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에 대한 공식 통계도 없는 나라...죽음은 계속 되고

독거노인 159만명인데…뒤늦은 ‘고독사 예방법’ 내달 1일 시행

고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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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구정이 끝나고 옹달샘봉사단 한 선생님은 사랑의 도시락배분 첫날, 기쁜 마음으로 따뜻한 도시락을 들고 서산시내 한 여인숙에서 달방으로 살고 있는 70대 남성 A 씨를 찾아갔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지는 여인숙 주인의 말씀에 옹달샘봉사단 선생님은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여인숙 주인은 명절에 친척 집에 다니러 갔거니 하며 별 의심을 하지 않다가 혹시나하여 방문을 열어 보니 이미 돌아가신 상태였다경찰과 119에 신고하고 현장을 조사한 경찰은 돌아가신 지 한 2~3일이 된 것 같다는 답변이었다고 한다.

A 씨는 독거노인생활관리 대상자가 되기를 거부하셨던 완고한 분으로, 가끔씩 찾아뵙는 옹달생 선생님에게 마음을 열면서 최근 마음을 돌려 대상자로 신청하고, 도시락 지원도 받겠다고 했던 분이다.

 

#몇 년전에는 한 면 소재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홀로 살던 B 할머니가 수돗가에서 돌아가신 채 발견됐다. 옹달샘 봉사단 선생님이 연락을 취해도 전화를 받지 않아 찾아 간 집은 안으로 문이 잠겨 있었다. 인기척도 없는 집. 덜컹 겁이 난 선생님은 마을 이장님에게 문을 열어 달라고 요청하고 들어서면서 숨이 멎고 말았다. 할머니는 수돗가에서 고꾸라진 채 굳어 있었다. 돌아가신 지 수일은 된 것 같다는 조사결과에 미어지는 가슴에 못이 박히는 것처럼 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쓸쓸한 죽음인 고독사를 막기 위한 고독사 예방법이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정부는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5년마다 기본계획 수립에 나서고, 이를 위해 정확한 실태조사와 통계 작성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시행령에는 실태조사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법 시행을 앞두고 주거·생활여건, 사회적 관계 등 고독사 위험요인 등을 포함한 정확한 실태조사, 통계 작성이 우선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는 고독사에 대한 공식 통계가 없는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집계를 하는 무연고 사망자는 연고자가 있는 고독사까지 포함하지 못해 실제 고독사 발생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소외·단절된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 위험은 증가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국민 삶의 질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독거노인은 1589000여 명으로 2000543000여 명에서 100만 명 이상이 증가했다. 독거노인은 전체 노인의 19.6%에 달하고, 노인 5명 중 1명은 혼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실태조사와 통계 작성을 거치면 내년 하반기에나 기본계획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독거어르신의 고독사가 일어날까.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복지사 선생님들의 고통은 언제쯤이나 멈출 수 있을까. 현장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정책의 속도가 밉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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