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전)서산시대 국장
박두웅 전)서산시대 국장

연말을 앞두고 서산시 유일한 시내버스 회사인 서령버스가 버스 운행을 중지했다. 기름값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서산시는 불법 운행중단으로 규정했다. 운행 명령을 내리고 면허취소까지 가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시민들의 여론과 서산시의 압박에 굴복한 모양새로 재운행에 나선 서령버스 측은 운행 개시 다음 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사내 노조가 나선 모양새다.

법원이 회사나 주주 또는 채권자로부터 법정관리 신청을 받으면 보통 3개월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법정관리의 합당 여부를 심의하며,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하면 파산절차를 밟거나 항고·재항고할 수 있다.

이 기간 중에는 법원의 회사재산보전처분 결정이 그대로 효력을 발휘하게 되어, 시간 벌기 작전으로 파산 위기를 넘기는 데 이용되는 등 부실기업의 도피처로 악용되거나 남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처럼 법정관리라는 변수는 있지만 서산시의 직결형 노선에서 간선·지선 체계로 전환되며, 공공형 버스·택시 확대라는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굳이 형태로 구분하자면 변형된 준공영제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버스 운영체계는 크게 민영제, 준공영제, 공영제로 나뉜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노선권과 노선계획권, 운영권을 모두 민간이 가지면 민영제, 공공이 갖고 있으면 공영제, 세 가지 권리를 민간과 공공이 나눠 가지면 준공영제로 분류한다.

준공영제에는 일반적으로 노선입찰형 준공영제, 수입금공동관리 준공영제, 위탁관리 준공영제 등 세 가지 방식이 있지만 서산시의 경우 어떤 방식이 될지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준공영제로는 2004년 서울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울산을 제외한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인천 등 광역시들이, 2017년 제주, 2021년 청주와 창원이 책택하고 있는 수입금공동관리 준공영제가 있다. 국내 특광역시 대부분이 수입금공동관리 준공영제를 도입한 이유는 1984년 대법원 판례에 의해 운수사업면허에 포함된 노선권이 개인의 재산권과 유사하게 취급돼 인허권과 면허권을 가진 행정청이 버스 노선권을 자유롭게 환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타 2020년 수입금공동관리형에서 최대 9년 한정면허제로 전환한 경기도 공공버스, 2022년부터 용인시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등이 채택한 노선입찰형 준공영제도 있다. 이는 버스 노선의 면허와 운영권을 지방정부가 소유하되 입찰 경쟁을 통해 일정 기간만 버스운송사업자에게 운영권을 위임하는 형태다.

구체적으로 서산시는 올해부터 일부 시범지역부터 공공형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공공형버스는 대산 권역과 해미·고북 권역에 노선형과 예약방식을 혼합해 시범 운영하고, 추후 운산 권역과 인지·부석 권역 등 전체 지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도입한다.

시는 이를 위해 공공형버스 15(15인승 전기차) 중에서 우선 8(168천만원 예산 소요)를 구입해 운영할 계획이다. 버스기사도(8대 운영 시 16명 수준) 공개채용 원칙으로 하며, 서산시시설관리공단이 설립되면 운영주체가 될 예정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서령버스 측으로부터 회수되는 노선권에 대한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한편, 충청남도의 경우도 시내·농어촌버스의 비수익 노선 증가 등 운영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절감해 직결형 노선에서 간선·지선 체계로 전환하고 공공형 버스·택시를 확대하는 등 23개 시군을 선정, 올해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서산시 부시장으로 취임한 홍순광 전 충남도 건설교통국장 재직 시 결정된 정책이기도 하다. 선정된 지자체에는 37천만 원(국비 3억 원, 도비 7천만 원)이 지급될 계획이다.

하지만 서령버스의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매각, 3자 인수설도 나오고 있다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는 있겠지만 최근 서울의 경우 사모펀드들이 시내버스 회사를 속속 사들여 꼼수경영을 일삼으면서 재정지원을 받는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2019년 말부터 현재까지 사모펀드가 인수한 시내버스는 127대로 서울 전체(7382)13.9%를 차지한다.

서울시 임규호 시의원은 준공영제는 민간운수업체 재정을 지원해 버스 운영체계의 공익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최근 소수 투자자에게 손실 위험 요소가 없는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전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임 의원에 따르면 사모펀드들은 배당률이 10%가 넘는 우선주를 발행해 소수 투자자들에게 고배당을 주는 꼼수라던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복잡한 흡수합병을 거치고, 차고지를 팔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등 먹퇴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내버스 운행중단이라는 사태가 몰고 온 심각성, 행정이 추구하는 공공성과 민간기업이 주장하는 재산권에 해당하는 노선권에 대한 충돌은 서산시가 추구하는 공공형버스가 확대 시행될수록 더 첨예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산시와 서령버스 간의 협의나 소통 또한 필요하지만, 먹잇감을 찾아 검은 눈을 번뜩이는 하이에나 같은 탐욕의 자본들도 경계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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