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를 먹으면 눈을 맑게 하고 시력도 좋아

옷을 두툼하게 입은 아낙들 이십 여명이 봉고차에서 우르르 내리더니 넓은 냉이 밭으로 향한다. 지난해 팔월에 씨를 뿌려 심은 냉이를 캐러 온 것이다. 요즘 날이 풀리자 서산은 외지에서 온 장사꾼들이 냉이를 날마다 캔다. 냉이는 향긋한 냄새에 먹기도 좋을 뿐더러 피가 잘 통하여 간을 보호하고 눈을 맑게 하여 시력 보호에도 좋다고 한다. 언 밭에서 냉이 캐기가 어려우니까 전 날 두툼한 비닐을 덮었다가 캐기 직전에 비닐을 걷어내고 캔다. 손과 발이 시려워서 밭에다 불을 놓고 쬐면서 캐니까 일은 여간 더딘 것이 아니다. 냉이는 추위에도 강하고 잎은 얼었다 녹았다 갈색으로 변하여 약이 되나보다.

품값이 얼마냐고 물어보니까 너무 싸니까 물어보지 말라고 한다. 한 분이 몰래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인다. 삼만 원이냐고 물어보니까,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 십년 전에도 냉이 캐는 품값은 삼만 원이었단다. 옛날에는 점심도 안주고 빵만 주었는데 그래도 요즘은 점심은 준다고 하면서 다른 품값은 오르는데 추운 겨울에 냉이 캐는 품값은 왜 오르지 않느냐고 푸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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