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도저히 안에 있을 수 없어요”…바깥보다 더 찌는 쪽방 독거노인들

2평 남짓 쪽방…밤에는 모기와의 전쟁 “여름이 무섭다” 김영선l승인2018.07.25l수정2018.07.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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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 : “창문으로 바람도 안들어 오고, 밤마다 잠을 설쳐...” 얼굴에는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사진2 : 동부시장 인근 서산시 쪽방촌 골목사진3 : 쪽방촌 실내 모습. 복도를 따라 2평 정도의 쪽방이 나뉘어져 있다. 사진4 : 노년을 보내는 독거노인이 거주하는 여인숙 골목

낮 기온이 36도를 넘나들면서 24일 동부시장 인근 쪽방촌은 한증막으로 달아 올랐다.

뒷골목을 돌아 2층, 3층으로 낡은 계단을 오르면 2평 남짓 쪽방들이 거친 혓바닥을 내민 채 열기를 내뿜고 있다.

이날은 미리 연락을 하고 찾아 뵙는 날. 수십년 동안 제대로 된 관리조차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낡은 건물 2층. 힘을 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계세요?”라고 부르자 독거노인은 한참 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방 안에서 나오는 더운 기운이 바깥으로 확 끼쳤다. 찾아 들어간 방안은 2평 남짓. 좁은 창문 탓에 빛이 들지 않아 어둡고, 바닥은 습기로 눅눅했다. 방안에는 선풍기 하나만 달랑 뜨거운 바람을 뿜어내고 있다.

“밤에 잘 때만큼은 문을 닫고 싶은데 요즈음 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잘 수가 없어….”

35도를 웃도는 뜨거운 햇볕에 쪽방들은 찜질방을 연상케 했다. 지난 밤에는 옆방의 노인이 술 취해 방마다 두드리며 유리창을 깨는 등 난동으로 부려 문도 못열었다고 한숨을 쉰다.

“겨울이 더 힘들지 않으세요?” 어르신은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다.

“한 달 월세가 15만 원여. 기초수급비로 월세 내고 이것저것 비용내면 손에 남는 게 없지. 그래도 한 겨울이 훨씬 나. 전기장판 하나면 솜이불로 견딜 수 있는 데 요즘 같이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는 방법이 없어. 창문으로 바람도 안들어 오고, 밤마다 잠을 설쳐...”

얼굴에는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80살이 넘으면서 이제 근력도 없고 관절염이 심해 폐지도 줍지 못한다는 A 씨 눈빛에 절망감이 스쳐간다. 자식들 이야기에는 애써 말꼬리를 감추며 외면한다. 방안을 살펴봐도 누구 한명 왔다간 흔적이 없다.

이 쪽방촌에는 독거노인 몇 분과 외지에서 들어 온 일용직이나 외국인노동자들 등 10여명이 살고 있다. 안전관리나 화재위험에 대한 대비도 없다. 영등포 쪽방촌이나 서산 쪽방촌이나 별 다르지 않다.

방안에는 휴대용 가스렌지에 빈 냄비 하나 달랑. 냉장고도 없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있다는 걸 금새 알아챌 수 있다. 반찬봉사도 연결시켜 드리고, 사랑의 쌀도 갖다 드리지만 주거문제는 일개 복지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벽이다.

 

여인숙에서 노년을 보내는 독거노인

주공 임대아파트 신청...“순서 오려면 죽은 다음 일게야”

 

서산시청 앞 로터리 신한은행뒤 여인숙촌은 저녁 7시가 넘었어도 뜨거운 열기가 엄습했다.

해가 지는 시간이지만 기온은 여전히 33도를 웃돌아 골목골목마다 사람 모습 하나 없다.

옛 서산시 원도심 모습 그대로 낡은 00여인숙, △△여인숙 등이 숨이 탁탁 막히는 골목길 안쪽으로 자리잡고 있고, 독거어르신을 만나러 가는 골목에서 몇 발짝 디디지도 않았는데 입고 있던 티셔츠는 땀으로 축축해졌다.

원도심 빌딩 숲 뒷골목에 위치한 여인숙은 이제 손님이 없는 세월의 뒷안길로 사라지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 위탁할 곳 없는 독거노인들이 들어온 것.

기초수급비로 받는 30만원은 월세로 몽땅 들어가고 손에 남는 게 없다. 봉사단체나 시에서 주는 쌀을 주인에게 주고 간혹 밥을 얻어먹는다. 어짜피 여인숙은 밥을 해 먹을 공간이나 시설이 없는 방 하나가 전부다.

70대인 B 씨(여)는 푹푹 찌는 방 안에 있기가 힘들어 가까운 미용실에서 숨통을 틔우며 종일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다. 방안에는 창문이 없다.

항상 사람이 붐비는 시청앞 로터리에서 불과 100m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지만 골목안은 다른 세상. 자식들도 외면한 채 여인숙에서 3년째 살고 있다는 A 씨는 여인숙 주인 일을 도우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주공 임대아파트 입주를 신청 했지만 순서가 오려면 아마 죽은 뒤나 될 것 같다고 푸념이다.

담당 복지관리사는 “쪽방으로 전전하는 독거어르신이 이쪽에만 10여명 정도 된다”며 “매주 쪽방에 다니며 안전을 확인하고 있지만 폭염 때문에 쓰러질까 봐 우려스럽다”고 걱정이다.

한편, 서산시에는 홀로 사는 노인들의 행복한 노후생활을 돕기 위해 농촌고령자 및 독거노인 공동생활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시설은 농촌지역 노인들이 공동취사·공동숙박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외로움을 해소하고 행복한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곳으로 시내권 쪽방 독거노인들은 그림의 떡이다.

일반 시민은 잘 모르는 서산의 쪽방촌. 복지의 사각지대임에도 행정적 도움의 손길은 아직 미미하다. 오늘도 복지관리사의 마음만 시커멓게 또 멍이 들었다.


김영선  noblesse05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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