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양극화 문제는 외치지만 밥상 양극화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사회

【깊은 산속 옹달샘】장애가 불러오는 먹거리 불평등 ⑪

지나치는 버스를 바라보고만 있는 휠체어 장애인
지나치는 버스를 바라보고만 있는 휠체어 장애인

 

# 포도밭 주인의 비유를 가르쳐주신 예수님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늘나라는 아침 일찍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을 찾으러 나간 주인과 같다.”

주인이 이른 아침 일꾼들에게 하루 품삯으로 한 데나리온씩 주기로 하고 포도밭에서 일하게 하였다. 그리고 주인이 아침 9시에 시장에 나가보니 사람들이 밖에 서 있었다. 주인이 말했다. “내 포도밭에 가서 일하시오. 적당한 품삯을 주겠소.” 사람들은 포도밭으로 가서 일했다.

그리고 주인은 오후 12, 오후 3시에도 시장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똑같이 말하고 포도밭에서 일하도록 했다. 포도밭 주인이 오후 5시에도 시장에 나갔는데 그때도 길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주인이 그 사람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왜 여기서 빈둥거리며 서 있는 것이오?” 그러자 그 사람들이 대답했다. “아무도 우리에게 일거리를 주지 않습니다.” 주인이 말했다. “내 포도밭에 가서 일하시오.” 그래서 그 사람들도 포도밭에 가서 일하게 되었다.

저녁이 되자 주인이 관리인에게 말했다. “나중에 온 사람부터 일찍 온 사람 순서대로 품삯을 나누어 주어라.” 관리인은 주인의 말대로 제일 나중에 온 사람부터 한 데나리온씩 품삯을 주었다. 그러자 제일 일찍 온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생각했다.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하루 종일 일했으니 훨씬 더 많은 품삯을 받겠지.” 그런데 그들도 똑같이 한 데나리온씩 받았다. 그러자 그들이 주인에게 불평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 동안 일한 사람에게 주는 품삯과 하루 온 종일 뙤약볕에서 일한 우리에게 주는 품삯이 같다니 너무 합니다.”

주인이 그 사람들에게 대답했다. “친구여 나는 잘못한 것이 없소. 당신들은 나와 하루 한 데나리온 품삯을 약속하지 않았소. 나중에 온 사람들에게 당신들과 똑같이 주는 것이 내 뜻이오.”

 

# 오후 늦게 와서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은 사람보다 새벽부터 일한 사람은 훨씬 많은 수당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세상의 상식이다. 그러나 이 포도밭 주인은 그러지 아니하였다. 포도밭 주인은 일을 조금밖에 못 한 일꾼도, 최소한의 일당을 받아 가족들 먹거리를 손에 들고 돌아가게 해주고 싶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정규직이 되고 싶어도, 남들처럼 열심히 일해 잘 먹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가.

 

# 장애를 안고 사는 독거노인이 계신다. 이를 두고 행정에선 장애수당에 기초수급자 급여까지 한달에 80만 원이 지급되니 먹거리 지원은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장애인의 식생활과 영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어떤 대안이 마련되어야 하는지, 사회적 관심은 있기나 할까. 경제 양극화 문제는 외치지만 밥상 양극화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 장애유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에 비해 음식을 섭취하는 기술도 떨어지고, 장애 자체로 인해 음식 섭취, 음식 준비와 음식점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시장을 보는 일도 쉽지 않으므로 간단한 인스턴트 식품을 주로 이용하게 된다.

장애로 인해 비만, 빈혈, 성장부진이 일어나기 쉽고, 일상적인 약물 복용의 부작용에 따라 변비, 위장장애 등의 문제를 겪기도 한다. 여기에 경제적 빈곤은 설상가상 그 아픔이 더 하다. 농산물꾸러미를 받은 장애인은 이런 말씀을 전해주셨다. “가공식품이 아니라 신선야채를 받아볼 수 있었고, 장애인의 먹거리에 대해 생각해주어서 좋았다고 말이다.

 

# 지난 201712월 말부터 장애인 건강증진과 의료 접근성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떤 지자체에도 장애인을 위한 영양개선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 장애가 불러오는 섭식의 어려움과 무관심은 먹거리 불평등을 불러왔다.

 

공정한 세상이라면 특정한 이들만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남자도 여자도, 똑똑한 이도 모자라는 이도,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모두 똑같은 품위와 존엄을 갖춘 인간으로 대등하게 인정받고 대접받아야 한다.

그동안 관심밖에 있던 먹거리 약자, 장애인의 먹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대안이 이제는 마련되어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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