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전)서산시대 편집국장
박두웅 전)서산시대 편집국장

3월 봄이 오는 계절. 일본 이즈미시와 순천만 등지에서 월동을 마친 흑두루미들이 북상을 하면서 충남 서산시 AB간척지인 천수만에 모여들고 있습니다.

그 수가 13천수에서 14천수에 달합니다. 전세계 흑두루미 수가 2만 수가 좀 안되니 70%를 넘는 숫자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흑두루미는 A지구인 간월호 주변의 농경지에 모이며, A지구는 6,376에 달하는 광활한 농경지가 펼쳐진 곳입니다.(1ha=100m*100m의 크기로 축구장 1개의 면적은 0.714ha이다. A지구는 축구장 8,980개 규모)

예전에 이렇게 많은 흑두루미가 천수만에 모인 적은 없습니다. 지난해 1만여 개체를 시작으로 급증하면서 올해에는 그 수가 13~4천 수를 넘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흑두루미들이 천수만으로 몰리는 것일까요?

기후변화 때문일까요? 서식지 생태환경의 변화일까요? 흑두루미의 이동 경로와 관련해 여러 연구와 기사를 종합해 보면 기후변화, 서식지 변화, 조류인플루엔자의 위협 등이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월동을 위해 남하하는 흑두루미들은 한반도를 경유 해 대부분 일본 이즈미시에서 겨울은 납니다. 일부는 순천만을 비롯한 한반도 남해안 지역에서 월동했습니다.

한반도 경유 코스는 일명 ‘‘낙동강 루트라 불리는 경북 구미 해평습지를 비롯한 모래톱이 형성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모래밭이 물에 잠기면서 서식지를 잃어버린 흑두루미들은 일본 이즈미시까지 논스톱으로 내려가는 고행의 하늘길과 한반도 서쪽인 천수만과 순천만을 통해 돌아가는 우회로를 개척했습니다.

4대강 사업이 끝나고 순천만에서 겨울을 나는 흑두루미가 많아진 이유입니다. 여기에 생태관광지로서 순천만의 노력도 한몫했습니다.

2010년대 중반에 이르러 순천만은 국내 흑두루미의 최대 월동지가 됐고, 순천시는 201412천학의 도시가 됐습니다. 중간기착지 천수만을 경유하는 흑두루미가 급증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난겨울 세계적인 흑두루미 월동지인 일본 이즈미시에 큰 재난이 발생했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하면서 하루 수백 마리에 이르는 대량폐사가 발생한 것입니다.

생존본능이라고 할까요. 기현상이 일어났습니다. 흑두루미들의 조류인플루엔자를 피해 이동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철새들이 재난을 피해 대규모로 장거리 이동한 현상이 관찰된 적이 없었기에 조류학자들조차 이런 현상은 처음 본다며 관심을 집중했습니다.

당시 일본 이즈미시에서 피난 온 흑두루미로 순천만에는 1만여 개체가 몰렸고, 순천시 인근 고흥과 보성지역 일원에서 관찰됐습니다. 그 현상은 올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순천만 일원의 흑두루미 월동 개체 수는 7200여 마리에 이르는 등 서식 밀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28일 흑두루미 날에는 조류학자와 지역의 생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순천만 월동 흑두루미들의 안정적인 서식지 보전을 위한 워크숍도 열렸습니다. 워크숍에서는 순천만을 중심으로 여자만(汝自灣) 권역으로 확장된 흑두루미 벨트를 조성하자는 제안이 제시됐습니다.

흑두루미 종과 서식지의 효율적인 분산을 위해 지자체 간 적극적인 정보 공유와 연대,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도 의견을 함께했습니다. 순천시는 인근 6개 지자체장과 흑두루미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멸종위기종 흑두루미 종 보존을 위한 남해안 흑두루미 벨트를 완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론적으로 천수만에 전 세계 70% 이상의 흑두루미가 모이는 현상은 흑두루미의 서식지 변화 및 기후변화, 그리고 조류인플루엔자의 위협 등이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인을 알면 해결책이 보입니다. 국제적인 멸종위기야생동물 흑두루미의 보존을 위해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우선 서산시와 일본 이즈미시와 순천시, 그리고 남해안 벨트 참여 지자체들과 국내·국제적인 협력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작게는 흑두루미 모니터링 정보 공유부터 공동연구, 국제포럼을 정기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흑두루미 중간기착지로서 천수만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졌음을 인식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흑두루미 보호 활동과 서식지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천수만에 흑두루미 보호 존(Zone)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간월호 낚시금지구역 지정, 영농활동을 하는 농민과의 협력, 지원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새는 자연으로 가는 안내자입니다. 천수만은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이며, 서산시는 국제적인 생태도시로 거듭나야 합니다.

2025년 아시아조류박람회가 천수만에서 열립니다. 서산시에서 약 26개국이 참여하는 국제대회는 처음이며, 그 처음이 생태도시를 상징하는 국제조류박람회라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2024년은 국제적인 생태도시 서산시를 향해 항해하는 첫해가 될 것입니다.

흑두루미가 천수만에 가져다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메시지. 이제 우리가 답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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