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벽에서는 언제나 염산(HCl)이라는 아주 강한 산이 분출, 예방이 치료보다 효율적!

장하영 약사의 이야기-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진실로 고백하자면 난 남의 성공을 순순히 축하해주었던 기억이 없다. 독자들은 어떠한가? 옛 말에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다란 속담이 있다. 남이 잘 되면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니라 시기, 질투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사촌이란 말이다. 먼 친척, 잘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하필이면 사촌이란다. 그런데 비슷한 속담이 서양에도 있다고 하니 이러한 고약한 마음씨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지상정인 듯싶다. 물론 2촌 내 혈족이 땅을 샀다면 느끼는 감정은 또 다를 것이다.

남에게 기쁜 일이 있다면 정말 배가 아플까? 만일 그렇다면 어찌 된 일로 가능한 것인가? 과거에는 몸과 마음을 양분된 세계로 보았기 때문에 기전적 설명은 어려웠다. 다소 형이상학적 측면에서 마음이 몸을 맑힌다며 한발 물러선 채로 얼버무리는 정도였다. 그러나 인체 생리적(physiological) 기능상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때 말하는 배 아픔이란 아마도 위염또는 위궤양같은 일종의 소화성 궤양이 아니었을까.

소화성 궤양이란 쉽게 말해 위벽과 십이지장벽이 파괴되어 헐고 짓무르거나 심지어는 출혈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비유하자면 피부의 찰과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찰과상은 직접 연고를 바르거나 붕대로 상처를 보호하여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위벽은 직접적으로 손 쓸 방법이 없다.

따라서 치료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단시간에 치료하기도 어렵다. 설상가상 위벽에서는 언제나 염산(HCl)이라는 아주 강한 산이 분출되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위의 보호인자가 작동하여 이러한 산의 위협을 막아주어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궤양이 생긴 자리는 보호인자가 더 이상 작동할 수가 없다. 이때 콕콕 찌르는 듯한 속쓰림과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뿐인가. 위는 언제든지 음식물이 지나가는 통로이다. 우리가 무엇을 먹든 간에 위장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다면 소화성 궤양은 어떻게 치료할까? 치료제는 크게 두 가지 계열로 나눌 수 있겠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계열은 제산제이다. 제산제란 단순히 위산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약을 먹자마자 속쓰림이 진정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증상을 경감시키는 것이지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산반동이라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약효가 떨어질 때에 속쓰림이 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판되는 대표적 약물로는 겔포스, 알마겔, 암포젤, 탈시드 등이 있는데 제형은 주로 정제나 겔(Gel)이 대부분이다.

두 번째 계열은 위산분비억제제(H2길항제, PPI)’이다. 위산 분비를 줄여주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치료되도록 돕는다. 시판되는 약물로는 H2길항제인 큐란, 잔탁 등이 있다. PPI는 전문의약품이라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없으며 근래의 신약들은 PPI 계열인 경우가 많다.

임상 현장에서는 소화성 궤양에 단일 제제만 쓰지 않고 제산제와 위상분비억제제를 복합적으로 사용한다. 장시간의 치료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급작스런 속쓰림 증상에는 제산제로 위를 중화시켜 통증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위산분비억제제를 통하여 위산 분비를 저하시켜 자연적으로 치료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장약을 복용할 때 유념할 점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제산제는 위장의 산도를 낮추기 때문에 다른 약의 흡수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른 약들과는 적어도 30분 정도 간격을 두고 복용하여야 한다.

뭐든지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 노력이나 비용 측면에서도 예방이 치료보다 효율적이다. 특히 위장관 질환은 진행되기 시작하면 멈추거나 치료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평소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속을 자극할 수 있는 음식은 가능한 피하고 스트레스 받는 생활을 피하기만 해도 충분히 소화성궤양은 예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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