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직면한 한국 농업을 6차산업디자인으로 혁신하자
기능 중심에서 벗어나 감성(感性)디자인 중심의 농업 정책과 교육을 구축해 나가야

            한기웅 강원대 명예교수
            한기웅 강원대 명예교수

한국의 농업이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농업 인구의 초고령화 사회와 함께 1ha(3,030) 미만의 소규모 농업 종사자가 70%를 넘고 있으며, FTA 체결에서 잠시 미뤄놓았던 농산업(農産業)의 개방 일자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나름 국가의 시책으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지구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기만 합니다.

우리나라의 농산업 전략(戰略)은 어떤 방향으로 변모해 가야 할까?

잠시 눈을 돌려서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 중 일반 산업제품에 대한 흐름을 살펴보도록 하지요.

자동차를 비롯한 전자. 전기제품과 가구 및 패션상품 등이 동남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상품으로 우뚝 서게 된 것입니다.

1980년대 전자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시 디자인개발실에서 근무하였던 저는 온종일 분해된 소니(Sony)사나 도시바(TOSHIBA)의 제품들을 곁에 놓고 신제품 개발을 진행했던 경험들이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기술은 물론, 도저히 그 공간에 넣을 수 없는 구조물들이 질서정연하고, 새로운 전개방식으로 설계되어 보고 듣지도 못한 새로운 형태와 기능으로 변모해 있던지...그저 감탄사를 연발하며 제품디자인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서 잠시 눈여겨보고, 농산업 분야에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우리 농산업의 문제점(초고령화, 작은 농토)을 새로운 개선점(Solution)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신농업(新農業) 전략은 무엇일까요?

초고령화된 농업인을 대체하는 방안은, 당연히 젊은 세대화로 변화시키고 도시인을 농산업 분야로 영입하는 전략과 비전 제시가 동반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반면에 오늘날 젊은 세대들에게 자발적으로 창농을 유도하는 전략은 대단히 미온적이고 1차원적 영입전략이라 여겨집니다. 또한 귀농인들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직도 농산업의 트렌드(Trend)가 시대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먼저 청년 농업인을 교육하고, 지도할 수 있는 기관을 국가적 차원에서 양성하는 일입니다.

그것은 새로운 조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으나, 기존의 시스템에 접목하는 방법도 매우 유효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농업 관련 기관(농진청, 농어촌공사)이나 지자체의 해당 부서(농업기술센터) 등에 농업디자인 기구를 신설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능 중심에서 벗어나 감성(感性)디자인 중심의 농업 정책과 교육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디자인 전문가들을 대거 채용하여, 농업기술 분야와 함께 농업디자인(농토. 농기구 디자인과 작목디자인 등)의 행정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이를테면, 삼성. LG전자나 현대. 기아 자동차에서 500~1,000명 이상의 디자이너들을 고용하여 새로운 트렌드를 연구개발하고 있듯이, 작은 농토에서 고부가가치 농산물의 생산과 함께 농토를 농사짓기 편리한 공간으로 혁신해 가고, 도시인의 피난처가 될 수 있도록 농장디자인(크고 작음에 관계없이)을 적극적으로 적용 확대해 가야 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요즘 학생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에 농업디자인(6차산업디자인)’분야의 신설(개명)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도시로 모두 빠져나가고 미달 사태를 겪고 있는 농촌(소도시)의 대학들에게 농업 현실에 적합한 학과(혹은 단과대)로 명칭과 학문의 방향을 과감하게 변화시키고 지자체, 농협 등과 협력하여 농촌에 필요한 창조농부(創造農夫)’를 육성하며, 이들이 농업으로 글로벌 마켓에서 경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략상품 개발에 앞장서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브랜드 농업육성책으로 전략농업 구축

귀농인들에게도, 단순하게 귀농 자금을 융자해 주고 기술 중심의 교육을 펼쳐나가는 현재의 방법을 혁신하여, 전략농업을 구축할 수 있는 브랜드 농업육성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일례로, 농업의 브랜드화는 일찍이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6차 산업디자인의 대표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모쿠모쿠 농장은 정직원 150명에 연간 700억 원(한화)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일본 최고의 농장입니다. 1, 2, 3차 산업의 효율적인 융복합화로 브랜드 농업을 정착시킨 성공사례입니다.

또한 바다와 강의 영향으로 소금으로 절어 있는 불모의 땅에서 일본 최고 품질의 토마토를 생산해 낸 고치시 도쿠타니의 후르츠토마토는 1개에 1천 엔, 1KG4,800엔의 초고가 상품으로 일본 토마토 농업의 신화를 만들어 낸 사례 등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사례들이 우리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농업디자인, 그것은 오늘날의 브랜드 및 패키지디자인의 영역을 넘어서, 말 그대로 농업을 디자인하는(농업인은 농사짓기 편리하고, 농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힐링을 제공해 주는)것이어야 합니다. 농작물의 디자인과 개인 농기구의 디자인 등도 보다 적극적인 디자인의 접목이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새로운 농업의 도입을 위하여 농업 디자인 교육의 도입이 하루빨리 채택되어야 하며, 젊은 농부들이 도시의 생활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귀농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환경 개선이 필요합니다.

철도대학 등에 버금가는 국가의 지원 정책으로 농업디자인인재양성의 기틀이 굳건하게 마련될 때 비로소 한국농업은 젊은이들이 희망과 비전을 갖고 흙냄새를 맡으며 세대교체를 이루기 위해 도시에서 농촌으로 앞다퉈 향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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