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박두웅 전)서산시대 국장
박두웅 전)서산시대 국장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살라.”

국회 청문회가 가관이다. 돈에 걸리고 명예에, 권력에, 그리고 칭찬과 비난으로 거미줄처럼 얽힌 주변의 수많은 그물들. 그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고 싶은 시대다.

집착하는 것은 언제나 근심이 된다. 바람처럼은 꿈이나 목표 없이 살라는 말이 아니다. 집착에 시달리는 마음을 놓아버리라는 뜻이 아닐까.

로마의 세네카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호모 폴리티쿠스(Homo politicus)’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정치다. 정치세계는 사회 속에 얽혀 살아가는 인간들을 도덕성, 인간성, 지식의 유무와는 전혀 관계없이 이용의 대상으로 존재의 가치를 결정한다.

기원전 중국의 요 임금 시대에도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요 임금의 말에 허유는 기산(箕山 허난성 태강 북쪽)으로 들어가 흐르는 물에 더러운 말을 들었다고 귀를 씻었다고 했다.

이 사연을 들은 농부가 귀를 씻은 그 더러운 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다며 상류로 올라가 소에게 물을 먹였다는 이야기는 압권이다.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이 넘쳐 나는 세상에도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있고, 가렴주구(苛斂誅求)는 시대를 초월해 백성들을 고달프게 한다. 세상은 항상 불공평의 악취를 풍기고, 법은 강한 자에게는 무력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하다.

벼슬하려는 자들은 강한 자를 위해 굽신거리며, 아첨과 불의한 것도 정의라고 소리친다. 지배자를 위해 방패를 들고, 칼을 들고, 반대편을 공격하고, 약한 자를 혐오한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고 싶다. 하지만 천수만 하늘을 나는 저 철새가 아닌 이상 사회적 동물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이 괴롭다.

군주가 (아무리) 재능과 지혜가 출중할지라도 자신의 총명함만 믿고 신하들을 불신하면 난세가 되지요. 하물며 군주가 재능과 지혜가 부족하여 간사한 자의 말만을 편중되게 믿어 자신의 귀와 눈을 가린다면 (최악의) 난세가 되지요. 바로 이것이 난세가 되는 두 가지 경우라오.” 율곡 이이의 말이다.

정치(政治)가 정치(正治)되지 못하고 혐오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 눈과 귀는 없고 입만 쉴 새 없이 떠드는 괴물이 되어버린 사회. 더도 덜할 것도 없이 오늘의 대한민국은 난세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경쟁과 질시로 잘게 찢어진 사회는 절망에 가깝다.

천수만에 바람이 분다. 햇살에 반짝이는 갈대가 바람과 함께 춤을 춘다. 겨울이 오는 소리는 바람과 함께 온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