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홍(자유기고가, 향토사가)

일반적으로 우리는 문화(culture)와 문명(civilization)은 동의어로 사용한다.

그런데 사전적 의미에 있어 문화의 반대말은 자연(自然)이고 문명의 반대말은 미개(未開)나 야만(野蠻)이다. 그렇다면 형식논리상 자연과 미개나 야만은 동의어로 같아야 한다.

독자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에 자연과 미개나 야만이 과연 같은 의미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자연은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존재하는 모든 것과 그 세계를 뜻하는 것이요. 미개는 사회가 발전되지 못하고 낮은 문화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며, 야만은 미개하여 문화수준이 낮은 상태에서 교양 없이 무질서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뜻한다.

또한 자연과 미개나 야만의 차이점은 사람의 힘이 더해지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이다. 즉 인공(人工)의 유무이다. 자연은 인공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곳이고 미개나 야만은 인공이 영향을 미치는 영역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즉, 자연은 문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한 것이요 미개나 야만은 억지로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철학적 의미의 내포(內包)와 외연(外延)이 모두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엄밀하게 말하면 문화(文化)와 문명(文明)은 동의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세계사를 통해 우리는 나일강 문명, 유프라테스-티그리스강 문명, 인더스-갠지스강 문명, 황하 문명을 익히 알고 있다. 인류의 4대 문명이라 일컫는 이들 문명은 모두 큰 강을 끼고 성립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이 인류에게 주는 이점은 정말로 대단하다. 우선, 강은 인류에게 경작할 수 있는 비옥한 옥토를 제공함으로써 우리가 먹을 식량을 제공해 준다. 그리고 또 강 그 자체가 운송로 역할을 수행하여 주변 지역과의 교류를 가능하게 하고 교통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한다. 강이 가지는 이러한 공통적 이점이 해당 지역을 주변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단초(端初)이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들이 인류의 4대 문명을 발생시킨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류의 4대 문명도 지구 전체를 놓고 파악해보면 아프리카, 중동, 인도, 중국 등 어느 한 지역에 속한다. 인류의 4대 문명은 다름 아닌 넓은 지역을 포괄(包括)하는 지역문화(地域文化)인 것이다.

인류가 자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행해진 모든 행위와 그 결과물이 문화이므로 인류의 4대 문명은 해당 지역의 지역적 특색을 가지고 있는 지역문화인 것이다.

이 지역적 범위를 더욱 줄이게 되면 대한민국, 충청남도, 서산시 등으로 줄일 수 있고 심지어 촌락 단위인 집성촌 등 마을공동체까지 축소가 가능할 것이다. 다만 그 권역이 대한민국, 충청남도, 서산시 등의 행정적 권역이 아닌 생활권역(生活圈域) 이어야 한다.

앞에서 설명한 『문화의 정의』, 『문화현상의 과학적 이해』 그리고 이번 호의 『문화와 문명 그리고 지역문화』관(觀)을 바탕으로 다음 호부터는 우리고장 서산의 지역문화와 향토사 전반을 소개하고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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