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옹달샘】 복지 사각지대 해소 방안은 없나?
# 부모 모두 아이를 버린 조손 가정 강소희(가명, 17세)
소희네 가족은 부모님이 2년전 집을 나간 뒤 할머니와 소희 그리고 남동생 셋이서 산다.
사업을 하시던 아빠는 부도를 맞으면서 빚더미에 앉게 되었고, 밀려드는 빚쟁이들과 엄마와의 잦은 불화로 집을 나갔다. 그리고 엄마 마저 집을 나갔다. 어린 나이의 아이들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부모가 자식들을 버렸다.
그나마 엄마는 가끔씩 아이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한다. 아빠는 처음 몇 달은 생활비를 보내 주었지만, 돈을 보내지 않은 지 일년이 넘었다.
아무 말씀도 없는 70대 할머니는 노인 일자리며, 동네 밭일을 다닌다. 더 힘들어진 생활고를 버티기 위해 힘든 일도 가리지 않는다. 요즘 몸이 계속 아프다.
소희네 사정을 딱하게 여긴 사회복지사는 행정기관에 사정 얘기를 했다. 하지만 저소득층 가정으로 일시적인 지원만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옹달샘봉사단에서 과자류, 생필품, 식자제 등을 지원해 줄 때마다 소희 할머니는 “이런 고마움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형편이 나아지면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꼭 좋은 일을 하겠다”고 손을 맞잡는다.
요즈음 병원에 다니는 날이 많다. “곧, 겨울이 올텐데 날이 추워지면 일도 없어.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긴 한숨을 쉬는 소희 할머니. 소희네처럼 어려운 가정에 일시적이라도 생계형 수급자가 될 수 있는 제도는 없을까.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까다롭다. 선별적 복지모델이기 때문이다.
선별적 복지는 자산조사(가난증명서)를 통해 선별된 가난한 이들에게만 기초생활 보장제도를 제공한다.
선별적 복지는 대상자의 가족, 직업, 수입, 재산 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복지가 정말 필요한지, 대상자가 진정으로 일할 의욕이 있는지까지도 남김없이 조사하고 분석하는 일을 통해 작동하는 복지시스템이다.
‘나는 가난하다’를 증명해야 하는 일명 ‘가난 증명서’ 사회이다. 국가로부터 기초생활 지급제와 사회서비스 등을 받으려는 가난을 증명하는 과정 속에 살아야 한다.
만일 이 ‘가난 증명서’가 국가에서 수용되지 않으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지게 된다. 예컨데, A씨라는 사람이 건설일용직으로 한 달 평균소득이 115만 원이고, 병원비 때문에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함에도 기초 생활수급자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많기 때문이다. 기초생활 보장제도에서 2021년도 가구별 생계급여 선정기준액을 보면, 1인 가구 548,329원, 2인 가구 926,424원, 3인 가구 1,195,185원, 4인 가구 1,462,887원이다.
이처럼 선별적 복지는 사각지대와 낙인효과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고, 고독사로 이어져 한국사회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는 선별적 복지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결과이다.
우리는 더 이상의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하는 사람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까다롭지 않은 새로운 복지개념을 받아 들일 수 없는 걸까. 바로 기본소득같은 개혁으로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사회일까.
※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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