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수 안면도성당 신부

안면도에 4년 째 살고 있는 필자는 여행을 오시는 손님들을 만날 때 마다 우리지역은 전국에서 울릉도 다음으로 공기가 깨끗한 곳이라고 자랑하면서 지내왔다. 정확한 근거없이 들은 풍월로 하는 내 자랑을 들을 때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끄덕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정작 나 자신은 천수만 건너 대천 화력발전소에서 하얗게 무럭무럭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볼 때마다 내자랑에 대한 의심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청정하다는 우리 동네 하늘이 황사의 계절 봄가을로는 뿌옇게 내리눌리는 장면을 마주하면서는 더 이상 ‘맑은 공기 어쩌구...’ 하면서 자랑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급기야는 미항공우주국 나사에서 발표한 공기오염지도를 보고서는 내 말이 완전 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동안 발설했던 나의 근거 없는 선전에 대하여 심심한 사과와 유감의 뜻을 전하고 싶다.

‘깨끗한 공기가 마시고 싶어요’라는 외침이 서산시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쓰레기와 산업폐기물 소각장 및 매립장 건설로 인한 시민들의 건강권이 침해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게 일어나고 있다.

계획대로 소각장과 매립장이 들어올 경우 직접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의 주민들과 어린이들까지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제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로 건설 백지화를 주장하는 여론이 확산되어가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에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당국자들은 깊이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늘도 황사가 들이닥쳐 연신 재체기에 시달리면서 필자에게 찾아드는 몇 가지 의문을 적어 본다.

소각장과 매립장의 건설을 결정했던 공무원들-시민들을 위해서 존재해야하는 사람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무슨 유익이 시민들에게 주어지길래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시민들에게 나누어 줄 돈이 많이 생기나?

그런데, 숨 쉬는 것이 고역이 되어버린 하늘아래에서 그 돈 준다고 하면 좋아할 시민들이 있을까?

아니면 고관대작들의 개인 주머니가 두둑해지려나?

아!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려면 반드시 매립하고 태우는 곳을 마련해야 하는것인데, 모두가 다 우리 동네는 안된다고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울상을 지을 수도 있겠다.

헌데, 이토록 어려운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썩이기 전에 쓰레기가 덜 나오도록 하는 데에 우리-공무원 포함-는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을까?

쓰레기는 나오는대로 모두 묻거나 태워야 하는 것인데, 무한정 나오는 것을 처리하기 위해 무한정 소각장과 매립장을 지으려고 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힘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쓰레기가 덜 나오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똘똘한 사람들이 많이 살 것으로 추측되는 서울시는 지구가 뜨거워져 에어컨을 사용해야 하는데 전기세가 많이 나와 열받은 참에 발상을 전환해서 전기 사용량을 줄이자는 방향으로 선회하여 “원전하나 줄이기”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원자력발전소 하나에서 나오는 전기량 만큼의 전기소비를 줄이는 데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민 못지않게 똘똘하실 우리 서산 시민들도 이참에 “쓰레기 제로 세상 만들기” 운동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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