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편집국장
박두웅 편집국장

손자병법의 손무”(孫武)는 장수를 세 부류로 나누었습니다. 용장(勇將), 지장(智將), 그리고 덕장(德將)입니다.

용장은 항상 나를 따르라!”하는 외침과 함께 군사들을 진두 지휘하는 용맹함과 추진력을 갖춘 지도자입니다. 두둑한 뱃심과 뼈 속 깊은 곳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강인함으로 사람들을 압도하는 남성적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입니다.

지장은 뛰어난 지략과 견문을 갖춘 전략가형 장수입니다.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고 날카로운 식별력과 통찰력으로 부하들을 통솔하는 지적 능력의 소유자입니다.

그리고 덕장은 따듯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장수입니다. “이것 해라, 저것 해라!” 일일이 참견하고 간섭하지 않아도 수하의 부하들이 솔선수범해서 움직입니다. 항상 온화한 웃음과 뛰어난 덕성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따듯한 카리스마를 지닌 사람입니다.

유교문화권 속에서 살아온 우리 한국 사람들은 유독 덕장에 대해서 많은 평점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삼국지의 유비로 대변되는 덕장은 참 운이 좋은 리더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운은 일에서 오는 운과 사람에게서 오는 운입니다. 그러다 보니 덕장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이 복장(福將) 또는 운장(運將)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습니다. 사실 손자병법에서도 장수는 반드시 복이 많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將必擇其福厚者)’고 말했지요.

각설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장수일 수는 없습니다. 장수가 되고 싶고 장수인척 하는 사람들이 많을 뿐이죠. 그들에게서 지장은 너무 잔머리만 굴리는 얌체 같은 느낌이 나고, ‘용장은 항상 무식한 머슴 냄새가 풍깁니다. 그리고. 소위 덕장은 무능해 보입니다.

조직의 리더에게는 내 조직으로 전장에 나가면 백전백승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나라를 구한 성웅(聖雄) 이순신 장군은 지장(智將)이면서 용장(勇將)이었고, 백성들의 신망이 매우 두터운 덕장(德將)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난중일기등 사료(史料)를 들여다보면 그만큼 엄격한 장수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하들에게 강하고 무서운 형벌을 자주 내렸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전라좌수사로 부임한 직후 말단 군졸부터 군관에 이르기까지 임무 수행을 게을리하거나 군율을 어기는 자에게는 군법으로 다스릴 수 있는 최고 형벌을 내렸습니다. 병선(兵船)과 병기(兵器) 관리에 소홀하거나 민가의 개를 훔쳐 잡아먹은 군졸에게는 80대의 곤장형을 명해 엄히 다스렸고, 탈영병 같은 중죄인은 참수(斬首)해 효시(曉示)했습니다.

난중일기에는 그 내용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절대적 열세에 몰려 단 한 명의 병력이라도 더 필요했던 명량해전 직전에도 이순신 장군은 소유위령(小有違令) 즉당군율(卽當軍律), 즉 조금이라도 군령을 어기면 즉각 군법으로 다스리겠다고 부하들에게 엄포를 놓았습니다. 평시에 이러한 엄격한 리더십으로 훈련된 조선수군은 강했고, 실전에서 백전백승 무패 신화를 만들었습니다.

덕장이 되기를 바라지 말라.” 저는 제가 아끼고 꼭 성공하기를 바라는 후배에게 간혹 이런 조언을 하곤 합니다. 덕장은 용장과 지장의 덕목 위에 운이 좋으면 훗날에 그 부하들로부터 칭송 받는 상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당신이 운이 좋은 장수라는 전제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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