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편집국장

정론직필, 모든 신문이 창간을 하면서 내세우는 일성(一聲)이다.

하지만 이 같은 초심을 지키는 신문은 그리 많지 않다. 독자들이야 이치에 맞는 의견을 개진하고 주장하는 일이 뭐 그리 어렵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신문을 생산하는 주체의 주변 여건은 그리 녹록치 않다.

다는 아니지만 정론직필의 큰 저해요인은 뭐니 뭐니 해도 돈 문제다. 구독료와 광고수입이 매출의 전부인 신문사가 광고주와 독자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신문을 활자화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신문사 운영에 소요되는 광고 매출은 대부분 기업과 기관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나라 뉴스와 언론이 자본과 권력 편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론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확대 재생산해 내고 이들 권력은 다시 언론권력을 밀어주는 상호 공생관계가 언론과 자본의 속성이라면 과언일까?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어쩌면 권력과 자본의 밀착도가 더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 않다. 지방자치시대 이후 지역신문은 행정에 대한 견제와 사회비리에 대한 감시라는 사명을 내세우며 창간되었지만 대다수 지역언론은 돈과 권력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는 처지로 추락된 경우가 많다.

실제 많은 지역 언론이 지역 토착세력의 보호막이 되는 현실은 실로 암담하기까지 하다. 일명 잘보이기 기사, 빨아주기 기사가 지면을 장식한다. 심지어 지자체장 치적홍보에 부끄러운 낯빛도 가리지 않는다.

본지 서산시대 창간에 즈음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과연 지역 언론의 한계를 뛰어 넘는 대안언론으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까? 자본과 권력에 종속되지 않는 지역 민심을 대변하는 독립언론으로서 그 사명을 다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뜻이 있는 시민주주들이 모여 신문을 창간했다. 다행이 2년여를 접어들면서 서산시대는 다양한 독자층을 형성하며 우리 지역 사회에서 점점 그 영향력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밥으로 말하자면 아직 설익은 상태다. 타 언론사에서는 아예 활자화하기조차 꺼리는 민감한 사안을 시민의 입장에서 지면을 할애한 것만으로도 자족할 수 있다지만 기왕이면 합리적인 대안 제시를 할 수 있어야 독립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하겠다.

종이신문 환경도 녹록치 않다. 젊은층은 종이신문을 외면하고 기존 종이신문 세대는 사망률만큼 줄고 있다. 서산시대의 경우 창간역사가 미천하여 아직은 구독자가 늘고 있지만 그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디지털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대한민국 대표 인터넷 언론매체인 오마이뉴스의 경우 투자자들이 힘을 모아 유지하지만 안정된 수익모델은 없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서 건강한 언론은 ngo 단체 성격이 되어야만 하는 운명이 되었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공정한 분배, 불법과 탐욕에 대한 감시, 시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공론장은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필수요소다. 그러기에 종이신문이던 인터넷언론이던지 지역에 건강한 언론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고 이는 남이 아닌 우리 시민의 책임이기도 하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대하(大河)를 만들고 바다에 이르듯이 우리 지역 서산에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언론이 시민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야 한다. 그러기에 건강한 언론은 시민의 힘이며, 그 지역사회의 건강함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10월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분기를 맞으면서 시민의 신문, 시민이 주인인 서산시대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에 자긍심과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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