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때 초밥 세계에 입문

30여년 가까이 꿈을 향해 도전하는 ‘뚝심’

내 초밥은 아직도 미완성! 초밥왕을 향한 도전은 진행형

진정 이루고자 하는 꿈을 향해 도전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스시미가 오승렬(46) 대표도 지난 30여 년간 초밥왕이라는 꿈을 향해 뚜벅뚜벅 한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새하얀 조리복과 높다란 모자를 쓴 일식 주방장의 모습에 반한 19살 청년은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 강남의 일식집을 노크했다. 당시만 해도 일식이 대중화되지 않은 터라 텃세가 심했고, 막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을 반기는 곳을 찾기는 어려웠다.

사정사정해서 한 일식집에 들어갔지만 기뻐할 시간도 없었다. 눈코 뜰 새 없는 고생문에 발을 내딛은 까닭이다. 모든 요리의 시작이 그렇듯 오 대표도 주방 설거지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3~4년 동안 셀 수 없는 그릇을 닦고 또 닦았지만 의미 없는 시간만은 아니었다. 어깨너머로 조금씩 일식을 배울 수 있는 것만 해도 초밥왕이 꿈인 청년에게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도 열성적인 모습이 눈에 들었는지 오 대표는 남들이 15년 걸릴 것을 10년 만에 해냈다.

30대 초반에 일식집의 상징인 앞 주방, 일명 ‘다찌’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일식 주방장들에게 손님들과 마주할 수 있는 앞 주방은 성지와도 같은 장소로 남들보다 일찍 이곳에 서기까지 숱한 고생을 했다. 최고의 초밥을 만들기 위해 선배들에게 술도 대접해 가며 비법을 빼내는데(?) 노력했고, 어쩌다 유용한 기술을 얻게 되면 새벽에라도 꼭 만들어보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면서 일식업계에서 제법 알아주는 위치에까지 올랐고, 본인 스스로도 이만하면 ‘최고는 아니어도 알아 줄만은 하겠다’는 자심감이 붙었을 때 일생일대의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오 대표의 스승인 김기준 셰프를 만난 것이다.

신라호텔 일식 총주방장 출신인 초밥의 대가와 마주한 오 대표는 한없이 초라해짐을 느꼈다고 한다. 김기준 셰프가 건넨 초밥은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쇼크’, 그 자체였다. 이때부터 오 대표는 3년간 죽어라 초밥에 다시 매달렸다.

유명한 스승 덕에 일본의 초밥 명인들도 만날 수 있었고, 일본 것만 가지고는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스승과 함께한 3년은 오 대표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시절이다. 자칫 자만에 빠져 평범한 요리사에서 멈출 수 있었을 그에게 초밥왕에 대한 새로운 의지를 심어준 귀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도 오랜 기간 초밥왕을 향한 노력은 계속 됐고, 최근 평생 기억에 남을 대형 사고를 쳤다.

지난달 26~28일까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aT센터에서 열린 제13회 서울국제푸드앤테이블웨어 박람회의 ‘서울국제푸드그랑프리’ 스시라이브 부문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한 것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대회에서 많은 수상 경력이 있지만 이렇게 굵직한 대회에서 쟁쟁한 요리사들을 제치고, 최정상에 선 것은 처음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하지만 오 대표는 이내 일상으로 돌아왔다. 대회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초밥이지만 아직 자신이 만들어내고자 하는 초밥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높다란 모자를 챙겨 쓰는 오 대표의 꿈은 예나 지금이나 초밥왕이다.

그가 만드는 초밥을 서산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이란 생각이 든다.

 

 

>> 인터뷰 스시미가 오승렬 대표

“고향 서산에 제대로 된 일식집 만드는 것이 꿈”

서산에서는 언제부터 일식집을 운영했는지?

지난 1996년도에 서산에 내려와서 횟집을 운영했었다. 그런데 IMF로 사업을 접고 다시 서울에서 요리사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2003년 다시 고향에 내려와 사업을 시작했고, 2008년 스시미가를 개업했다. 2013년 지금 자리로(시민회관 맞은 편) 가게를 옮기게 됐고, 고향 서산에 초밥왕이 만드는 제대로 된 일식집 만들어 보자는 꿈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좋은 초밥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초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생선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신선하고 좋은 생선은 어느 요리사나 구입해 쓸 수 있는 것이고 정작 중요한 것은 밥과 초대리(단촛물)다.

밥을 얼마나 초밥에 적합하게 했느냐와 초대리의 비율이 맛을 결정한다.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밥이 60%, 초대리 30%, 생선 10% 정도라고 생각한다.

 

초밥왕, 얼마나 가까이 왔다고 생각하는가?

아직 멀었다. 요즘은 손님들의 입맛이 시시각각으로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도태되기 십상이다. 옛날 스승님의 말씀대로 한국적인 초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국도 전형적인 쌀 문화이기 때문에 한국적인 초밥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한국형 초밥을 만들어 낸다면 그것이 진정한 초밥왕의 자리일 것이다.

 

일식 요리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한마디?

요즘 셰프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TV에서 나오는 것만큼 화려하지 않다는 것을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 겉멋에 빠져 쉽게 도전했다가 쉽게 포기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 열정을 가지고 미칠 각오가 돼 있다면 도전하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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