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93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다은이

3월이면 다은이가 초등학생이 된다. 어린 자녀를 어린이집, 유치원에 보내며 버티고 버티던 워킹맘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그만두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하니 이 시기야말로 워킹맘 최대의 고비다.

작년 6월 초부터 도움의 손길이 끊어졌다. 아이들 등원과 집안일을 도와주시던 시어머니에게 코로나19 백신 후유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지러움증, 호흡곤란, 가슴 두근거림, 기력 빠짐 등의 증상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으나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공황장애를 언급하며 몇 번쯤 정신과 진료를 권했다.

시어머니는 2, 3차 백신 접종을 완료할 때까지 참고 견디다 결국 공황장애를 진단받았다. 평소 내포된 스트레스에 백신 공포가 더해진 결과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제는 마스크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6월부터 타인의 손을 빌리지 않고 남편과 둘이서 아이들을 케어했다. 출근시간은 언제나 일분일초가 바빴지만 집안일을 내려놓으니 그런대로 할 만했다. 5년정도 외벌이로 지내다가 맞벌이가 되니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도 사실이고 밖에 나가 일을 하니 차라리 홀가분한 기분도 들었다.

다은이가 학교에 입학해도 이렇게 지내면 되겠다 싶었는데 육아휴직을 하면 좋다고 관리자 한 분이 귀띔해 주셨다. 초등학교 입학 초기에는 손이 많이 가는데 도움받을 데가 없으면 힘들다고, 육아휴직 기간이 남았거들랑 한 학기만 휴직을 쓰라고, 먼저 자녀를 키워본 선배로서의 진심어린 조언이었다. 깊이 생각한 끝에 휴직을 결심했다.

결심을 하고 나자 코로나19가 더욱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격리라도 하게 되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 휴직하기를 잘했다). 유치원에 입학하는 다연이의 입학 날짜는 32일도 아닌, 무려 33일이었다(휴직을 안했으면 입학도 안 한 아이를 낯선 유치원에 떨어뜨려 놓을 뻔 했다). 하물며 겨우 한 시간 머무는 다은이의 입학 첫날은 어쨌을 것이며 걸어서 20분은 가야 하는 등굣길은 적응도 없이 어쩔 뻔했나? 속수무책인 미래를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나는 감사하게도 퇴사 대신 휴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휴직 대신 퇴사를 하는 여성들이 존재하기에 마냥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아이들을 키울수록 딩크족이 점점 더 이해가 된다. 지구는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되고 있고 전염병과 자연재해가 전세계를 위협하는 와중에 자녀를 키우면서 생기는 수많은 어려움까지 감당하는 것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나 여성들에게 이것은 자녀를 키우면서 느끼는 기쁨, 애정, 충만감과는 별개로 어깨에 곰 백마리쯤의 부담을 더하는 일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무언가를 해 본 게 언제인지 꼽기도 힘들고, 마음대로 여행도 못 다니고, 아이가 아플까봐 전전긍긍하면서도 막상 내가 아프면 마음 놓고 쉬지도 못하고, 귀를 닫고 깊은 수면을 취하는 것은 남의 일이 되어버린, 아이 위주의 일상을 사는 엄마라면 공감하리라.

부모가 되든 되지 않든 여성(때론 남성)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육아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직장을 잃게 된다면 그것은 마냥 축복일 수 없다. 모든 직장인에게 초등학교 입학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휴직제도가 마련되면 어떨까. 직장이 아니라 국가를 상대로 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면 직장을 포기하는 부모도, 더 나아가 부모되기를 포기하는 직장인도 줄어들지 않을까.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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