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91

맛있는 음식이 흔치 않은 시절이었다. 여름이면 엄마는 우뭇가사리 콩국,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 오이냉국으로 가족들의 입맛을 달래곤 했다. 종종 막대 아이스크림도 만들어 먹었다. 얼음과자 용기에 달달한 미숫가루를 넣고 얼려 먹던 막대 아이스크림은 별미였다.

자신은 어릴 때 우유에 꿀을 넣고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었다는 남편이 어느 날 얼음과자 용기를 사 왔다. 그 시절의 용기와 흡사했다. 그러나 주스를 딱 한 번 얼려 먹고는 그걸로 끝이었다.

요즘 세상에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많은데. 편의점이며 마트,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각양각색의 아이스크림이 널려 있다. 이후 아이스크림 용기는 구석진 곳에서 보관 모드로 들어갔다.

집을 정리하다가 그걸 본 아이들이 놀잇감으로 점찍었다. 가지고 놀다 보니 아이스크림을 진짜로 만들어 먹고 싶어졌는지 딸기를 씻으려는 나에게 다은이가 달려왔다.

엄마 딸기 2개는 남겨 놔. 딸기 아이스크림 만들어 먹을 거야.”

갑자기 하는 말에 영혼 없는 대답을 했다. 아이들의 아이스크림 타령은 그날로 그치지 않았다. 딸기를 볼 때마다 딸기 2개를 남겨 놔라, 믹서기로 갈아서 딸기 아이스크림을 만들 거다는 말을 했다.

귀찮아질 것 같았다. 엄마가 더 맛있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사 주겠다고 선수치고, 만든 건 사 먹는 것보다 맛이 없다고 설득해도 아이들은 거절했다. 딸기 아이스크림 말고도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더 사주겠다고 유혹해도 뚝심있게 거절하는 아이들을 보며 하는 수 없이 딸기 한 상자를 더 사 온 날이었다. 둘이 노는 틈을 이용해 내 방식대로 딸기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시작했다.


1. 딸기를 식초물로 잘 씻은 후 잘게 썰어 전용용기에 2/3쯤 넣는다.

2. 우유에 꿀을 타서 섞은 후 전용 용기에 가득 붓는다.

3. 전용 막대를 꽂은 후 냉동실에서 얼린다.


이렇게 간단한 거였나?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내일 먹을 수 있다고 선언했다. 그 작은 것에 두 아이가 뛸 듯이 기뻐했다.

아이스크림이 밤새 꽁꽁 얼기를 기대하던 아이들이 주말 꼭두새벽부터 일어났다. 발판을 딛고 올라선 다은이가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냈으나 막대가 쉽게 빠지지 않아 낑낑대는 소리가 문틈으로 들렸다. 밖으로 나가 살짝 녹기를 기다린 후 아이스크림를 쑥 빼줬다. 아이들의 두 눈이 반짝였다.

얼마 전 폐렴을 앓은 다연이에게는 언니가 먹는 아이스크림을 옆에서 맛만 보도록 했다. 오랜만에 먹는 아이스크림에 다은이는 참새 눈물만큼의 양을 베어먹고, 다연이는 엄마 말대로 언니가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메롱해서 혀로 맛만 보았다. 둘은 그 과정을 오래토록 반복하며 공들여 아이스크림을 음미하고 또 음미했다.

아이들의 감탄과 끊이지 않는 웃음, 이 정도면 엄마 아이스크림 공장 대성공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볼까나?

첨가물과 보존제가 들어가지 않은 아이스크림이 여기 있어요. 만드는 방법은 초간단! 재료는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제철 과일, 우유, 3개면 충분하답니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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