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 홍(자유기고가)

▲ 서산문화회관 옆에 서 있는 심정순 기념비

지역적으로 서산을 중심으로 내포지역과 충남지방, 크게는 경기도 일원까지를 포함하는 판소리 유형을 중고제(中高制)라 한다. 섬진강을 중심으로 그 동편을 동편제 그리고 그 서편을 서편제라 일반적으로 구분하는데 동편제와 서편제에 비하여 중고제(中高制)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심화영 선생이 타개한 이후로 지금은 중고제의 명맥이 끊겼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지만 서산 지역에서는 심팔록, 심정순(沈正淳) 이후 심화영(沈嬅英)에 이르기까지 청송 심씨 일가에서 중고제 판소리를 전승하였다.

지금은 중고제 판소리가 동편제나 서편제에 비교하여 그 세가 미약하지만 일제시대 이전에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전기 8명창의 한 명인 방만춘(方萬春)을 비롯해서 후기 5명창 중 이동백과 김창룡 2명이 중고제 판소리의 명창일 정도로 융성했었다. 특히 소리꾼 이동백은 고종의 총애를 받아 당상관(堂上官)인 정삼품 통정대부(通政大夫)의 벼슬을 제수 받기까지 했다.

중고제 판소리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역시 구한말 이다. 이때에는 이동백을 비롯해 많은 명창이 배출되었고, 왕실을 비롯한 상류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고종 등 왕실을 비롯해서 당시의 양반 및 상류층의 큰 사랑을 받던 중고제 판소리는 오늘에 이르면서 점차 쇠퇴하여 판소리의 중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중고제 판소리는 여전히 동편제, 서편제 등과 함께 중요한 판소리 유파의 하나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중고제 판소리는 동편제나 서편제와는 다른 판소리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중고제 판소리는 양반 문화의 영향을 받은 가곡풍의 판소리라는 특징과 동편제 서편제 이전의 옛 소리가 살아남아 서산을 비롯한 충청도 내포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과 그 중요성 때문에 우리고장의 판소리 중고제는 재평가 되고 있다. 특히 어렵게 중고제 판소리가 전승되고 있는 우리고장 서산을 중심으로 내포 지방의 중고제가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이 중고제 판소리의 명맥을 잇는데 있어서 서산의 청송 심씨 일가가 크게 이바지 했다.

심화영의 할아버지 심팔록을 비롯하여 심화영의 아버지 심정순, 심화영의 친오빠 심재덕, 심화영의 사촌오빠 심상건 그리고 심화영 자신에 이르기까지 모두 예인으로 판소리를 비롯하여 각종 악기에 능통했다. 그들이 부른 소리는 다름 아닌 중고제 판소리였으며 우리고장 특유의 소리였다. 그뿐만 아니라 심화영은 충청남도무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된 승무의 기능보유자이기도 했다. 아울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수 심수봉은 심화영의 친오빠인 심재덕의 딸로 청송 심씨 집안 자체가 예능인 집안이라 해고 무리가 아닐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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