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지역 170여명 거주, 통일한국을 미리 준비하는 기회
타인이 아닌 우리, 따로가 아닌 함께가 필요

▲ 인터뷰가 끝난 후 다정스럽게 포즈를 취해준 윤광옥 상담사와 김영금 씨. 이들이 앞으로 엄마와 딸 같은 사이로 우리사회에 남을지 영원한 이방인으로 서먹한 사이로 남을지는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대한민국을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분단국가라 부른다. 이 분단국가라는 현실은 탈북자, 이탈주민, 새터민 등의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냈는데 이 모든 것이 분단 조국의 아픈 단편들이다.
냉전시대가 무너지면서 남북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긴 했지만 정세는 아직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일이 대박이 될지 아님 커다란 짐이 될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 중의 하나가 우리 사회의 이탈주민들이 이웃사촌이 될지 아니면 영원한 이방인으로 남을지를 판가름 해보는 것이다. 이탈주민들과의 동행은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아주 좋은 기회이자 풀어야할 숙제다. 서산지역에도 이미 많은 이탈주민들이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이탈주민 김금영 씨와 윤광옥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를 만나 대화를 나눠봤다.

 

[이탈주민 김영금 씨 인터뷰]
“이탈주민이란 선입견 버리고, 이웃으로 생각해 주길”

북한에서는 어디에서 살았고, 대한민국으로 언제 넘어 왔나?
지난 2011년 11월 서산에 정착했다. 전에는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살았는데 이곳은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이 태어난 곳으로 북한에서는 유명한 지역이다. 식당에서 근무했는데 대한민국에서 생각하는 식당 직원하고는 좀 다른 것이 북한에서는 식당 종업원이 제법 좋은 직장에 속하는 편이다. 도시 규모나 인구를 비교해 보면 회령이 서산보다는 작고, 태안과 비슷한 것 같다.

대한민국과 북한, 양쪽에서 살아보니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
양쪽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있다. 일반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에서 가장 큰 차이점을 찾자면 대한민국이 북한사회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경쟁이 심하다. 아직 북한 사회는 체제 특성상 남을 누르고, 사회적으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이 희박한 편이다.
최근에야 부분적인 사유재산이 암묵적으로 인정되면서 개인적인 노력을 시도할 정도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주변의 모든 사람과 경쟁해야하는 무한 경쟁 사회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경쟁이 심한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의 생활 중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초창기에는 언어, 문화 등 모든 것이 생소해 혼란스러웠다. 몇 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많이 적응한 상태지만 아직도 세밀한 부분은 모르는 것이 많아 당황스러울 때가 간혹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이탈주민에 대한 선입견을 견디는 것 같다.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지만 아직도 이탈주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렇다보니 이곳에 적응하기도 어려워지고, 특히 취업에 가장 큰 애로점을 겪는다. 대한민국 사회의 기준으로 볼 때 이탈주민들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그런 점은 고의가 아니라 아직 제대로 적응 못해서 일뿐이다. 선입견을 버리고 이웃으로 이탈주민들을 대해준다면 우리들도 한사람의 사회구성원으로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곳에서 어떠한 삶을 꿈꾸고 있는지?        
큰 각오를 하고 새로운 삶을 선택한 만큼 후회 없이 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잠깐 쉬고 있는데 좋은 직장에 빨리 취직해서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일이 제일 급하다.
얼마 전부터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는데 나중에 자리가 잡히면 이탈주민이나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보람된 삶을 살고 싶다.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윤광옥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 인터뷰]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진정한 대한민국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

서산지역의 북한 이탈주민 현황은 어떤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서산지역에는 총 174명의 이탈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중 115명이 여성이고, 59명이 남성이다. 세대수는 120세대로 60% 이상이 석림신주공아파트에 거주하며 40~50대의 비율이 가장 많다. 각종 편의시설, 취업 문제 등으로 인해 많은 이탈주민들이 서울이나 경기도를 거주지역으로 선택하는 편이다. 

이탈주민 전문상담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남북하나재단 소속인데 전문상담사의 역할은 이탈주민들이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사항을 관리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문화에 대한 적응, 취업, 심리안정, 대인관계, 의료‧행정지원, 법률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탈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이탈주민들이 적응하는데 가장 어려워하는 점이 있다면?
이탈주민들에게 대한민국은 어쩔 수 없이 생소한 사회다. 10년을 잘 적응하며 살아온 사람도 단어 하나 때문에 곤란을 겪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생소함이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우리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이탈주민들의 마음의 문을 닫게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우리 사회는 이탈주민들을 편견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해결책은 우리 스스로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뜻한 관심과 배려로 이탈주민들을 대한다면 이들의 생소함이 친근감으로 바뀌고, 이 과정을 통해 이탈주민들이 진정한 대한민국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물론 이탈주민 스스로도 많이 노력해야겠지만 이들에게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대한민국사회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당부하고 싶다.

앞으로 이탈주민들을 위해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부모님이 모두다 이북출신이라서 이탈주민들이 가족처럼 느껴진다. 이탈주민들을 바른길로 안내해 이탈주민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대한민국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대부분의 이탈주민들이 성실하게 적응하고 있는 반면 간혹은 마음의 문을 못 열고 이방인으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어 가슴이 아프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TV프로에서 재미를 위해 북한사회를 왜곡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것들이 이탈주민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기도 한다. 이탈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취업문제가 잘 해결돼야 하는데 앞으로도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관계기관들의 문을 부지런히 두드려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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