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를 꿈꾸는 귀농귀촌 프로젝트 ‘입소문으로 인기’

생명력 충만한 계절이다. 농촌의 산과 들은 빠르게 초록 옷으로 갈아입는다.

텃밭을 가꾸고 모내기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요즈음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 또한 높은 계절이다.

도시에서 열리는 귀농·귀촌박람회는 늘 인파로 북적거린다. 여기저기서 진행하는 귀농귀촌 강좌도 참 많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박 농사, 6차산업·스마트팜 창업 등 성공 방법론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낮은 소득구조에 고령화, 공동화로 신음하는 농업·농촌의 현실에서 성공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귀농·귀촌하자마자 소득문제, 텃세, 자녀교육문제 등 3대 걸림돌이 발목을 잡는다. 건축도 할 수 없는 맹지를 소개하는 부동산부터 농사를 짓기 부적합 토지를 만난다거나 심지어 토지구매사기에 걸려 장밋빛 꿈은 무너져 내린다.

이에 충남 서산지역에서 마을공동체를 꿈꾸는 귀농귀촌 프로젝트로 명성을 얻어 가고 있는 다인플러스측량설계(대표 김종일)을 찾아 성공적인 귀농귀촌의 비밀을 들여다 보았다.

▲ ‘코난과 함께 하는 귀농귀촌’ 단지 전경

‘코난과 함께하는 귀농귀촌’

고향에서 펼치는 귀농·귀촌 이야기

 

8차 분양을 진행중인 다인플러스측량설계 김종일 대표는 네이버 카페 ‘코난과 함께하는 귀농귀촌’으로 유명하다. 화려하지도 않고 특별히 꾸미지도 않은 카페임에도 60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내용도 측량설계 전문회사답게 건축 인허가, 토지개발 컨설팅 등이 주를 이룬다. 특이한 점은 농업회사(주) 시골농부와 코난 고향마을 이야기가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편집자 주

 

- 분양사업이 모두 서산시 지곡면 중왕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귀농·귀촌 분양사업을 고향에서 하는 이유가 있나?

먼저 우리 마을이야기를 하고 싶다. 선조 대대로 살아 온 지곡 중왕리는 산, 들,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다. 세계 5대 갯벌로 유명한 가로림만을 끼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온 청정지역이다. 아버지가 살았고 나와 내 아이들이 앞으로도 살아 갈 고향에 함께 이웃하며 살아 갈 이들을 초대하고 싶다. 나는 아침저녁으로 지나가며 인사를 나누고, 이웃들이 농사법도 가르쳐 주고, 그 분들은 재능기부를 통해 마을도 발전하는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 내 고향에서 하는 귀농귀촌 사업은 무한책임이다. 귀농·귀촌은 들어오는 사람도 마을 사람들도 ‘살기에’ 좋은 곳이어야 하고 고령화로 젊은이들이 없는 마을엔 사람이 들어와 살아야 한다.

 

- 고향 서산시 지곡면 중왕리는 어떤 지역인가?

중왕리하면 박속낙지로 유명하다. 양질의 갯벌에서 자란 세발낙지의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잊지 못하고 항상 많은 미식가들이 경향각지에서 찾는 곳이다. 요즘 감태도 인기다.

이 곳 중왕리 일원은 과거에 닷개라는 포구가 있어 중국과의 교류가 이루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일설에는 삼국시대 때에 중국의 불교가 서해바다를 건너 이곳으로 들어와 국보 84호인 백제의 미소 서산마애삼존불 있는 서산 용현리를 경유하여 차령산맥을 넘어 당시 백제의 수도였던 웅진(지금의 충남 공주시)으로 전해지는 등 문화와 역사가 함께 살아 숨쉬는 고장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에 ‘지곡 어촌마을권역단위 종합정비사업’이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2017년까지 국비 등 40억원이 투입되어 어촌 문화마을 조성사업이 추진된다. 2.6Km의 해안 산책로를 비롯해 갯벌체험장, 캠핑장, 커뮤니티 광장, 수산물 가공센터, 어장 진입로 등 어촌체험관광을 위한 기반시설이 들어서고 관광객들이 어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갯벌생물 채집, 갯바위 낚시, 수산물 요리체험, 가두리 유어장 체험, 바지락 캐기, 독살체험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또 서산시가 지난 2010년 중왕분교를 매입해 만든 서산창작예술촌(관장 황석봉)은 지역의 생활친화적 문화예술공간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문화예술 체험을 쉽게 할 수 있다. 지역출신 서화전 작가인 황석봉 씨가 위탁 관리하고 있는 예술촌은 또 다른 문화공간을 창조하고 있다. 중왕리는 고향이기도 하지만 귀농귀촌하기에 손색이 없다.

▲ 다인플러스측량설계 김종일 대표와 지곡어촌마을 권역단위 심지우 사무장

- 농업회사(주) 시골농부를 설립한 이유는?

‘해품 굴’, ‘해품 쌀’, ‘해품 호박고구마’...이는 귀농하신 분들이 재배하는 농산물의 공동브랜드다. 특허청에 등록을 마쳤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귀농귀촌 하신 분들이 정성껏 가꾼 농산물을 도시의 지인들에게 보낼 때 사용한다. 귀농하신 분들은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농업회사(주) 시골농부는 공동마켓팅이라할까? 그런 의미에서 만들어진 법인이다. 앞으로 지곡뿐만 아니라 인근의 특산물을 포함 그 유통 영역을 넓혀 나갈 생각이다.

귀농귀촌 하신 분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고 중왕리 지역경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지곡어촌마을 권역단위 사무장으로 변신

귀촌 3년차 심지우 씨의 행복한 농촌생활

 

지난 2013년 지곡 중왕리에 귀농귀촌해서 3년차에 접어 든 심지우 씨를 만났다. 귀농귀촌인 입장에서 그동안 느낀 점은 어떨까? 그녀의 집에 들어서자 가지런히 디자인된 텃밭에는 고추, 가지, 참외, 수박을 비롯한 야채류가 야채가게를 방불할 정도로 다양하다. -편집자 주

 

- 귀농귀촌한 것에 후회는 없나?

전혀. 대 만족이다. 그동안의 직장생활이 고된 것은 아니었지만 도시생활에 지쳤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출퇴근 지하철에 시달리고 온갖 오염에 찌든 도시의 환경에서 벗어나니 피부 알러지도 사라졌다. 믹스 커피 한 잔도 여기서 마시면 맛이 다르다. 신기하다. 나는 지금 행복에 젖어 있다. 중왕리로 선택한 귀농귀촌은 옳았다. 이모들도 인근에 토지를 샀다. 같이 살 날이 기다려 진다.

우리 가족은 텃밭 수준의 농사로 가족이 먹는 먹거리는 대부분 해결한다. 얼마전 김종일 대표가 도와줘 닭장도 만들었다. 이제 계란도 스스로 해결하게 됐다. 처음 마을에 들어 왔을 때 이웃 아저씨가 밭 일구는 법, 고추 심는 법, 멀칭하는 법 등 하나하나 다 가르쳐 줬다. 다른 이웃들도 살갑게 대해 주신다. 아직도 쌀은 이웃에서 가져다 주신다. 행복한 삶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 지곡어촌마을 권역단위 사무장을 맡고 있다는데?

도시에서 웹디자인을 했다. 마을에 와서 보니 행사 포스터를 만드는 일부터 기획서 쓰는 일 등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나이도 젊고 자연스럽게 사무장을 맡게 됐다. 경제적인 도움도 되지만 마을사람들과 친해지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은 없는 것 같다.

작년 여름에는 서일중․고등학교 지하통로 박스 양면에 벽화를 그려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실제로 이 지역은 지곡면 소재지를 통과하는 관문으로 평소 500여명의 학생들이 통학로로 이용하는 데 햇볕이 거의 안들고 지저분한 낙서가 가득해 매우 음침한 분위기였다.

여기에 지곡면 특성을 표현하는 내용으로 중왕리에 귀농해 사는 주민의 삶을 디자인 하여 그림을 그려 넣었고, 한쪽 면에는 탄생에서부터 노후까지의 희노애락이 담긴 평생도(平生圖)를 그려 넣었다.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인심과 배려는 귀농귀촌인에게 큰 힘이 된다. 마찬가지로 귀농귀촌인도 마을공동체를 위해 함께 노력할 때 그 결과가 좋다.

 

2015년 귀농ㆍ귀촌 인구는 사상최대를 기록한 2014년(총 8만855명)을 넘어서 총 1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들어서도 귀농ㆍ귀촌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 인생 2막의 삶터이자 일터, 쉼터로 전원행을 준비하는 예비 귀농ㆍ귀촌인들에게 감히 말씀드린다. 한번 뿐인 인생, 천천히 살아보고 싶다면 부동산 업자가 아닌 코난과 같은 마을을 사랑하는 이들의 도움을 받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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