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 홍(자유기고가)

이번호에는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지역 주민들의 협동과 화합을 도모하는 서산의 대표적 민속이라 할 수 있는 횟개 볏가릿대 놀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서재에서 옛날 자료들을 정리하던 중에 우연히 서산시 대산읍 운산리 5구 회포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횟개 볏가릿대 놀이 자료를 발견하고 이를 다시 정리하여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로 판단되어 1996년 자료를 근간으로 당시 노인회 한상화 회장님과 최건택 부회장님 그리고 김순남 이장님으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하였다.

횟개란 이름은 회포(檜浦)라는 마을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해안선이 곶과 만이 많은 리아스식 해안을 이루는데 특히 서산과 태안지역은 그 특징이 확연하다. 밀물 때에 바닷물이 만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가 썰물 때 빠져나가는데 마을을 돌아서 빠져나간다 하여 회포(廻浦)라 불리다가 지금의 회포(檜浦)로 바뀌고 발음의 변화로 횟개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는 횟개에서 비롯되어 한자로 표기하면서 회포(廻浦)로 바뀌고 이것이 다시 지금의 회포(檜浦)로 바뀌지 안했을까 추정해 본다.

볏가릿대 놀이는 볏가리제(祭)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이곳 횟개 볏가릿대 놀이는 서산 일원에서 시연되고 있는 다른 볏가릿대 놀이와 마찬가지로 음력 정월 14일에 시작하여 2월 1일에 볏가릿대를 쓰러뜨리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볏가릿대는 정월 14일과 15일 사이에 세우는데 소나무를 베어서 맨 꼭대기 부분에 헝겊에 오곡(五穀)을 넣어서 매달아 놓고 동아줄을 틀어서 묶어 세운다. 그리고 농기를 앞세우고 수 백마지기에 물을 댈 수 있다는 마을의 자연샘인 참샘에서 참샘굿 고사를 지내고 이어서 가가호호 돌아가며 지신밟기를 한다.

지신밟기를 할 때에는 집안의 샘이나 부엌, 장광, 토광, 축사를 돌며 귀신을 쫒아내고 그집 사람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한다. 이 때 주인은 소반 위에 쌀 등 곡식을 수북하게 부어놓고 촛불을 밝힌다. 한바탕 덕담과 풍물놀이가 끝나면 주인은 다시 밥과 술을 내어 먹은 다음 이웃집으로 옮겨 건립을 계속 한다. 이렇게 모은 기금은 마을 공동의 부락기금으로 필요한 곳에 사용 한다.

다시 음력 2월 초하루 농군의 날이 되면 세워 놓았던 볏가릿대에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제를 올리고 볏가릿대를 쓰러뜨린다. 이 때 볏가릿대에 매달아 놓았던 오곡(五穀) 주머니를 풀어 씨앗이 발아한 것을 보고 서북쪽의 씨앗이 잘 움트면 육답 농사가 잘되고 동남쪽의 발아 상태가 좋으면 갯가의 간척지 농사가 잘될 징조라 여겼다.

참고로 회포마을의 참샘은 서산에서도 유명한 자연샘으로 마을 주민들에 의하면 하루 출수량이 20만 리터에 이르며 지금의 대호지 방조제 공사 이전에는 이 용출수로 마을 육답과 구 간사지 모두를 영농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여름에는 차고 시원하며 겨울에는 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아 엄동설한에 물가에 김이 모락모락 떠오르는 신비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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