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희출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이희출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어제까지는, 찌릉찌릉찌릉매애애애하고 우는 매미들의 소리였다. 그 소리는 리듬감이 있어 좀 들을 만했다. 아마도 녀석들은 짝을 찾는 데 성공했나 보다. 매미 우는 소리는 암컷을 부르기 위한 수컷만이 내는 소리라고 하니까.

오늘부터 울기 시작한 매미가 찌리리리리하며 내는 소리는 15초 정도인데, 의식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소리다. 게다가 날카롭고 높은음자리다. 그렇게 높은 톤으로 소리 내며 울다가 말미에는 이이이하는 소리를 내며 서서히 잦아든다.

그 패턴을 한 치도 어긋남 없이 오전 내내 반복해서 울고 있다.

일관성 하나는 끝내준다.

불현듯, 몇 년 전 해미 공군 전투비행장 근처 마을회관을 방문하여 그 마을 주민들과 만났을 때 겪은 상황이 겹쳐진다.

전국의 환경문제와 사회 갈등을 듣고 해결해보려는 목적으로 구성된 평화순례단이 있었다. 한 지역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며 그 지역의 문제와 연관된 공간을 찾아가기도 하고, 당사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평화순례단을 이끌고 있는 이는 대중적으로 이름이 꽤 알려진, 몸피는 작지만 야무지게 생긴 스님이었다.

태안에서 일주일 돌아다니며 활동하던 순례단이 서산으로 넘어왔다.

아침에 일어나 둥그렇게 모여 100번 절을 하며 다짐하고, 하루종일 돌아다니다 숙소로 돌아와, 100번 절을 통해 성찰하고 마무리하는 프로그램이 무척 흥미로웠다.

사흘 째되는 오후에는 해미 공군비행장 소음피해 대책위원회와 마을회관에서 만나는 시간이 계획되었다.

해미 공군비행장 소음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호소는 절실하기 그지없었다. 듣고 있는 순례단과 좌장인 그 스님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하기도 하고, 몇 가지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소음피해대책위와 순례단의 대화는 거의 마무리 돼 가고 있었다. 그런데 사위는 고요했다. 심지어 밖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전투기가 내는 소음 문제에 대해 두 시간 가까이 말하는 동안 예의 다른 마을과 다름없는 평화스러운 분위기였다. 듣고 있는 우리는 지나간 과거의 문제를 회상하는구나, 할 정도였다.

분위기가 매우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소음에 대한 얘기로 시간을 꽉 채웠는데, 안팎으로 고요하니 말이다. 바라보고 있는 외지인들도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 대화의 자리를 마무리해야 할지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앉아 있던 마을 사람들이 약간씩 술렁이기 시작했다.

자기들끼리는 귓속말로 한다고 하는 거 같은데, 방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똑똑하게 들릴 정도의 말소리였다.

어이, 비행기 뜰 시간 아녀?”

오늘은 훈련이 없는 날인 겨?”

물러, 어제 이맘때는 엄청났었는디, 이상허네.”

이때 대책위에서 좌장 격인 이가 외지인들에게는 전혀 안 들리게 말한다는 듯, 좀더 작은 소리로 옆에 앉은 이에게 말하는데, 그 소리도 다 들렸다.

이거, 부대에다가 즌화 한번 걸어봐야 허는 거 아녀?”

외지인에게 전투비행기 소음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 확실한 증거를 들려주고 보여줘야는데, 비행기 소리는 도통 들리지 않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나타나는, 면구스러움이 넘친 일종의 부작용 같은 현상이었다.

그렇게 어색하고 벌쭘한 시간에 얼마간 담겨 있는데, 저 멀리 비행기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 뜬다, !”

앉아 있던 마을 사람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박수를 치며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이렇게 환호하는 것이었다.

곧 이어 그들의 환호하는 소리를 완전히 잠식하는 전투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가 찢어질 듯한 굉음을 내며 마을 회관 위쪽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조금 있으니 아까와 같은 비행기 소리가 또 들려왔다.

, 또 뜬다, 또 떠!”

마을 사람 모두가 박수를 치며 다시 환호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 비행장 생기고 저 소리에 박수치고 환호한 건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그렇게 다섯 대가 연속으로 출격하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정이 인도양의 울트라마린처럼 깊고 짙게 이해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모두들 바로 옆 사람에게도 말을 걸 수 없도록 압도하는 굉음에 눌려 침묵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에너지 아끼자고 염천더위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창문 열어놓은 환경운동연합 사무실. 그 공간으로 밀려드는 매미 소리가 예전 해미 마을회관에서 듣던 전투비행기 이륙하는 소리를 소환하니, 정겹고 낭창하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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