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국가의 자산...“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꼭 건강검진 하세요”

서울대병원 파견 서산의료원 가정의학과 고아령 과장
서울대병원 파견 서산의료원 가정의학과 고아령 과장

서산의료원 가정의학과 과장 고아령 전문의를 만났다. 현재 서울대병원 공공부문 임상교수 파견 4년 차를 맞아 의사로서 삶의 철학이나 신념에 대해 물었다.

의사 그리고 서울대병원 의료진으로써의 교육을 받고 수련을 받는 동안, 의사로서 나의 역할이 필요로 한 곳에서 쓰임이 있기를 늘 희망하였다. 이는 의사로서의 역량을 보다 향상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되는 이유기도 하고, 앞으로도 소진되지 않고 소임을 이뤄나가기 위한 저의 신념이기도 하다.”

고아령 교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건강검진센터 활성화를 통해 서산의료원에서 환자의 건강 상태를 포괄적으로 진료하고, 평가하면서 개인별 의료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지역의 만성질환 및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연구과제도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수행하고자 한다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힘쓰겠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진료를 하고 있는 고아령 과장
진료를 하고 있는 고아령 과장

Q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선택하게 된 계기와 가정의학과는 어떤 과인지도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가정의학과를 선택하게 된 것은 많은 걸 알고 많은 것에 개입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전반적인 질환에 대해 관리하는 그런 주치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무척 컸죠. 물론 다른 방법도 있었겠지만 저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선택함으로써 그 길을 걷게 된 거죠.

가정의학과는 의학발전의 역사 속에서 파편화 및 분절화된 의료를 보다 개선하고 보완시키고자 탄생한 과입니다. 어떤 연령과 질환이라도 증상이 있을 때 첫 번째로 방문하여 1차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과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 연령에 이런 증상이면 추가적인 어떠한 검사와 진료가 필요 해라고 안내해 주는 그런 문지기 역할을 하는 과예요.

그리고 총괄적인 진료 방향 계획에 직접 개입하는 주치의 역할이 바로 가정의학과예요. 사람은 암과 고혈압·당뇨, 허리 수술 등 많은 질환을 갖고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러면 정형외과에 가면 정형외과적인 것에, 고혈압·당뇨병 진료과에 가면 해당 만성질환에만 초점을 두다 보니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관리의 방향에 대한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가정의학과에 방문하면 됩니다.

담당 업무로는 건강검진센터의 검진의, 요양병원 주치의, 호스피스 주치의, 비만 클리닉 등이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흔히 하는 일들입니다.

섬 지역 주민 대상 ‘건강관리서비스·원격진료’를 하고 있는 모습
섬 지역 주민 대상 ‘건강관리서비스·원격진료’를 하고 있는 모습

Q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파견 오셨는데 서산의료원으로 지원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무엇보다도 저 스스로가 이 길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파견 온 지가 20195월에 왔으니까 벌써 만 4년이 됐네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쉽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쉽지 않은 길일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저희 남편도 저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희는 서로가 하는 분야에 대해서 굉장히 존중을 해줘요. 저희 부부가 맡아야 할 숙제는 책임감이 부여되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고요.

세상에는 쓰임새라는 게 있잖아요. 서울대병원 소속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역할들 말예요. 제가 4년 동안 있으면서 느낀 것은 정말 이 지역에 나와 같은 역할 즉, 서울대 파견 교수라든가 아니면 또 다른 전문가들이 와서 할 수 있는 분야가 참 많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Q 서울대학교병원과 서산의료원의 진료 환경은 차이가 있을 걸로 생각합니다. 전문의들이 서산으로 내려오지 않으려고 한다는데 어떻습니까.

그렇죠. 젊으신 분들이 오시기에 사실 쉽지 않아요. 갓 결혼하셨거나, 아이가 너무 어리거나, 특히 아이들 교육에 헌신을 해야 하는 그런 연령대 분들 말이죠. 그래서 요즘은 되려 퇴임하신 교수님들이 오셔야 한다고 봐요. 이미 자녀 양육 임무를 다 마친 분들은 숙련된 상태기도 하구요.

퇴임하신 교수님들은 보통 60대 중후반이고 충분히 필드에서 뛸 수 있는 능력이 되거든요. 일각에서는 그런 분들이 오시는 건 어떠냐고 주장도 하고 있어요. 저는 일부분 거기에 대해서 굉장히 공감합니다.

만약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많은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서울 및 경기도권에 몰려 있어 굉장히 포화되어 있다. 반대로 중소도시에는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 여전히 많다라고요.

원격진료를 하고 있는 모습
원격진료를 하고 있는 모습

Q 지방이다 보니 쉽게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한마디 해주세요.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혹시 오신다면 저는 오지 말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거기 가면 쉽다더라그건 절대 아닙니다. 큰규모의 병원들은 내가 아니더라도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의료진들이 많아요.

하지만 여기는 3~4명의 역할을 혼자 다 해내야 해요. 업무 강도는 절대로 녹록지 않습니다.

저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수련받을 때 의료원 파견을 몇 번 나갔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을 접해본 경험이 있었어요. 그래서 여기를 선택하는 데 한번 가가서 의사로서 내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내려온 경우예요. 쉽게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Q 서산의료원 전문의로서 환자들을 치료할 때 힘든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보통 서울 및 대도시의 종합병원급 이상 큰 병원에서는 일차적으로 환자의 증상과 검사소견에 대한 포괄적 진료를 하고 이후 세부 전문분과에 의뢰하면서 치료를 진행하지요. 그리고 건강검진 이후 세부 전문분과 간의 환자 연계가 병원 내 협진 체계가 잘 이뤄지고 있어요. 그렇게 때문에 이미 중증으로 진단이 되거나 잠재적 중증 환자에 대하여 가정의학과와 같은 주치의 분과와 세부 분과의 진료 협력이 원활해요.

하지만 서산지역의 의료상황은 다릅니다. 지역주민이 중증질환 환자으로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하고 난 후, 그곳에서 수술을 받거나 암으로 진단받아 치료를 받게 되죠. 그런데 결국 그 환자분들은 서산지역 주민으로 다시 돌아와야 할 분들이거든요. 아쉽게도 의뢰 된 환자분들이 지역으로 돌아와 의료적 관리가 쉽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도 굉장히 힘들죠. 터미널에서 버스 잡아타고 갔다가 힘들게 돌아와야 하니까요. 그중 환자 한 분이 그렇게 다니시다가 우연히 제 진료실을 찾아오셨어요. 환자 상태를 평가하고 난 후 의뢰서 받고 내려오면 의료원에서 제공할 수 있는 진료를 받으며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돌아와도 되는지 몰랐다면서요.

환자가 지역으로 다시 돌아와 진료를 받고, 진료 중 유사 시에 큰 병원으로 재의뢰 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는 것이 상대적으로 의료진이 부족한 지역 의료에 필수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산의료원 ‘이동순회 진료’  후 단체사진
서산의료원 ‘이동순회 진료’  후 단체사진

Q 서산의료원에 근무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만성질환이다 보니 담당하는 의사로서 한 환자를 오랜 기간 진료를 수행하게 됩니다. 짧게는 1, 길게는 5, 10년 이상 끌고 가야 되는 제 환자라는 개념이 있어요. 제 환자 중 본인의 가족을 모시고 다시 내원하여 초진을 보는데 처음에는 의외로 완강하게 병원을 거부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으시더라고요. 투약도 거부하고요.

그런 분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면서 중증화를 예방할 수 있도록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결과가 보일 때가 있어요. 환자들이 만족도도 커지고 건강검진과 검사 시 조기에 발견하고 대처를 하는 경우들이 생겨요. 그럴 때 가장 뿌듯하죠. ‘, 내가 한 사람 그리고 한 가족의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큰 힘을 얻게 되고 동기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Q 서산의료원 공공의료본부의 본부장을 맡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공공의료본부는 어떤 사업을 진행하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공공의료본부는 공공의료팀과 책임의료팀 2개로 구성이 되며, 지역의 보건의료의 필요(Needs) 부분을 발굴하고, 그 필요에 맞는 보건의료사업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부서입니다.

서산의료원은 지역의 공공병원이면서 동시에 지역의 병·의원급의 우수의료기관, 보건소와 행정복지센터 등과 함께 지역주민의 질병치료, 건강증진을 위해 환자 의뢰 및 진료 협조체계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요. 이 또한 지역의 우수 의료기관과 보건소와 함께 지역의료의 발전과 주민들의 질병관리 및 건강증진에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령시 소도에 방문하여 다섯 번째 원격 건강관리를 진행했다.
보령시 소도에 방문하여 다섯 번째 원격 건강관리를 진행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지역의 모든 우수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에 대한 진료를 열심히 하고 있기에 의사와 환자 간에 소통이 좀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주치의가 권하는 필수검사나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잘 수용해주시면 훨씬 더 지역사회 주민들이 건강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어요.

특히 건강검진은 최소한의 항목이니까 아무리 못해도 2년에 한 번씩은 꼭 받으시기 바랍니다. 어르신들 한분 한분의 건강은 국가의 자산이거든요. 사람들이 아프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죠.

유소견이 나오더라도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가정의학과 혹은 주치의 병원으로 방문하여 의료상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게 좋다고 말씀드립니다. 자칫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경우도 생기거든요.

저 또한 서산의료원 건강검진센터에서 환자의 건강상태를 포괄적으로 진료하고, 평가하면서 개인별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고요. 동시에 지역의 만성질환 및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연구과제도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수행하고자 합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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