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 탱자성협동조합 이사

서산시와 서산시의회가 예산을 어떻게 편성하고 어떻게 심의·의결해서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지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서산시와 서산시의회에서만 있을 수 있는 어이없는 예산이다.

서산시 체육진흥과가 2017년도 본예산(안)에 시민체육대회 전야제 예산으로 3,000만 원을 요구했다. 이에 서산시의회(총무위원회)가 낭비성 예산이라며 전액을 삭감한다. 지방의회는 예산에 대한 편성권, 조정권은 없고 오로지 삭감 권한만 있다.

그러나 서산시는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다시 시민체육대회 전야제 예산 3,000만 원을 재편성해서 요구한다. 시의회는 다시 한 번 이 예산을 삭감한다. 여기까지는 의회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음이 보인다. 그동안의 모습은 서산시와 시의회가 서로 좋은 게 좋다며 추경예산(안)에 올라온 예산을 못이기는 척 심의·의결을 주곤 했다.

이럴 경우 서산시가 예산을 조금 삭감해서 추경예산(안)에 편성해서 심의를 받는데 이번에는 좀 더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처음 요구했던 금액보다 1,000만 원을 더 보태서 4,000만 원을 요구했다. 삭감 예산을 더 증액해서 올리는 행태는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서산시의회의 정당 구성이 묘하게 된다. 7대 의회가 개원할 당시는 새누리당 7명, 민주당 6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다가 총선을 치루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소속 의원 1명이 탈당을 하면서 새누리당 6명, 민주당 6명, 무소속 1명으로 바뀌게 된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 원구성을 치루는 과정에 서산시 의회에 균열이 생긴다. 민주당 의원 1명이 탈당하면서 새누리당 6명, 민주당 5명, 국민의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정당구성이 바뀌더니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 1명이 추가 탈당을 한다.

새누리당(이후 자유한국당으로 명칭이 바뀜) 6명, 민주당 4명, 국민의당 2명, 무소속 1명으로 서산시의회의 정당구조가 바뀌면서 의회의 행정부 견제활동에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의장, 3개의 상임위원장 모두 자유한국당이 차지하면서 아마도, 서산시가 이런 정치학적 구조를 발 빠르게 계산을 한 듯싶다.

이완섭 시장과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6명이나 되고, 무소속 의원은 본래 새누리당 소속이었고, 민주당과 불편한 관계 때문에 뛰쳐나간 국민의당 2명도 자유한국당에 가깝다고 판단 한 듯싶다. 그런 계산을 마치고는 과감하게 본예산과 제1회 추경예산에서 삭감된 예산에 대해 과감하게 1,000만 원을 증액 편성해서 제2회 추경예산(안)에 예산을 요구했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서산시의회(총무위윈회)는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올라온 시민체육대회 전야제 예산 4,000만 원을 보고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리고는 계속되는 공무원들의 집요한 로비에 어쩔 수 없이 본예산(안)에 올렸던 3,000만 원으로 심의를 마치게 된다. 예산 요구액 4,000만 원에서 1,000만 원을 삭감하는 내용으로 형식적인 모앵세를 갖췄다. 그런데, 최종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이 금액이 갑자기 4,000만 원으로 다시 둔갑한다. 자신들이 삭감한 예산을 계수조정을 하면서 다시 살려주는 웃지 못 할 일이 발생한다.

상임위에서 논의를 통해 삭감한 금액을 다시 살려주는 것은 의원 스스로 의원이 아님을 고백하는 행위다. 행정부의 하수인이 되겠다고 만천하에 선포하는 것과 같다. 어떤 지방의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어이없고 한심스러운 일이다.

정부지침은 각종 축제와 행사에서 전야제 행사를 지양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축제예산도 낭비성 요인이 많은데 그중 전야제 예산은 특히 일회성, 이벤트성 예산으로 낭비적 요인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지자체가 축제나 행사에 전야제 행사를 하지 않는 추세다.

그럼에도 서산시가 무리수를 두어 1,000만 원의 예산을 증액해 예산을 요구한 것도, 시의회가 자신들이 삭감한 예산을 최종 예결위 심의에서 도로 1,000만 원을 살려준 이유도 모두 정치적인 이유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각종 행사에서 공개적으로 얼굴을 알리고 추진하고 있는 현안에 대해 적극 홍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직 자치단체장들은 적극적으로 행사를 활용한다. 문제는 그런 행사비 모두가 시민들의 소중한 세금이라는 것이다.

복지예산은 예산이 없어서 못한다고 하는 공무원들이 낭비성 예산인 행사비에는 수천만원씩 증액해서 써대는 서산시와 낭비성 예산이라는 것을 알면서 삭감은 못할망정 스스로 알아서 증액 승인해주는 서산시의회의 낯 뜨거운 민낯이다.

시민들의 소중한 세금을 낭비성 예산으로 편성해 자신을 홍보하고 치장하는데 사용하고, 이를 증액을 통해 맞장구를 쳐주는 시의회. 이제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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