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 중

▲ 각양각색의 사연을 가슴에 담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석림7통. 과거에 비해 한결 환해진 분위기로 변모했다.

수석동 석림7통은 신주공 아파트 3단지 301동과 302동 지역이다. 이쯤이면 벌써 ‘아! 그 동네’하고 눈치를 채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이 2개 동은 영세민 임대주택으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새터민 등 우리사회의 보살핌이 절실한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는 곳이다.

이런 특징 때문인지 이곳은 과거 미운 오리새끼로 통했다. 가슴 아프고 힘든 사연을 가지고 정착한 사람들이 처음부터 화목하게 지내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힘들고 팍팍한 일상을 술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보니 주취폭력과 관련한 다툼이 잦았고, 새터민들은 낯 설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이웃들과 종종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이곳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변화의 시작은 자그마한 태극기.

사연을 모르는 사람들은 태극기와 마을발전, 그것도 아파트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질 법도 하지만 태극기 한 장이 이뤄낸 긍정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그 중심에는 유백곤 통장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는데 10여 년 전 새마을지도자 시절부터 마을 단합을 위해 자비를 들여 태극기를 보급하고, 국경일 마다 게양을 독려한 탓에 국경일이면 석림7통은 서산 어느 지역보다 태극기 물결을 이루는 애국마을로 변신했다. 태극기를 나눠주기 위해 각 가정을 방문하고, 국경일이 되면 또 방문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소통할 기회가 많아졌고, 이런 잦은 만남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특효약이 돼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주민들이 변하면서 석림7통도 차츰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자살률 1위 등의 불명예스러운 딱지는 이제 차츰 옛이야기가 돼가고 있으며 임대아파트에 살아도 서로 도우면 잘 살수 있다는 생각이 입주민 사이에 퍼지면서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사실 석림7통 주민들이 꿈꾸는 백조는 우리가 생각하는 화려한 백조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소박한 생활이나마 지금처럼 행복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이곳 사람들이 꿈꾸는 백조다.

다른 곳보다 훨씬 많은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석림7통, 그래서 이곳이 사람 사는 냄새가 더 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터뷰 유백곤 통장

“주민들의 손발이 되고 싶어”

유백곤 통장의 소망은 어려운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통장 이전에도 새마을지도자를 역임하며 단지 곳곳을 누빈 까닭에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천리안처럼 꿰뚫어보고 있다. 그동안 유 통장은 단지 내의 환경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밝고 건강한 분위기가 사람들의 행동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믿은 까닭이다. 노력 끝에 석림7통은 과거와 다른 분위기를 갖게 됐고, 실제로 주민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유 통장이 남다르게 신 경 쓰는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 노인들의 건강관리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석림7통에서 종착이란 단어와 마주해야하는 상황인 터라 유 통장은 노인들이 남은 시간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저도 사실 과거에는 어둡고 어렵게 살았지만 석림7통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지금은 남들에게도 희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변했으면 살기 좋은 곳 아닌가요?”하며 환하게 웃는 유 통장. 석림7통은 이미 백조 같은 마을로 변신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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