로 정리해 볼 수 있으며, 이를 참고하여 전략적 농사짓기가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품종의 차별화에 대한 노력으로 어디에서나 있는 품종이 아니라 ‘환상’이라고 불리는 품종을
저는 요즘 부담스런 일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로마에서 국제성지 책임자들의 학술대회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20여개의 국제성지 담당자들 500여 명이 전 세계에서 모일 텐데, 4개의 국제성지가 사례 발표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 중에 해미국제성지가 들어 있습니다. 몇 백 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산티아고 같은 국제성지와 달리, 2년이 조금 넘은 우리 성지를 발표해야하는 부담감이 큽니다. 우리 성지가 많이 알려진 것도 아니고 유명한 성인이 있는 것도 아니며 기반조성이 잘 되어 있는 것도
소멸 위기의 농촌을 도농 교류 등을 통하여 활성화하고 농산업이 미래의 유망 직종으로 새롭게 탄생하여 젊은 세대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이런 미래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상일까?현재의 어려운 농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농촌의 현재 문제점을 차분하고, 치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어떤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으며, 그것들의 해결점은 과연 무엇인가?고령사회로 더 깊숙하게 떨어지기 전에, 철저한 자체 진단을 거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농업에 대한 기피 현상의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내 자식만큼은 농업 분야에 보내지 않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