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행정에 대한 불신 쌓여
개발에 앞서, 있는 그대로의 가로림만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가로림만 국가해양생태공원’ 조성 사업... 쪼그라드는 예산, 늦어지는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발표

방조제 너머 바로 바다로 이어지는 곳에 썩고 부패한 물이 작년 6월경에도 있었고 올해 2월 18일에도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다.
방조제 너머 바로 바다로 이어지는 곳에 썩고 부패한 물이 작년 6월경에도 있었고 올해 2월 18일에도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다.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행정에 대한 불신 쌓여

폐기물 종합 재활용 업체인 에이루트에코는 작년 10월 폐기물처리사업 적합통보를 받았고, 1월 건축허가접수 후 곧 공장동 및 사무동 건축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에 독곶리 어촌계장 조선수씨는 가로림만 입구에 폐기물업체 웬 말이냐?”며 황금산과 가로림만을 마주한 곳에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작년 1228일부터 계속 해 오고 있다.

그는 공업지역이라 주민 동의가 필요 없다는 시 담당자의 설득도,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려고 노력한다는 에이루트에코 대표의 제안도 소용없다며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왔다. 어촌계와 일부 주민들은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다.

단순 폐기물처리업체가 아니라 재활용률이 99.9%에 달하고 매립과 소각이 없는 꼭 필요한 자원순환시설이라는 시 담당자와 사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반대하는 측에서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을 낳는 일부 이야기들은 차치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18일 일요일 아침 독곶리로 향했다.

장선순 오지어촌계장, 김홍환 대로어촌계 간사와 조선수 독곶어촌계장
장선순 오지어촌계장, 김홍환 대로어촌계 간사와 조선수 독곶어촌계장

어촌계에서 나온 이들이 안내하는 앞선 차량을 따라 가로림만으로 이동했다. 독곶리 99-20번지에서 악취와 오염된 물을 발견했다. 마침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을 만났는데, 유해물질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염려해서 신고해봤지만 소용 없었다며 이제 거의 체념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 담당자에 의하면, “작년에 접수된 민원과 같은 지점 같은데 그때 당시 조사한 결과 인근 공장에서 나온 폐수가 아니라 생활하수가 모여 썩고 부패한 것으로 확인됐던 걸로 안다다시 현장에 나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민원이 접수되면 서면 또는 구두로 결과를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결국 방조제 너머 바로 바다로 이어지는 곳에 썩고 부패한 물이 작년 6월경에도 있었고 올해 218일에도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인 것이다.

 

방조제 너머 바로 바다로 이어지는 곳에 썩고 부패한 물이 작년 6월경에도 있었고 올해 2월 18일에도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다.
방조제 너머 바로 바다로 이어지는 곳에 썩고 부패한 물이 작년 6월경에도 있었고 올해 2월 18일에도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다.

개발에 앞서, 있는 그대로의 가로림만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근처에 새우 양식하는 곳을 지나, 길이 끊긴 자갈길을 차로 이동하며 가로림만을 둘러보았다. 조금 전에 악취가 나던 곳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진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세계 5대 갯벌지역, 국내 최대·최초 해양생물보호구역이라는 수식어로도 가로림만의 가치를 다 표현할 수는 없었다.

해양수산부에서 환경가치 평가 1,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 반영, 점박이물범이 관찰되는 등 거대한 해양생태의 보고인 가로림만이 보존되어야 하는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2022년 관련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그러나 2007127일 태안 앞바다에서 대형 유조선과 해상크레인이 충돌해 원유 12,547리터가 바다로 유출되는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던 당시 그 중심에 있었던 가로림만이 글로벌 해양생태 거점으로 나아가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어만 보인다.

가로림만 입구는 좁고 호리병처럼 생겨 96.03나 되는 바다를 품고 있어서 한번 오염되면 치유되기 어렵고 가로림만을 감싸고 있는 지역 모두 공동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구조다.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은 전 정부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에서도 대선 공약사항이었고 이완섭 시장과 성일종 국회의원도 이를 추진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조사만 여러 차례 했었고 현재는 지난 2022년 착수된 타당성 재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데다 당초 사업비 2,715억 원에서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1,236억 원까지 대폭 낮춰진 상황이다.

이 지역에 해양정원센터와 해양생태학교, 점박이물범전시홍보관, 등대정원 등을 조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 거대한 그림을 그려 왔던 사업인 만큼 지역 주민들도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생태보존 책임을 지는 담당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솔선수범해서 환경문제를 예방 및 단속하는 것이다.

또한 공업지역이기 때문에 공장이 들어서는데 주민 동의가 필요 없다는 시 담당자의 말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주민 모두가 자신들이 사는 마을에 어떤 공장이 들어오는지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기를 원한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공약이 매번 말뿐인 것을 경험한 시민들은 되어야 되는가 보다라는 생각에 더욱 불신을 키워 오히려 지역개발이 주민들을 갈라놓고 분열시키는 단초가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전개되기도 한다.

예비 타당성을 넘어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추진이 현실로 증명될지도 중요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가로림만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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