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두웅 편집국장
박두웅 편집국장

사지선다(四枝選多)형 시험문제. 우리는 학창 시절 내내 답은 하나라고 배워왔고, 나머지는 틀린 답이라고 은연중 강요당해 왔다. 즉 사지선답(四枝選答)형 인간이 되어 왔다.

본시 사지선다(四枝選多)네 가지 중 나은 것을 골라라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많다가 아닌 낫다, 좋다. 뛰어나다로 쓰인다. 그러니까 네 개의 문항 중에서 가장 좋은 적합한 것을 고르라는 의미다.

사기에 나오는 天下不多管仲之賢而多鮑叔能知人也(천하의 사람들은 관중의 현명함을 칭찬하지 않고 포숙의 사람 알아보는 능력을 칭찬했다.)에서 ()’여러 사람 입에 오르다. 칭찬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4.15총선이 이제 종반전으로 달려가고 있다. 각 후보 측마다 상대편을 향한 아슬아슬한 비난과 흠집내기 공격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마치 선악의 잣대를 들이댄 것처럼 보인다. 우리 편()이 아니면 모두 다 ()’이다. 그들에게 팩트(fact)’의견이나 관점은 무의미하다.

선거에는 의견은 갈리고 팩트는 흐려지며, 갈등은 항존한다. 그리고 승리자가 있으면 패배자의 눈물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와 상대편이 오늘의 불만을 뒤로하고 내일의 토론을 이어갈 수 있는 공동체의 사회 구성원이라면, 선거 결과를 존중하고 서로의 의견과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

사지선답형 인간이 아닌 다원주의적 가치들의 공존을 이해하고, 그것도 아니면 최소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차원에서 현재를 돌아보아야 한다. 문제들을 푸는 정답이 하나가 아닐 수 있고, 나의 답보다 더 나은 답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나만이 항상 올바른 편이라고 생각하며 그러한 유일 가치와 위배되는 모든 사람과 세력들을 적으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자신은 한 정당 분파의 일원으로 일관된 신념을 지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일 뿐이다.

정답이 두 개 이상이라는 것을 당신은 인정할 수 있는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그 누구든 민주공화국에 설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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