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 치료는 유산균과 흡착성 지사제를 따뜻한 물로 복용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

장하영 약사의 이야기-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약국을 경영한지 어언 12년이 되었다. 이쯤이면 약국에 들어오는 손님 걸음걸이나 표정만 보더라도 어디가 아픈지, 내방한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뿐인가. 대화 몇 마디만 나누다 보면 성격이나 고향 따위의 프라이버시도 쉽게 캐치할 수 있다. 요즘엔 요령도 생겼다. 약국 경영 초기에는 손님을 대하는 방식에 융통성이 없어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지금은 탄력적으로 대응하기에 별 문제가 없다. 물론 아직도 신중치 못하게 반응하여 처신이 밑천을 드러낼 때가 있다. 언행은 인격이 아닌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사람의 첫 인상 3초가 그 사람 이미지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하였다. 대부분의 약사들에게 환자의 첫 인상이란 걸음걸이와 얼굴 표정이다. 느긋하게 내방하는 환자는 상비약 구매나 영양제 상담 같은 목적을 지녔을 것이다. 분명 대화가 길어질 것임을 직감할 수 있으며 약사들도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그러나 급하게 내방하는 환자는 대부분 속이 안 좋아서이다. 그 중에서도 주로 설사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설사만큼 괴롭고 참기 힘든 질환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설사를 정의하자면 ‘13회 이상 배변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설사를 상상해보자. 묽은 변과 함께 빈번한 배변활동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설사 그 자체는 질병이 아니고 증상만을 의미한다. 다른 1차적 원인에 의해 설사라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 원인은 식이성(음식물), 약물성, 감염성, 다른 지역의 물 섭취(여행자 설사) 등이 있다. 이중 음식물이 원인인 경우가 가장 흔하다.

설사의 세세한 원인은 여간해서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섭취하였던 물이 대장에서 흡수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섭취하는 물은 대장에서 대부분 흡수된다. 하지만 어찌한 이유로 흡수가 방해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물의 부피만큼 변의 양이 많아지고 자연적으로 배변 횟수도 늘어날 것이다. 당연히 변은 묽어지고 때로는 거의 물의 형태로 배출된다.

분명한 사실은 설사 자체가 몸에 마냥 해롭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장 속의 과도한 물을 배출하기 위한 자구적 반응일 뿐이다. 사실 설사가 만성이 아니라면 그냥 놔두기만 해도 저절로 낫는다. 그러나 설사는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함을 초래하며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절한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설사를 치료하기 위한 약물을 지사제라고 한다. 일반의약품으로서 지사제는 대부분 흡착성 지사제를 의미한다. 이러한 약물은 장에서 유해한 물질과 물들을 모두 흡수하여 대변으로 배출해 버린다. 쉽게 말해 점토 같은 물질을 생각하면 되는데 우리 몸속에서 흡수되지 않으므로 부작용도 거의 없다. 종류로는 스멕타, 후라베린 등이 있다.

그리고 유산균 제제가 있다. 특히, 항생제 섭취로 인하여 장내 균총이 무너졌을 경우 시급하게 유익한 유산균을 보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자면 장 영양제라고 이해하면 된다. 유산균은 설사뿐만 아니라 변비에도 도움이 되므로 장을 관리하는 목적으로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제제로는 프로바이오틱스, 메디락 등이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감염성 설사가 있는 경우 항균제제인 니푸록사지드(Nifuroxazide)’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감염성 설사는 의사의 진단에 따른 약물 복용이 바람직하다. 끝으로 생약제제로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되어온 정로환도 빼먹을 수 없다.

활명수 등 발포성 소화제를 지사제와 함께 복용하는 환자들을 자주 보았다. 이는 오히려 장을 자극하여 배변 횟수를 늘리므로 설사를 악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설사에 소화제를 복용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인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사 치료는 유산균과 흡착성 지사제를 따뜻한 물로 복용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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