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다. 나는 남편 없이, 아이들은 아빠 없이 휴일을 보내고 있다. 장장 4주째다. 대형프로젝트를 맡은 남편이 주말과 공휴일을 포함해 단 하루도 쉬지 못한지.세미 정장 대신 활동하기 좋은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출근한 것도 4주째다. 사무직인 남편이 시시때때로 안전모와 작업화를 착용하고 현장 점검을 하다가, 틈나는 대로 사무실에 복귀해 업무처리를 한다.퇴근한 남편의 머리카락이 눌려 있었다. 그게 거슬렸는지 야구모자를 쓰고 올 때도 있었다. 작업화 속 축축한 습기 때문에 군대에서 얻은 몹쓸 무좀도 기승을 부렸다. 참다못한 남편이
그런 날이 있었죠흐리고 바람불고 비오고 춥고 매일이 그렇다면 어떻게 견디겠어요하지만 그런 날이 설사 오더라도부지런히 날개짓 해보는 아이들도 있어요 바람이 불든 비가 오든 소리내서 도약해보는 아이들요 멀리 가지 않아도 돼요내일은 맑은 하늘 속에서 더 많이 높이 날 수 있기에
종갓집 막내딸로 태어났다. 일 년에 열 번쯤 되는 제삿날이 다가오면 엄마는 시장에 가서 제수용품을 한가득 샀다. 그 많은 걸 들고 버스에 올라탄 엄마는 마을 입구에 내려서 짐을 머리에 인 채 완만한 오르막길을 한참 걸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모시는 조상은 아버지의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였으나 재료를 구입해 손질하고 제사상에 올릴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건 엄마 몫이었다.서울에서 세탁소를 하는 삼촌, 숙모들은 명절인 설과 추석에만 내려오는 게 관례였다. 그것도 명절 당일 새벽에 도착하는 기차로. 내가 기억하기로 명절과 제사
바다가 보고싶을때 훌쩍 갈수 있는 곳 고요히 때론 위로하듯 칭찬하듯 묵묵히 그렇게 바다에게 위로받으면 절로 평온함이 우리의 바다는 언제나 넉넉하게
취미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독서라 답하겠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 장씩 넘기며 읽다가 종래에는 끝이 보이는 (종이)책이라는 물성의 매력에 빠진 지 오래다. 뚜껑을 열면 어떤 보물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이야기 보물상자’가 바로 책이니 나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가장 어린 시절 즐겨보았던 책은 ‘흥부전과 별주부전’이다. 카세트테이프가 딸린 그 두 권의 책은 비닐 가방에 세트로 들어있었다. 모두가 어디론가 나가고 집에 혼자 있는 시간에 카세트테이프를 재생시키곤 했다. 실감 나는 구연동화를 들으며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
밖은 아직 차갑지만 마음엔 벌써 봄이 가득 찼어요 서위스의 봄은수선화가 가장 먼저 알려요 지상의 별이 가득차는 순간 봄에만 볼 수 있는 우리만의 특권 영화속 주인공인 듯봄의 전령사 수선화 꽃바다 이제 곧 comming soon* ‘서산은 스위스에 버금간다’라고 해서 ‘서산+스위스’ 이름하여 ‘서위스’
다은이의 유치원 졸업다은이가 유치원에서 2년의 과정을 마치고 졸업했다. 코로나19로 6세 초반에도 한동안 유치원에 가지 못했는데 7세 후반에도 가지 못한 날이 많았다. 졸업식 날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과 마지막 눈맞춤을 하고 서로에게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넬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다은이는 친구들이 모두 떠난 빈 유치원의 입구에서 사진만 덜렁 찍었다.담임선생님과 원장선생님이 떠나는 다은이에게 덕담을 하고 졸업장과 상장, 선물을 안겨주셨다. 끝내 마스크는 벗지 못하고 반쯤 가려진 얼굴로 웃고 악수하고 포옹해야 했다. 다은이 혼자서,
무엇이 보이시나요?어느날 들판을 지나다 천사를 보았지 뭐예요아니 요정인가요? 뭐든 뭐가 중요하겠어요 아름답게 보이는 그 순간이 행복인 걸요 앞만 보고 달리고 계신가요?한번씩 위도 옆도 뒤도 돌아봐 주세요 서위스에선 어쩌면 진짜 어쩌면천사를 만날지도 몰라요* ‘서산은 스위스에 버금간다’라고 해서 ‘서산+스위스’ 이름하여 ‘서위스’
평생 농사일을 하던 아버지는 기관지가 좋지 않았다. 흙먼지를 마실 때도, 드넓은 논밭에 농약이나 비료를 뿌릴 때도 마스크 없이 일을 하던 아버지는 힘들 때마다 소주와 담배의 힘을 빌렸다.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어릴 적부터 아빠는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어냈다. 만성기관지염일 거라 짐작했다.건강을 타고 난 몸인지 반주로 매일 술을 마셔도 간이 튼튼하던 아버지는 본인이 천식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농사일을 하기 힘들다 생각할 즈음 아버지는 병원 투어를 시작했다. 천식 진단을 받을 때까지 병원을 서너 군데 돌았고 마지막에 천식 진단을
3월이면 다은이가 초등학생이 된다. 어린 자녀를 어린이집, 유치원에 보내며 버티고 버티던 워킹맘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그만두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하니 이 시기야말로 워킹맘 최대의 고비다.작년 6월 초부터 도움의 손길이 끊어졌다. 아이들 등원과 집안일을 도와주시던 시어머니에게 코로나19 백신 후유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지러움증, 호흡곤란, 가슴 두근거림, 기력 빠짐 등의 증상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으나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공황장애를 언급하며 몇 번쯤 정신과 진료를 권했다.시어머니는 2차, 3차 백신 접종을
혹시,봄으로 가는 다리? 봄의 시샘일까!뽀드득뽀드득 눈이 내렸다 얼어있는 계곡 사이로 쪼로록 쪼로록 생동감이 흐르고 앙상했던 나뭇가지 위 눈들이후두두둑 소리를 낼 즈음 가야산 초입경 놓인 다리는겨울 노래를 싣고 봄 마중을 간다
정월 대보름잔잔한 바다 위두 개의 달이 보이는 곳 달님을 보며 소원을 빈다아니 아니, 깨달음을 갈구한다 무학대사의 깨달음?붓다의 깨달음?가만히 귀 기울인다 파도가 잔잔하다눈앞 하늘빛이 낮다오늘은 득도를 꿈꾼다
폐렴으로 입원했던 다연이가 퇴원하는 날이 되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찬 겨울이었고 병실에는 제법 짐이 많았다. 혼자서 여러 개의 짐가방과 다 낫지 않은 아이까지 챙겨 주차장으로 가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남편이 버스를 타고 병원에 오기로 했다. 함께 버스를 탄 다은이가 신이 났다. 몇 코스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우와’하는 환호와 저것 좀 보라는 재잘거림을 주변에 민망할 정도로 많이 했다고 한다. 벌써 버스에서 내리냐며 아쉬움을 토로한 다은이는 며칠 만에 만난 엄마와 동생 앞에서도 버스 탄 소감을 늘어놓았다. 그걸 들은 다
눈 오는 날즐겨 찾는 개심사 사계의 아름다움은계절을 초월하고 여름내 분홍으로 물든 연못은하얀 눈꽃으로 물들었다 화려함의 극치는이제 순백의 미를 선물하니 길잃은 중생들이여길 낸 사잇길이 여기 있으니 사래질 마시고 이곳에서 마음 따뜻이 데워가소서 겨울 운치가 당신 가는 길목을 사뿐히 배웅하리다
맛있는 음식이 흔치 않은 시절이었다. 여름이면 엄마는 우뭇가사리 콩국,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 오이냉국으로 가족들의 입맛을 달래곤 했다. 종종 막대 아이스크림도 만들어 먹었다. 얼음과자 용기에 달달한 미숫가루를 넣고 얼려 먹던 막대 아이스크림은 별미였다.자신은 어릴 때 우유에 꿀을 넣고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었다는 남편이 어느 날 얼음과자 용기를 사 왔다. 그 시절의 용기와 흡사했다. 그러나 주스를 딱 한 번 얼려 먹고는 그걸로 끝이었다.요즘 세상에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많은데. 편의점이며 마트,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각양각
겨울 길거리엔 마스크,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제 아무리 꽁꽁 가린 패션이라고 해도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는 눈은 드러나기 마련.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아이 메이크업으로 꾸민 듯 안 꾸민 듯 은은한 세련미를 발산해 보자. #아찔하고 매력적인 속눈썹 표현하기뷰러를 활용해 속눈썹 뿌리 부분을 바짝 올린 후 뭉친 속눈썹을 고르게 정리한다. 이때 포인트는 속눈썹이 직각이 되지 않도록 강약을 조절하면서 자연스러운 C컬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다음 볼륨, 컬링 기능이 함유된 마스카라를 이용해 속눈썹을 한 올 한 올
새벽녘 곱게 내린 눈누구도 밟지 않은 그곳 순백의 나라를 찾아서떠난 시간여행 새하얀 카펫이 역사를 보듬고천년의 시간속에 서 있는 나 곧 사라질 발자국이건만님이시여 굽어 살펴주소서* ‘서산은 스위스에 버금간다’라고 해서 ‘서산+스위스’ 이름하여 ‘서위스
대머리빵과 아이스크림이라고?아빠와 등원하는 다은이가 한 상점 앞을 지나칠 때마다 큰소리로 ‘대머리빵과 아이스크림이다!!’를 외치며 웃어댄다고 했다. 대머리빵과 아이스크림이라니 독특하고 기발하다. 다은이에게 아침마다 웃음 주는 곳이 어딜까. 하원 시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채운 꽈배기 사진이 붙어 있는 상점이 있어 그곳이리라 짐작했다. 유치원 가는 길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달라 다은이에게 직접 확인하지 못한 장소였다.날씨 좋은 주말, 동네 산책을 하면서 유치원 쪽으로 한 바퀴 걸었다. 많이 걸으면 땀이 나고 갈증도 나는 계절이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인사를 드려야지요 용현계곡 줄기 따라 걷다보면 인자하고 신비스러운 미소 저도 모르는 사이 그만고민을 털어놓게 되네요 그래도 늘 변함없는 미소를 보니중생의 번뇌가 눈녹듯 사라지고 "임인년도 그저 모든 것이술술 풀린다"고 하네요* ‘서산은 스위스에 버금간다’라고 해서 ‘서산+스위스’ 이름하여 ‘서위스
고향에 살 때는 음식물 쓰레기란 게 없었다. 남은 음식은 집에서 기르는 동물의 식사가 되거나 밭에 뿌릴 거름이 되었다. 오빠는 식사가 끝나면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곤 했다. 한 손에는 그릇을 든 채로. 그 안에는 생선이나 고기뼈, 밥덩이 등의 잔반이 들어있었다. 반가운 주인이 오는 것을 알고 마당에 사는 개, 아롱이는 대게 격한 반응으로 오빠를 맞았다. 오빠가 음식물을 개 밥그릇에 옮겨주면 허겁지겁 그것들을 먹었는데 같이 사는 고양이가 다가오면 슬그머니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개와 고양이는 앙숙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이들은 사이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