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우 부석사 주지스님

사람이 산다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생명의 근원은 태양이다.

태양이 없다면 우리는 한시도 생존이 불가하다. 태양빛으로 산천초목이 생명력을 얻고 사람은 거기에 의지해서 살아간다. 그런데 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착각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힘으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고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우선 순위도 사람의 이익에 모든 것이 우선하는 것이 되어 버렸다. 사람의 이익이란 눈앞의 유혹에 불과할 뿐 돌아서면 다시 엄청난 재앙으로 돌아오게 된다.

대산에 석유화학단지가 들어선다고 했을 때 서산시민의 대부분은 환영의 의사를 표했을 것이다. 산업시설이 들어오면 세수가 증가하고 사람들이 유입되어 서산이 발전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서산은 이런 산업시설의 유치에 따른 이득을 적잖이 보고 있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는 어쩌면 가장 소중한 건강을 잃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산의 석유화학단지는 애초부터 입지선정이 잘못되었다. 왜냐면 우리나라는 북서풍과 남서풍이 부는 계절이 가장 많은데 이런 바람의 방향은 오염물질을 사람 사는 내륙으로 날려 보내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건물의 크기를 결정할 때도 사람의 이익에 서서 판단하지 않았다. 산세와 생태를 고려해서 가장 잘 조화되고 어울리는 크기를 결정했다. 그렇게 한 가장 큰 이유는 사람도 자연의 하나일 뿐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지혜로운 선사들은 축원문에 우순풍조라는 말을 항상 넣어 읊조렸다. 필요할 때 비가 적당히 오고 바람도 필요할 때 적당히 불게 해달라는 말이다.

이는 사람 사는 이치가 사람의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요즘 서산에서 일어나는 환경 현안들을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모습은 개발의 논리를 세우는 측에서는 자연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고 조정할 수 있으며 자연을 희생해서 얻을 수 있는 사람의 이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자연의 희생이 사람의 희생이라는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의 소치이다. 우순풍조를 매일 되뇌었던 조상들의 지혜가 절실한 이유이다. 사람이 자연이고 하나라는 생각을 많은 시민들이 공유해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