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배추가격에 울고 웃는 농가들

12월 중순. 김치냉장고가 그리 많이 보급되지 않은 예전에는 눈발이 날리는 요즈음 김장이 한창일 때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인 김치냉장고는 김장문화도 바꿔 놓았다. 지금쯤이면 각 가정마다 김장을 했거나 혹은 때늦은 김장 준비를 하는 시기다.

배추의 경우 올해는 기온의 일교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데다 태풍 피해도 거의 없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0%가량 더 좋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배추·무 가격이 폭락하여 농가들은 울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표한 올해 겨울배추 평균 도매가격은 10㎏당 3500원으로 지난해 7960원보다 56% 하락했다. 배추 농사가 잘 돼도 농가 입장에선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어떨 때는 배추 1포기가 1만원을 훌쩍 넘기다가 또 어떨 때는 동전 몇 개로 살 수 있는 가격까지 곤두박질치는 이 ‘가격의 불확실성’이 배추 농사의 가장 어려움이라고 농가는 말한다.

농사가 투기도 아닌데 배추 1포기 가격이 왜 이렇게 널을 뛸까? 그것은 배추가 수요와 공급 모든 측면에서 가격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이다. 가격의 탄력성이란 가격 변화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느냐를 얘기한다.

농가(공급자) 입장에선 배추의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내일 바로 생산량을 늘릴 수가 없다. 배추는 씨를 뿌려 키운 모종을 옮겨 심고 출하하기까지 약 90일이 걸리는 농작물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수요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배추의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우리는 식탁 위에 있는 김치를 두 점씩 집어먹지 않는다. 김치를 소비하는 양이 배추 가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하기 때문에 이 역시 비탄력적이다.

비탄적인 가격의 특성 때문에 배추는 약간의 공급 부족에도 가격이 폭등하고, 약간의 과잉이어도 가격이 폭락하는 특성을 보인다.

그렇다면 배추 1포기의 적정 소비자 가격은 얼마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배추가 생산돼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의 유통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배추는 산지유통인이 생산자(농가)로부터 밭떼기로 구입하여 도매시장, 대형유통업체, 대량수요처 등으로 판매하는 것이 주된 경로다. ‘포전거래’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국내 배추 유통의 85%가량을 차지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2010년 기준) 배추 1포기당 생산원가는 약 700~800원, 산지작업비가 5t 차량 당 45만~50만원, 운송비도 거리에 따라 40만~60만원까지 소요된다. 포기 당 최소 1200~1300원이 돼야 농가 입장에선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 유통비(포장가공, 보관, 운송, 하역, 청소, 관리, 인건 등)가 추가된다. 배추는 출하 단계에서 물류비가 62~67%, 소매 단계에서 30~34%를 차지하므로 소매상인들은 2300~2400원에는 판매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다만 이는 날씨 변화 같은 자연적 요소들을 전혀 고려한 가격이 아닌 데다 배추가 다른 작물보다 가치에 비해 부피가 크고 중량이 무거워 운송비가 상대적으로 높게 발생한다는 걸 고려하면 포기당 가격은 최소 3,000원은 되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노력의 정당한 댓가를 주고 받는 농산물 가격은 요원할까? 시장경제에게만 맡길 수 없는 농산물 시장. 로컬푸드에서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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