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된 역사만 70년, 그 시초는 짐작하기 어려워
문화예술의 새로운 메카로 변신위해 노력 중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바람직한 사상이나 관습, 행동 따위가 계통을 이루어 현재까지 전해지는 것을 ‘전통’이라 한다.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볼 때 ‘서산시우회’(현재는 서산정가보존회)는 서산지역 제일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단체다. 호적에 잉크로 흔적을 남긴 것이 지난 1945년 8월 ‘서산군정악회’ 때이니 벌써 71년 전이다. 당시 서산의 지도자급 인사들이 모여 지역의 문화예술을 발전을 위해 간판을 내건 ‘서산군정악회’는 400여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가히 매머드급 문화예술 단체였다.

지금 생각하면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지만 그때 코흘리개였던 현재 최고참 회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의 가곡이나 시조, 가사는 지금으로 치면 슈퍼스타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 만큼이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사실 ‘서산군정악회’의 역사는 그 이전으로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간다. 100여 년 전 지금의 자리에 주막집이 성행했던 당시에도 서산에서 실력 꽤나 있다는 풍류객들이 모여 시조를 읊으며 예술을 논하던 지역문화예술 1번지였던 것이다. 1945년 당시 3천 5백 원이란 거금을 들여 9명이 힘을 모아 ‘서산군정악회’를 출범시킨 후 ‘서산시우회’를 거쳐 서산정가보존회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그 역사적인 전통이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 단체는 서산지역의 문화와 예술의 과거를 유추해 볼 수 있는 타임머신과도 같은 존재다. 세상의 모든 만물에 흥망성쇠가 있듯이 ‘서산시우회’도 막힘없이 밀려들어오는 외국 문물에 과거의 영광은 빛이 많이 바랜 처지다. 그러나 다른 전통문화예술단체들이 맥없이 사그라져 갈 때도 ‘서산시우회’는 굳건하게 제 자리를 지켜왔다.

그 저력을 엿볼 수 있는 것이 두 번의 보수공사를 거친 지금의 시우회관이다. 80년 초반의 첫 번째 보수공사에서는 초가지붕을 슬레이트 지붕으로 교체했고, 현 회원들이 주축이 된 99년도의 보수공사에서도 42명의 회원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42명의 명단에는 중고제의 마지막 계승자라 불리는 심화영 선생을 비롯해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장원을 차지한 박인규, 유두근, 황옥순 씨 등 쟁쟁한 이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산 시우회가 어떤 단체였고, 그동안 어떤 업적을 쌓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화석 같은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의 ‘서산 시우회’의 위상은 근대 서산문화의 메카라 불릴만한 업적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마지막 남은 꼿꼿한 자존심 하나로 우리의 전통과 명맥을 이어가는 모습에 경외감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함께 든다.

하지만 정작 ‘서산시우회’ 회원들은 이런 현실에 개의치 않고 묵묵하게 자신들의 길을 가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의 중흥을 위해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인터뷰] ‘서산시우회’ 박인규 회장 & 유두근 사범

박인규(74) 회장과 유두근(83) 사범은 ‘서산시우회’를 이끌어 온 쌍두마차로 이 단체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25명의 회원들을 이끌어가고 있는 두 사람과 일문일답을 나눴다.

>> 박인규 회장

“과거에는 시조 위주였지만 차츰 장르가 다양해져 가곡과 가사를 하는 회원도 많아 지난 2010년 경 ‘서산정가보존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서산시우회’의 가장 큰 의미는 서산지역의 문화와 예술의 전통과 역사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깝게는 심화영 선생의 중고제나 내포제 시조의 원류로, 더 멀게는 백제시대부터 내려오는 우리소리 문화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자부심이 어려운 현실에도 우리 것을 지켜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서산지역 근대문화예술의 뿌리가 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것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되새겨보는 사회풍토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서산시우회’도 그런 여건을 조성하는데 힘써 나가겠다”

 

>> 유두근 사범

“이곳은 시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과거 지역에 문화예술단체라고는 ‘서산시우회’가 유일했고, 예술이나 풍류에 관심이 있다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곳을 거쳐야 할 정도로 지역 문화와 예술의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외국문물에 밀리고, 많은 문화예술단체들이 생겨나면서 ‘서산시우회’도 한동안 침체기를 겪어야했지만 그 원 마음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현재 서산에서 활동하는 시조, 가곡, 가사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의 제자들이다. 시대가 흐른 만큼 ‘서산시우회’도 새롭게 변화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인데 앞으로는 젊은 인재들을 발굴하고, 교육시키는데 좀 더 노력할 계획이다.

오랜 세월 함께해준 박인규 회장과 제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그동안 많은 어려움도 함께 이겨낸 만큼 앞으로도 함께 노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역대 회장]

△초대 윤기로 △2대 라창헌 △3대 전영석 △4대 유두필 △5대 박성원 △6대 이평국 △7대 라창헌 △8대 한동렬 △9대 이석구 △10대 손연복 △11대 조한덕 △12대 김태원 △13대 조재문 △14대 유두근 △15대 안희숙 △16대 김영관 △17대 박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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