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빨리’는 사절, 진득함이 장점인 곳!

20여 년간 한결 같은 자존심

로컬‧슬로우푸드의 대명사

부석면 칠전리의 길가 옆에 콕 숨어있는 시골풍경(대표 지권식)은 ‘빨리빨리’를 외치는 성질 급한 손님들은 정중히 사양한다. 20여 년 전 식당 문을 열 때부터 신조로 삼아온 ‘진득함’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다. 이렇게 경박함을 걷어낸 밥상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옛날 어머니의 소반 위를 채웠던 소박함이 가득 묻어난다. 애당초 이곳은 00한정식이니 00전문점이니 하는 일반 음식점과는 거리가 멀다. 이름 그대로 그냥 시골풍경일뿐이다.

▲ 정감어린 옛 풍경이 물씬 배어나는 시골풍경의 모습.

메뉴만 봐도 그렇다. 굴 떡국, 굴 찜이 유명하지만 이 두 메뉴는 계절음식이다. 냉동 굴을 사용하면 사시사철 구색을 갖출 수 있지만 자존심이 허락 않는다.

▲ 텃밭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나물들.

이 외에도 시골풍경의 자존심은 곳곳에 숨어있다. 일단 음식에 사용하는 식재료의 80% 이상은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사용한다. 쌀, 6쪽마늘, 고추 등은 당연지사고, 울릉도의 삼나물을 비롯해 두메부추, 눈개승마 등도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다.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겠다는 고집이 어느 정도냐 하면 자신의 논에서 수확한 쌀이 시원치 않으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농사 잘된 집 쌀을 골라 구입할 정도다. 5월부터 시작한 콩국수에 최상품의 서리태를 쓰고, 밀가루 면 대신 현미면발을 고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곡전이나 콩고기 찜에도 최고의 식자재와 최선의 노력이 들어가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 시골풍경의 정갈한 콩국수와 밑반찬은 80% 이상이 지역의 우수한 식자재로 만든 로컬 푸드다.

로컬푸드와 슬로우 푸드가 전부인 시골풍경에는 단체손님들이 앉을 자리가 없다. 6인석이 가장 크고, 나머지는 4인석이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주문 할 때 지켜야할 규칙이 하나 있다는 것. 식사류의 경우 평일에는 2종류까지 가능하지만 주말에는 1종류로 통일시켜야 한다.

‘요즘 세상에 뭐 이런 데가 있어!’ 할지 모르지만 음식을 통해 손님들과 소통하는 시골풍경의 법도인 만큼, 기꺼이 감수해야한다. 그러면 기억 저편 속에 뽀얗게 먼지를 쓰고 웅크리고 있던 잊지 못할 그 맛과 다시금 만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시간에 쫓기듯 한 끼를 때워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시골풍경은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콩국수 한 그릇이라도 천천히 음미해가며 먹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곳이다. 당신이 음식의 멋과 풍류를 안다면 시골풍경의 문을 노크해볼 일이다.

 

>> 시골풍경 지권식‧지성철 부자

▲ 아버지 지권식 대표를 대신해 사진촬영에 응해준 아들 지성철 씨.

“지역 특색 살려 오래 기억되는 곳 만들 것”

영업방침이 특이하다?

아내와 아들 그리고 저, 단 세 명이 슬로우 푸드를 내놓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택한 방편이다. 하루에 쓸 양만큼의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윤을 위해서는 손님들을 더 많이 받아야하겠지만 식당을 처음 시작 할 때부터 로컬푸드와 슬로우푸드를 고집한 만큼, 좋은 식재료로 정성이 담긴 음식을 선사하겠다는 영업방침을 바꿀 생각은 없다.

 

20년 전 슬로우 푸드가 생소했을 텐데?

시골풍경을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슬로우푸드, 로컬푸드니 하는 개념이 희박했다. 하지만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린 곳이 오래갈 수 있다는 신념이 있어 도전할 수 있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완벽한 로컬‧슬로우푸드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정성을 알아봤는지 70% 이상이 단골손님이고, 시골풍경의 맛을 잊지 못해 멀리 타지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꽤 많다.

 

앞으로의 계획은?

식당 자리가 선친부터 대대로 살아오던 곳이고, 별채에서 지금도 우리 가족이 살고 있다.

늘 한결 같은 맛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에 따라 변화를 가미할 수 있는 시골풍경으로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다. 서두르지 않고 진득하게 변화해 나가는 시골풍경을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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