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환경을 살리기 위해서 매달리는 남자...“그래야 지구에게 덜 미안하죠”

 ㈜엠이지발효연구원 안성순 대표
 ㈜엠이지발효연구원 안성순 대표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꿈꾸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며 소통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에코 라이프(Eco-life)’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지난 2, 좁은 지구에서 갈등하며 살아가는 인간이 미래를 위해 남겨줄 것이라곤 건강한 자연이라며 이제라도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사람을 만났다.

서산시 해미면 한서대학교 내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엠이지발효연구원 안성순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폐유기물로 인해 오염된 토양과 녹조 개선 및 퇴적물 오염 저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린시절 학교를 파하고 송골송골 땀을 식히기 위해 친구들과 저수지를 찾아 수영했던 기억이 뚜렷하다며 입을 연 그는 찢어질 듯 울어대는 매미 소리를 뒷전으로 풍덩 물속으로 뛰어들면 먼저 수영하던 개구리가 방해꾼에게 밀려 도망치듯 떠났다고 했다.

안 대표는 때로는 저수지에 놀다가도 발목 근처에 피를 빨아 먹고 통통해진 거머리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곤 기겁하기도 했다그 징그럽던 거머리를 쏜살같이 떼 내고 물에 발목을 담가 씻어버리면 금방 나아 또다시 깔깔거리며 놀았던 시절이었다. 마치 꿈만 같다고 회상했다.

수질오염된 저수지 모습
수질오염된 저수지 모습

Q 그렇게 깨끗하던 저수지들이 요즘은 너무 많이 더럽혀져 있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폐수와 하수처리 또는 정수 과정에서 생긴 침전물 오니(sludge)가 그대로 유입되면서 점차 물이 오염됐다고 본다. 이로 인해 여름과 가을에는 악취와 녹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우렁 잡고 개구리 잡아 식탁을 풍요롭게 했던 그때는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요즘은 탁한 수질로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오염된 물은 농업용수로도 부적격이다. 일부에서는 (오염)물때문에 벼가 말라 죽는 현상까지 나타난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된다면 저수지와 이어진 지하수도 오염이 될 것이다.

사실 옛날에야 비료나 농약이 어딨었나. 세월이 좋아지면서 유기질비료 사용으로 인해 저수지 바닥에 퇴적된 저질들이 상당히 오염되어 있고, 또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폐수가 썩어 부패하고 발효되어, 산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질소화합물의 최종 산화물이 계속 저수지 바닥에 잔류 되어 남아있다.

Q 2018엠이지환경연구개발로 출발하여 탈취제개발과 동물사체처리기계를 만들어 활용하였고, 나아가 동식물탈취제 및 수질개선제 등을 연구했다. 계기가 있다면.

2015년 삽교호에서 나와 서산시 대산읍에 위치한 대한환경을 인수하여 첫 사업을 시작했다. 서산시 하수오니 등 악취 나는 물건을 취급하면서 악취 잡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동물 사체를 들판이나 아파트 화단 등에 묻는 것은 발견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땅에 묻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비록 그것이 내 땅이라도 말이다. 사체에서 나오는 침출수가 토지를 오염시키고, 오염된 토지는 비가 오면 지하로 스며들어 환경문제를 일으킨다. 심지어 정화를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인간이 먹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육계나 산란계, 돼지농장에도 사체가 안 나올 리 없다. 소각장으로 가던가 아니면은 사체 처리 매립장이 따로 있다. 어찌 됐든 사체 처리는 누군가의 몫이다.

엠이지환경연구개발에서는 2018년 폐사축 등의 폐유기물을 분해하기 좋은 크기로 분쇄하고 미생물을 투입하여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되돌려 놓는 폐유기물 블랜더를 특허받았다. 미생물을 발효하여 톳밥에다 접목시켜 단백질을 분해하는 방법이다. 효과가 꽤 컸다.

하지만 누가 제재를 하지 않는 이상, 한시적으로 돈이 들어가면 사람들은 이용하지 않고 무단으로 버리는 일이 일어난다.

올 초 서산에서도 타 지자체로부터 폐기물과 축분, 음식물쓰레기 등을 재활용한 적법하지 않은 부숙토가 다량 유입돼 악취 등의 민원이 발생했다. 사람들이 기본을 지키면 문제 될 것이 없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게 현실이다.

Q 많은 고생 끝에 현재 악취제거 및 수질을 정화하기 위해 여러 지자체와 수협 등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어떤 사업인가?

악취제거다. 굴 껍데기 악취, 혹시 맡아보셨는지 모르겠다. 산처럼 쌓인 굴 껍데기에서 나는 악취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하다. 좋은 말로는 썩는 냄새나 악취로 표현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동물 사체 썩는 냄새라고까지 말한다. 심지어는 해충 발생, 환경오염, 경관 훼손 등 온갖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수십 년간 민원을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는 굴껍질 썩는 냄새는 지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관광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생산·유통·가공·판매단계에서 폐기처리에 따른 비용 상승도 문제였다.

경남 통영, 거제, 고성 쪽에서는 굴 까는 양식장만도 대략 300군데가 되는데 굴 껍데기가 얼마나 많겠나. 냄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 굴수하식수협과 악취제거 계약을 하고 지금껏 열심히 매진하고 있다.

㈜엠이지발효연구원 안성순 대표
㈜엠이지발효연구원 안성순 대표

Q 멀리 가지 않더라도 고향인 당진 오봉제저수지 녹조가 문제시됐다. 여기에 관한 생각은?

그동안 오봉제저수지는 여러 가지 송사에 휘말린 곳이었다. 농어촌공사로부터 개인이 20년간 임대하여 낚시터로 쓰다 지금은 임의로 20여만 평에 연꽃단지를 조성해 놨다. 그러다 보니 퇴적층이 계속 쌓여 수심도 얕아지고 악취도 심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충청남도 모 관계자로부터 준설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니 큰일이다. 제발 물 좀 깨끗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냐?”는 부탁을 받았다. 실험을 하기 시작을 했고 2021년도 11월 미생물로 저수지 녹조 정화작용에 나서게 됐다. 성과가 꽤 좋았다. 개인적으로도 오봉제저수지로 인해 녹조제거장치 특허를 앞당길 수 있어 뿌듯하기도 하다.

오봉제저수지는 송악면과 신평면으로, 관할이 둘로 나뉘어 있다. 또 이곳은 악취 문제로 민원이 끊이지 않은 곳으로 악명이 높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진시가 오봉제저수지 생태공원 조성사업을 벌이는 가운데 사업을 더디게 만들었던 농어촌공사와 저수지 낚시업 수면 임대차 사업자와의 소유권 관련 분쟁이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지난 3월 농어촌공사가 확정판결을 끌어내며 저수지 생태공원 조성에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이참에 지자체의 의지로 저수지 수질개선과 함께 주민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서대학교 교내에 있는 저수지
한서대학교 교내에 있는 저수지

Q 지난 310, 한서대학교 창업보육센터 내에 있는 연구소로 회사를 옮겼다. 각오를 말해달라.

한서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우리 회사를 두고 미래지향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인정해주어 입주하게 됐다. 업무지원협약도 체결했다. 감사하게도 학교 내 연못을 연구할 수 있도록 기꺼이 내주셨고, 또 영양제 및 토양, 연구비까지 지원해준 덕분에 토양개선제를 만들 수 있었다.

믿어준다는 거 절대 쉽지 않다. 더구나 그 연못에는 비단잉어와 메기 등이 살아 숨 쉬는 생태계 보고였다. 만약 (연못에)발효제를 뿌려 물고기가 죽거나 생태계가 파괴됐다면 이 자리에서 감히 인터뷰할 수나 있었겠나. 아무 일 없이 한 달 만에 좋은 결과를 도출하여 덕분에 특허출원도 할 수 있었다.

또 지난 613일에는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보이수(비알콜음료제조)’제조 허가등록을 마쳤고, 현재는 발효차 음료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이렇듯 한서대로 이전해오면서 좋은 일이 연타로 일어나 기쁘다.

각오라면 앞으로 한서대학교 측과 협업하여 연구소를 만들고, 그로 인해 국책사업 등 학교발전과 회사발전에도 이바지하도록 열심히 연구하는 엠이지발효연구원이 되겠다. 나아가 악취제거와 수질개선, 토양개선, 식물영양제, 액상차 등 더 많은 발효식품과 함께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개발에도 힘껏 연구 노력할 계획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얼마 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서산 호수공원을 걸었다. 비가 오는 날이라 그런지 물가로 내려서니 역한 냄새가 훅 올라왔다. 하수종말처리장의 재처리수를 끌어다 쓰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게 심한 악취라니. 놀랐다. 고질적인 문제라고는 했지만 18만 시민들이 휴식을 즐기는 곳이 못내 아쉬웠다.

그날 호숫물을 채취하여 실험에 돌입했다. 분명 유용한 발효미생물이 투입된다면 좋은 결과를 도출하리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기록을 해나간다.

주위에 있는 분들이 (발효)매달리냐?”고 묻는다. 왜 그럴까. 일단은 환경을 푸르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래야 자연에게 덜 미안하니까. 그래야 커나가는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을 테니까.

우리나라가 물을 사 먹을 줄 누가 알았겠나. 우리 어렸을 때는 꿈도 못 꿨던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옛날에 놀던 그 시절, 그 호숫가를 그리며 미력하나마 청정한 자연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회사 슬로건도 지구환경을 푸르게 만들자이다.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호랑이 눈으로 판단하고 소의 걸음으로 뚜벅뚜벅 실천하며 사는 호시우보의 지혜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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