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천수만 철새 지킴이, 김신환 동물병원 원장 이야기

김신환 동물병원 원장
김신환 동물병원 원장

천수만은 과거 갯벌이었던 지역에 정부 주도 하의 간척사업이 진행되면서 4700만 평에 달하는 넓은 간척지와 담수호가 생겨난 곳이다. 1995년 농지조성공사를 완료하고 농사를 시작한 이래 곡식 낟알이 풍부해지고, 갈대숲이 형성되면서 황새, 흑두루미, 가창오리 등 국제멸종위기종을 비롯해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오는 세계적 철새도래지가 되었다. 말 그대로 얕은 바다 천수(: 얕을 천, : 물 수)에서 생태학적 보고를 이룬 서산 천수만인 것이다.

하늘을 날고 있는 독수리 확대 사진
하늘을 날고 있는 독수리 확대 사진

지난 금요일, 천수만에 취재를 다녀왔다.

철새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김신환 동물병원 원장, 이희출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과 류종철 서산시대 사장 내외가 독수리 먹이 나누기에 참여했다.

이날 200kg 육류 부산물 먹이나누기를 하고(30회차)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독수리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따스한 햇살을 시샘하듯 유난히 바람이 찼다. 기다린 보람이 있어 독수리 대여섯 마리가 보이더니 150여 마리가 무리지어 나타났다. 쌍안경으로 자세히 확인했고 육안으로도 확연히 많은 수를 가늠할 수 있었다.

우연히 자신의 집으로 날아든 다친 새를 치료하다가 야생동물 치료를 시작한 김신환 원장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생생하게 예전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천수만에 얽힌 사연들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먹이 나누기 장소에 모여 드는 독수리
먹이 나누기 장소에 모여 드는 독수리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삼성중공업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가 났을 때 기름 묻은 새들을 치료하게 된 이야기다. 그 당시에는 새를 치료하는 제대로 된 매뉴얼도 없었지만 일단 새에 묻은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식용유를 섞어 기름을 닦아낸 후 새들한테 비교적 무해한 조이라는 미국산 세제로 씻어 주었다고 한다.

한편, 새를 치료한다는 소문이 매스컴을 타서인지 일본 야생동물 구조센터 수의사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성금 100만 원과 구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러 직접 병원을 방문했다. 아마도 이즈음에 국민들도 매스컴을 통해 수의사들이 야생동물을 치료를 한다는 사실과 인간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다친 새를 구조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천수만 먹이 나누기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한 이야기다.

김 원장은 해마다 10만 마리 이상 떼를 지어 비상하며 장관을 이뤘던 가창오리가 2010년을 전후로 급감한 것을 두고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아마도 2009년 천수만 농경지를 일반에 분양한 이후 탈곡 시 떨어진 낟알이 급감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며 그래서 흑두루미도 먹이가 없으면 같은 상황이 되겠구나 싶어 먹이나누기를 더 열심히 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또한 먹이 환경의 악화와 4대강 사업 등으로 철새가 안전하게 쉴 수 있는 습지환경이 바뀌면서 국내를 찾는 철새의 이동이나 서식환경이 변한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철새의 서식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독수리 먹이 나누기
독수리 먹이 나누기

세 번째는 주변 양계장이나 농가에서 조류독감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다.

2010년 태풍 곤파스의 피해를 입어 먹을 수 없게 된 벼를 다량으로 수매해서 겨울 내내 먹을 수 있게 새 먹이로 뿌려 줬을 때 농민들이 원장님 올해는 기러기가 안 왔슈?”라고 물어 왔다고 한다. 그때 천수만에 먹이가 풍족하면 농가로 안 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김 원장은 농가들이 걱정하는 건 이해하지만, 양계장이나 오리 농장은 대부분 창이 없고 밀폐된 곳에서 키우는 곳이라 조류독감이 문제가 된다철새가 직접적인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천수만은 원래 물고기들의 산란장이었는데 말하자면 바다의 자궁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도려내고 매립해 인공적으로 쌀이 나오는 를 만든 것이라며 인간의 탐욕과 무지로 고귀한 생명들이 사라질 위기를 막기 위해 천연기념물 조류가 머무는 지역을 특별보전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에서도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키운다고 하니까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언급했다.

생태사진작가로도 활동하는 김 원장은 철새들의 지상낙원, 좋은 서식환경을 조성한 천수만에서 더 많은 새가 알을 낳고, 부화한 아기 새가 다시 천수만으로 날아드는 것을 꿈꾼다.

 

2편에서는 철새들의 쉼터인 모래톱과 관련해서 집중 취재할 예정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지척에 두고도 그 가치를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서산에 사는 우리들은 천수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천수만은 서산태안 뿐만 아니라 충남 전체, 아니 대한민국 전체의 생태적 보고다. 그 가치를 이제 조금씩 알아가 보자.

어떻게 하면 자연과 인간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공존하며 살 수 있을지를 고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끝이 없는 연재를 시작한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