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일종 국회의원이 현지실태를 살피기 위해 서산시 공용버스터미널 인근 쪽방촌을 방문하여 어려운 점을 살피고 있다.

 

2평 쪽방...보증금 50만 원에 월세 15만 원

8가구 공동화장실...인간다운 주거권 없는 사람들

 

#1. 서산공용버스 터미널 인근 쪽방촌에는 독거노인과 외국인근로자 등 대부분 1인 가구가 산다. 2, 3층 복도로 이루어진 거주공간에는 총 8가구가 살며, 계단에는 공동화장실이 놓여있다. 1가구당 거주공간은 약 2평 남짓한 방에 취사도구와 전열기구가 널려 있어 화재의 위험을 달고 산다. 누울 수 있는 공간은 딱 전기장판 한 장 크기다. 조그만 창문으로는 시장통 더운 바람만 간간히 불어온다. 월세는 보증금 50~60만 원에 월 15만 원, 전기세, 수도세는 별도다.

 

#2. 밤이면 붉은 네온사인이 번쩍이고, 술 취한 취객들의 목소리로 시끄러운 곳. 도로변을 벗어나 서산 서부상가 안쪽으로 들어가면 폐쇄된 가게로 낮에도 을씨년스런 어두운 공간에 노후의 삶을 위탁하며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독거노인이 있다. 햇빛조차 들어 올 창문 하나 없고 바람 한 점 없는 곳. 들어서면 곰팡이 냄새에 탁한 공기가 숨을 멎게 한다.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 세면이나 빨래는 물론 식수조차 상가 공중화장실을 사용한다.

 

#3. 쪽방촌의 주거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나오듯 열악함을 넘어 생명권까지 위협받고 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시골지역 독거노인은 그중 나은 편. 도심 빌딩 숲속에 숨겨 진 쪽방 현장은 식사와 위생 수준이 위험 수준을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우선 씻고 생리현상을 해결할 화장실이 없다. 공동화장실 내지 상가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한다. 언감생시, 빨래는 꿈도 못꾼다. 2평의 방안은 식사를 해결할 싱크대조차 들어 설 공간이 없다. 방 구석 한쪽에 숟가락과 몇 개의 반찬통과 그릇들이 놓여있고 전기밥솥에는 밥을 지어본 지 며칠이 지났는지 메말라버린 밥알 몇 개만 붙어 있다.

 

#4. 주거권은 물리적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말한다. 지금의 쪽방촌 거주자에게 이런 권리는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겨울 추위를 피해 신문지 위에 깔린 전기장판은 눅눅하고, 가끔씩 봉사자를 통해 전달되는 반찬통, 그릇과 숟가락조차 정리할 공간이 없는 방안에 온 몸이 피부병으로 뒤덮인 독거노인을 대하며 고개를 떨군다. 쪽방촌의 위생관리는 손조차 대기 어렵다. 2평의 공간에서 먹고, 자고, 씻고, 화장실을 구분하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쪽방촌의 사회빈곤층은 천형을 받은 것일까. 아니면 최소한의 주거복지란 대한민국에는 없는 희망사항일 뿐인가?

 

쪽방촌, 주거공간의 근본적인 해결이 절실하다

성일종 의원 “공동체 생활공간 조성이 답이다”

 

서산시에서는 지난 해 본지의 『[르포] “도저히 안에 있을 수 없어요”…바깥보다 더 찌는 쪽방 독거노인들』 보도 이후 쪽방촌의 현황 파악과 긴급복지지원에 나섰다. 봉사단체에서도 선풍기 지원에 나서는 등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잇따랐다. 그 결과 서산시청 앞 로터리 신한은행 뒤 여인숙촌에 거주하던 B 씨(여)는 영세민 주공아파트로 옮겼다.

그러나 그로부터 딱 1년 만에 다시 찾은 쪽방촌은 별로 달라진 점이 눈에 띄지 않았다. 1년 전 긴급 지원된 선풍기는 빛바랜 모습으로 힘없이 돌고 있었다.

독거노인들은 생활이 어려운 노인의 생활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한 올해 5만 원 인상된 정부의 기초연금 30만 원과 기초생활수급자(주거, 의료, 생계) 30만 원으로 월평균 소득은 60만 원에 해당한다. 여기에 쌀과 의료지원과 약값지원이 있어 자부담은 미미하다.

문제는 쪽방촌 같이 주거공간의 근본적인 해결이 없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주거복지는 요원하다.

쪽방촌을 동행한 성일종 국회의원은 “와서 보니 먹는 문제와 위생문제가 심각하다. 일자리도 대화 상대도 없는 감옥 아닌 감옥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고,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라며 국회 발언을 준비할 것과 함께 비서관에게 쪽방촌의 현실을 영상으로 촬영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성 의원은 쪽방촌을 나서며 “우선 도심 내 쪽방촌이나 그와 유사한 주거형태에서 거주하는 독거어르신을 중심으로 폐교 등 국유지, 시유지 등을 활용 해 공동체 생활공간을 만들어 식사와 의료지원을 통해 위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해답일 것”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실상 부지와 시설에 대한 인프라가 조성된다면 독거어르신 기초연금과 기초생활수급지원금 수준이면 공동체 생활공간에서 생활 할 수 있는 운영 관리비가 충당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성 의원은 “6.25 전쟁 후 전국에 부모 잃은 아이들을 위한 고아원이 많았다. 70~80세가 넘는 독거어르신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자식 잃은 고아다. 이제는 국가도 독거어르신 주거복지에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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