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옹달샘】경로당 문을 닫다①

코로나19로 무너진 경로당 복지전달 체계

문 닫힌 경로당
문 닫힌 경로당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역경제뿐 아니라 사회복지시스템도 흔들리고 있다.

그중 경로당을 이용하던 독거노인을 비롯한 고령층 취약계층의 먹거리는 문제는 심각하다. 오늘도 푸드뱅크 신청자의 집을 방문하고, ‘복지의 현주소가 무엇인가' 라는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꼬불꼬불 한 농로를 몇 번인가 위험하게 돌아가면서 찾아간 독거어르신 집. 이런 집에서 사람이 어떻게 사나 싶다.

좁은 마당엔 부서진 집기들과 연탄재가 쌓여 있다. 천식에 허리조차 제대로 펴지 못하는 어르신은 거동이 어려워 보였다. 요양보호사가 일주일에 5번씩 와서 청소를 해준다고 방은 깨끗했지만, 심한 천식에 가슴에 기계 같은 걸 달고 있다. 방 한쪽에는 천식호흡 기계가 놓여 있다.

가족이 없는 수급자로 작년 10월까지는 시에서 관리하는 노인돌봄 대상자였는데 건강이 안좋아 최근 요양등급을 받았다고 말씀하셨다. 어제 아침에도 갑자기 몸 상태가 안좋아 119를 불러 병원에 다녀왔다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남의 얘기하듯 하셨다.

코로나19 보다 적막한 집이 더 무섭다"고 하신다. 작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마을 경로당도 문을 닫은 지 오래고, 찾아 주는 봉사자들의 발걸음도 뜸해졌다. 하루 한끼라도 해결할 수 있던 경로당은 먹거리의 해결처였고, 외로움을 달래 주는 안식처였다.

우선 우리 옹달샘 선생님들은 신청자의 집에 가면 냉장고를 열어 먹거리를 먼저 확인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먹는 것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텅빈 냉장고엔 오래된 반찬 몇 가지만 달랑 남아 있다. 식재료가 없는 탓에 요양보호사가 와도 만들어줄 반찬이 없는 듯했다.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미리 준비해간 고기와 몇 가지 반찬을 냉장고에 넣어드렸다.

가까운 친척도 이렇게 못해 주는데.......”라고 하시며 연신 고맙다고 어쩔줄을 몰라하셨다. 대화를 나누며 방을 살펴보니 수십년은 됐음직한 시골집 벽, 겨울 한기를 막기는 턱도 없다. “지난 겨울 어찌 지냈셨데유~~~?”

경로당에 다닐 때는 연탄이나마 아낄 수 있었는데 집이 워낙 허술해서 하루에 연탄 6장이 들어간다고 하신다. 그도 아끼느라 전기장판에 의존하고 계셨다.

면사무소에 갔다가 신문에 난 푸드뱅크 지원 광고를 보고 용기를 냈다고 하신다. 수십번 생각하고 생각하다 용기를 내 전화를 들었다고 하신다.

돌아오는 길. 몇 번이나 고맙다며 손을 흔들어 주시는 어르신. 복지라는 이름아래 수혜자를 관리하는 행정이나 사회가 아직은 그늘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을 보듬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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