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90

대머리빵과 아이스크림이라고?

아빠와 등원하는 다은이가 한 상점 앞을 지나칠 때마다 큰소리로 대머리빵과 아이스크림이다!!’를 외치며 웃어댄다고 했다. 대머리빵과 아이스크림이라니 독특하고 기발하다. 다은이에게 아침마다 웃음 주는 곳이 어딜까. 하원 시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채운 꽈배기 사진이 붙어 있는 상점이 있어 그곳이리라 짐작했다. 유치원 가는 길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달라 다은이에게 직접 확인하지 못한 장소였다.

날씨 좋은 주말, 동네 산책을 하면서 유치원 쪽으로 한 바퀴 걸었다. 많이 걸으면 땀이 나고 갈증도 나는 계절이었다. 대머리빵과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 남편이 제안하자 다은이가 신나서 흔쾌히 동의했다. 다연이의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을 채운 꽈배기란 어떤 맛일까 상상하던 찰나였다. 앞장서서 걷던 부녀가 꽈배기 상점을 지나치고 있었다.

여기가 아니냐 묻는 나에게 다은이가 가리킨 곳은 따로 있었다. 눈여겨보지 않았던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간판을 보니 과연 하얗고 동그란 캐릭터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었다. 감탄이 나올 만큼 절묘한 네이밍이었다. 우리 네 식구는 대머리빵과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각자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한가득 골랐다.

다은이와 다연이가 집에서 놀 때면 엄마 아빠를 찾는 일이 별로 없다. 역할극을 하고 인형과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에도 바쁜 자매다. 주말이나 방학이 되어도 삼시세끼와 간식 준비하는 일이 고달플 뿐 둘이 워낙 잘 놀기에 가정보육의 부담이 없다.

하루는 풍선을 사달라기에 두 봉지를 사다 줬다. 인당 하나씩 가지고 놀면 될 텐데 다은이는 풍선을 있는 대로 다 불더니 묶어 달라고 했다. 부족함 없이 살아서 아낄 줄을 모른다 생각하며 전부 묶어줬다.

풍선을 가지고 통통 던지며 놀다가 다연이와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던 다은이가 네임펜을 들었다. 그리곤 풍선마다 이름을 붙여주고 그림을 그려주기 시작했다. ‘비밀이, 동굴이, 위험이, 토끼, 포도, 구피, 났다, 가나, 다라, 괴물이, 이나다연이는 언니의 작업을 지켜보며 이름을 마음에 새기는 듯했다. 한바탕 작업이 끝나고 둘은 풍선의 이름을 부르며 놀기 시작했다. 마치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그가 나에게로 와서 풍선이 된다는 듯이.

집에는 대략 서른 개의 인형이 있다. 주변에 제법 나눠준 것 같은데 절대 줄 수 없다고 하여 남긴 인형이 이 정도다. 내 선에서 정리하고 싶지만 아이들이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을 테지.

둘은 서른 개쯤 되는 인형에게 다양한 이름을 붙여서 데리고 논다. 줄 세우기도 여전하다. 거실에서 이방 저방으로 옮겨가며 인형 앞에 장난감을 하나씩 놓아주기도 하고 결혼도 시키고 옷도 입혀주면서 놀이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어제는 책과 인형으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밟고 지나가기 놀이를 했다.

그 인형들 중 가장 매력적인 이름은 사과잼토끼다. 토끼인형에 사과 꼭지가 달려 있는 걸 보고 다연이가 지은 이름이다. 이밖에도 깻잎이, (엄마성을 따서)최토끼, (아빠성을 따서)김토끼, 토토로, 큰멍멍이, 갈색멍멍이, 콩이, 밀크, 미야옹이, 키티, 등등등

오늘도 아이들의 인형 사랑은 계속된다. 자신들이 지은 인형의 이름을 수시로 불러주면서 아이들과 인형의 정은 더욱 깊어만 간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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