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박사 전 한양대학교대학원장

오랜 기간 동안의 공을 드린 수학능력시험이 끝이 났다.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이다.

OECD선진국가들 중 대한민국의 교육열이야말로 단연코 최우수 국가이다.

고등학교 졸업자 수 대비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고 있으며 학부모들의 교육열 또한 단연 세계 1위다. 이는 우리 민족의 끊임없는 향학열과 학부모들의 자녀 학교 보내기의 열과 성의를 보면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과거 1960년대 보릿고개의 극빈한 살림살이 속에서도 내가 한 끼를 굶을지언정 「내 자식 만큼은 배우게 해야 한다」면서 자식들을 대학 진학을 시키고 유학을 보내서 입신양면을 해 한 가정은 물론이고 한 가문을 빛내줄 인물로 성장시키기 위하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가르치는 일에 힘써왔던 우리 민족의 향학열과 학구열이 오늘날 세계 경제대국 5위권을 넘나드는 작지만 큰 나라로 성장하게 되었다.

외국의 학자들은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게 한 원인을 여러 가지로 들고 있지만 그 으뜸을 교육열이라고 하는데 동의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을 부러워하고 있다.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외국의 원조 없이는 단 하루도 견딜 수 없는 최빈국 코리아에서 불과 50년 만에 경제대국으로의 반열에 당당히 세계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가르켜 「한강의 기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는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이 우리 민족의 강인한 정신력과 함께 「교육열(敎育熱)」의 힘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분명히 집고 넘어 가야 할 점이 있다. 이제 무조건적인 대학진학을 위한 사고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큰 틀의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볼 때 진학지도와 진로지도에 일대 전환점에 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교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순수한 학문 연구기관으로서 의 교육기관이며, 둘째는 사회에 나아가 직업을 잡기 위한 직업교육기관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수학능력 만점자를 포함한 상위 10% 즉 390점 이상자들이 지원하는 통계치를 보면 법대, 의대, 치대 등의 순위를 볼 수 있다. 즉 다시 말하면 장래 판. 검사나 의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설문조사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자녀의 진로를 묻는 질문에 상위 10% 학부모들은 안정적인 직업인 의사나 권력과 명예를 함께 가질 수 있는 판, 검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思考)는 독일, 영국 또 가까운 이웃 일본과는 사뭇 비교가 된다. 그리고 장래의 진로문제와 크나큰 연관이 되고 있다.

일본과 독일의 기초과학 분야에 국가적인 지원과 투자 그리고 청소년들의 학구적 방향의 사고방식이 오늘날 매년 노벨상을 배출하는 나라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기초과학(基礎科學)학문 분야에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모여야 우리나라의 장래가 튼튼한 과학 강국으로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전술(前述)한 바와 같이 대학진학(大學進學)을 학문연구(學文硏究)에 중점을 둘 것인가 아니면 직업교육(職業敎育)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는 중요한 과제이다.

필자(筆者)는 대학교수 생활을 통하여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서 진로의 선택을 잘못했다고 후회하는 학생들을 많이 보아왔다. 물론 고교시절 이과(理科)와 문과(文科) 예체능(藝體能)분야로 나누어 입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서 분명하고도 확실히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약 140여 개의 대학이 있다. 2년제, 3년제, 4년제, 6년제를 포함하여 수학능력(修學能力)이 된다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점점 넓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수험생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조건이 있다. 내가 앞으로 대학(大學)에 왜 진학하려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를 먼저 정리하고 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엄밀히 말하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보다 높은 학문 분야에서 연구하고 연마하여 학문의 전문성을 살리는 목표로 삼는 학문 탐구 영역으로의 진학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사회에 나아가 직업을 잡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인기에 영합해서 무조건 대학을 진학하고 또한 더욱 경계해야 할 사항은 간판을 따기 위한 진학이나 특정 대학의 빼지를 달기 위해서 진학을 선택한다면 이는 나중에 크게 후회하게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 될 것이다.

첫째가 자기 자신의 적성에 맡는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 둘째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즉 장래성 있는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는 평생교육차원에서 학과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요즈음은 교육의 기회가 다양해지면서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무리 명문대학이라 할지라도 자기 자신과 적성에 맞지 않는 대학의 학과 선택을 해서는 4년 내내 우울한 대학 생활을 보내게 될 것이다.

명심보감 근학편(明心寶鑑 勤學篇)을 되새겨 보며 글을 마친다.

禮記에 云 玉不琢이면 不成器하고 人不學이면 不知義니라

예기에 이르기를 「옥은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의를 알지 못한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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