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158

우리 동네 황토 맨발 길
우리 동네 황토 맨발 길

<황토 맨발 길>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우리 동네에 이런 장소가 있다니. 사람들이 벗어놓은 신발들이 입구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초행길인 우리 가족은 신발을 손에 쥐고 맨발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길이 험해 발바닥이 아프면 다시 신을 요량이었다. 작은 몸을 건사하며 한 걸음씩 대담하게 내딛는 딸들이 대견했다.

흙이 단단하게 다져진 구간이 있는가 하면 찰흙처럼 쫀득한 구간도 있고 진창처럼 질퍽하고 미끄러운 구간도 있었다. 어떻게 이런 길이 형성되었을까. 그동안 이곳을 왜 모르고 있었을까. 의문을 품고 사람들이 오르는 길을 따라 걸었다.

신발을 신지 않은 발이 가벼웠다. 시원한 황토가 발의 열기를 식혀줬다. 이런 길이라면 계속 맨발로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길 가장자리에 4켤레의 슬리퍼를 다소곳이 내려두었다.

제법 걸었다 싶었을 때 넓은 쉼터가 보였다. 운동기구가 있는 쉼터 바닥이 모두 황토로 조성되어 있었다.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사람보다 쉼터 둘레를 걸으며 걷기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과 맨발로 전해지는 황토의 서늘한 기운 때문에 산이 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삽으로 쉼터 가장자리의 땅을 정비하는 어르신이 보였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뵙는 분이었다. 매일 등산을 하시는 것은 오며 가며 나눈 대화로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맨발 걷기 동호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쉼터를 지속적으로 정비하는 분인 줄은 몰랐다. 민원을 넣어 정자나 세족 시설 등 사람들이 이용하기 편한 공간을 만들고 계시다니 더없이 건강한 어르신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동네 황토 맨발 길
우리 동네 황토 맨발 길

충분히 토양을 느끼고 양쪽에 마련된 황토소금물에 발까지 담근 우리 가족은 다시 산을 내려 왔다. 아이들이 맨발로 걷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격려해준 많은 어른들 덕분에 딸들이 지치지 않고 산을 오르고 내렸다. 세족장으로 이동해 시원한 물로 발과 다리를 깨끗이 씻고 나니 몸이 개운해진 느낌이 배가 되었다.

그날 이후 남편은 혈액순환이 잘돼 발이 뜨끈뜨끈하다며 매일 그 길을 걷는다. 아이들은 시원하고 말랑한 황토의 촉감을 느끼기 위해 흔쾌히 그 길을 찾는다. 운동 부족이던 나는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게 운동을 할 수 있어 주말 이틀을 맨발 걷기에 도전했다. 지압의 효과와 땅과 나무의 기운이 건강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이번 주말 우리 가족은 맨발로 황톳길을 걸었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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