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편집국장
박두웅 편집국장

왜 가짜메시지를 만들고, 사람들은 사실 확인도 없이 이를 퍼뜨리는 것일까. 박지영 씨가 쓴 유쾌한 심리학의 표현을 빌리면, 사람들은 모호하고 불확실하면 긴장하고 불안한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모호한 사건이나 환경에 대해 어떤 의미나 설명을 찾으려 하고 불확실한 것을 확실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때 유언비어가 불안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리고 이렇게 듣게 된 메시지를 친한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사람들은 은밀한 소문을 나누며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고, 이런 정보를 갖고 있는 내가 너보다 낫다는 우월함을 만끽하기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 사람들은 누군가를 이웃처럼 느끼는 경향이 있고, 여기엔 익명성도 한몫한다. 일반적으로 메시지는 누가 언급했느냐에 따라 공신력에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화자의 존재는 희미해지고 종국에는 메시지만 남는다. 언론학이나 심리학에서 언급되는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 특히 구전과 달리 온라인은 확산속도가 훨씬 빠르고, 첫 메시지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더 쉽게 잊혀질 수 있다.

이렇게 퍼진 소문은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거짓을 진실로 믿는 오류적 진실 효과’(Illusory Truth Effect)가 발생한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바이러스는 공포스럽고 거짓말은 위력적이다.

오늘도 이런 가짜메시지가 페이스북에 올라온다. 대부분 정치 관련 글중에 넘쳐난다. 이들의 글을 보면 정치적 편향성이 두드러진다. 가짜메시지를 확산시켜 자신들의 신념을 강화하려 하는 발버둥의 일환이기도 하다.

문제는 대다수 사람들은 가짜메시지를 가짜뉴스라 통칭해서 부르는 경향이 있다. 입소문과 달리 예전에는 뉴스를 전달하는 언론만이 지면을 통해 활자(신문)로 나오거나 디지털 도구(방송)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유튜브, 인스타, 페이스북, 카톡이라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소셜커뮤니티 발달은 입소문을 디지털화했고, 글뿐만 아니라 사진합성, 영상짜집기까지 누구나 손쉽게 창작하고 퍼트릴 수 있게 됐다. 일명 입소문이 뉴스라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여기에 기자로서 기본소양이나 기사쓰기조차 배운 적이 없는 이들이 ‘00언론이라는 탈을 쓰고 언론인 행세를 하며 보도자료를 베끼고, 사람들을 유혹, 여론을 선동하면서 가짜뉴스의 일상화를 재촉하고 있다. 그들은 홈페이지 하나 만들어 운영하니 비용도 들지 않는다.

이들은 무엇을 얻기 위해 이런 수고를 하는 걸까. 그 이면을 살펴보면 고의성 없는 가짜뉴스는 없다는 점에서 그들의 목적을 알 수 있다.

고의성(또는 불순한 의도성)이란 고의적인 왜곡, 과장, 허위, 조작보도이다. 물론 정상적인 언론사 기자들도 고의성이 없는데도 왜곡이나 허위보도가 나올 수 있다. 마감시간에 쫓겨 경찰조서를 급히 보고 빨리 쓰다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거나, 참고자료를 잘못 적용하여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럴 때 기자는 악의 없이 빚어진 부분을 시인하고 정정보도 한다. 우리는 단순오보를 가짜뉴스라고 하지 않는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심리 하더라도 고의성이 없는 잘못된 기사는 중재가 쉬워진다. 허위로 꾸밀 의도가 없는 오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의성은 문제가 전혀 다르다. 그것은 가짜뉴스(거짓뉴스)의 준동이다. 가짜뉴스는 고의적으로 가짜(거짓)를 생산한 것으로, 본성이 가짜인 뉴스이다. 문제는 모든 가짜뉴스는 그 고의성(불순한 의도성)을 감춘다. 의도한 바대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외형으로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뉴스포맷을 구비하고 유통된다. 유튜브, 페북, 카톡, 포털에서 진짜처럼 포장되어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화급하게 배달된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근절된다. 가짜뉴스도 그렇다. 하지만 가짜뉴스를 기다리는 사람도 왜곡된 정보에 의한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 편향성에 가짜뉴스에 환호하며 이를 전파하는 데 일조를 담당하지만 결국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를 좀먹는 좀비, 바이러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 스스로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 볼 일이다.

가짜뉴스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짜뉴스는 고의성, 표적, 수혜자, 근거 등 4가지를 기준으로 판별할 수 있다. 고의성이란 뉴스가 어떤 의도에서 생산되었는지, 뉴스로 인한 수혜자는 누구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뉴스가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지, 그 표적이 누구인지와 어떤 자료(출처의 명확성, 자료의 정확성 및 신뢰성 등)를 제시하는지 눈여겨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가짜뉴스 대부분은 자료가 취약하다. 뉴스가 신뢰할 만한 뚜렷한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출처가 아예 없거나 흐릿하거나 편협한 것이라면 전적으로 의심해야 한다.

나한테 솔깃한 뉴스이더라도 차분히 점검해봐야 한다. 어느 뉴스에나 호감을 가질 수 있겠으나 속임수에 현혹당하거나 내 입맛에 딱 맞는다고 점검도 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동조하는 일은 자신도 모르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데 일조를 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진정한 미디어와 뉴스의 속성을 알고 있는 시민에게 가짜뉴스는 혐기성 세균처럼 맥을 못 춘다. 요즘 걷잡을 수 없이 우리 사회에 퍼져 나가는 코로나19 신종바이러스가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집단감염은 어떻게 발생되는지, 감염피해자이면서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왜 전파자가 되는지를 살펴볼 일이다.

가짜뉴스는 신종 바이러스며, 계속 변이를 일으키며 전파성을 높여간다. 부지불식간에 가짜뉴스에 현혹되고, 자신도 모르게 이를 전파하는 행위가 우리 사회에 어떤 결과를 불러오고 있는지 코로나19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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