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숙 시인

  이혜숙 시인
  이혜숙 시인

웃어보고 싶어 큰 소리로

손뼉을 치면서 웃으면 잠자는 세포들이 깨어날 거야

온몸을 흔들어 가며 웃어보고 싶어

묵은 때가 벗겨지고

씩씩한 피돌기로 굳은 혈관이 풀어질 거야.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소리가

언 땅을 녹이고

강물은 흘러

마른 뿌리를 적시며 흘러갈 거야.

가시덤불을 헤치며

안개 낀 들도 지나서

오래된 숲의 잠을 깨울 거야

후드득

잠들었던 새들이 날아오르고

여린 풀들 소스라치듯 올라와

온 들은 푸르게 물이 들 거야.

닭의장풀이 지천으로 부풀고

물봉선

애기똥풀의 노란 웃음이 폭죽처럼 터지는

 

웃어보고 싶어

봄물이 흠뻑 들게

웃어보고 싶어

봄이 되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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