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입니다. 또 감전사로 죽었습니다지난 2016101일 밤 일이다.

당시 한국 교원대 박시룡 교수는 “20년을 공들인 번식 쌍 중 암컷입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릴 것 같습니다며 황새 감전사고 소식을 전해왔다.

정년을 앞둔 노 교수에게 황새의 송전철탑 감전사라는 사건은 마치 부모 형제를 잃은 것처럼 황망한 것이었다.

감전사한 황새는 1년 전 야생에 방사한 암컷이었다. 이 황새는 수컷과 짝을 이뤄 처음으로 자연에서 새끼 두 마리를 부화하는데 성공한 소중한 황새였다.

황새가 감전사한 곳은 황새공원에서 불과 1백 미터 근처에 있는 주택가 앞 전신주다. 사고를 목격한 마을주민은 전신주 꼭대기에 수컷 1마리가 미리 앉아 있었고, 암컷이 나중에 날아와서 빙빙 돌다가 수컷 근처에 내려앉는 순간 불꽃 튀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으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황새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이런 일은 전에도 있었다. 암컷 황새가 죽기 전 두 달 전에도 황새 암컷 1마리가 황새공원에서 2km가량 떨어져 있는 마을에서 감전사했다.

참새류와 달리 한쪽 날개 길이가 1미터 가량 될 정도로 몸집이 큰 황새는 다른 새에 비해 전깃줄 감전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당시 짝을 잃은 수컷 황새가 감전사고 현장 주변에서 머물며 떠나지 않아 마을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결국 박 교수는 제3, 4의 전신주 사고는 시간문제라며 급기야 황새 야생 방사 중단을 선언했다. 전깃줄 감전 위험이 없는 안전한 서식환경이 마련될 때까지 황새를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전은 송전철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한전도 전신주를 뽑고, 땅속으로 전선을 매설하는 지중화 사업으로 철새들에게 안전한 서식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안다. 다만, 돈이 문제라는 것이다.

당진 삽교천 소들섬의 고압송전 철탑주민 반대대책위의 지나한 싸움이 가슴 아프게 한다. 지금도 주민들의 철새 등 야생생물에 큰 위협, 지중화 요구에 한전은 철탑 설치 이미 끝나, 철거 불가능이라고 맞서고 있다.

소들섬은 가창오리 등 겨울 철새의 주요 월동지로 주변 부장·신촌리 등과 함께 지난해 1월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흰꼬리수리, 큰고니, 수달, 수원청개구리 등 10여 종의 1, 2급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을 비롯한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한전 중부건설본부는 소들섬 주변 지역이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송전선로 건설 계획 이후이고 철탑 설치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이를 철거하고 다시 지중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요지부동이다.

그렇다면 순천만국가정원으로 유명한 전남 순천시의 경우는 어떨까.

순천시는 지난 2009년 흑두루미 서식지 주변 전신주 282개를 뽑았다.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과감한 순천시의 친환경 정책은 매년 겨울 흑두루미 개체 수 증가로 이어졌고, 어느새 흑두루미 15백여 마리의 안전한 월동지로 자리를 잡는 천학의 도시 순천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환경을 우선시하는 지자체란 명예는 대한민국의 자랑이 됐다.

소들섬 송전철탑을 강행한 한전 중부건설본부가 이번에는 천수만 간월호에 눈을 돌렸다. 간월호를 관통하는 송전철탑 사업이 핵심이다.

수십만 마리의 철새가 군무를 이루며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 이미 명성을 얻고 있는 그 간월호에 수십기의 송전철탑이라니. 이 소식을 들은 조류전문가와 철새 탐조가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돈이 우선시 되는 세상이지만, 간월호 철새들의 터전을 가로지르는 송전철탑을 건설하겠다는 생각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주민 수용성을 앞세우고 있는 한전 중부건설본부는 안면도, 부석면 주민들의 동의를 얻으면 된다며 강행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한전 측이 간과한 것이 있다.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는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 만큼 서산시민, 대한민국 국민, 그리고 전 세계인에게도 소중한 생태보고이며 자원이다.

또 서산시와 충남도는 세계적인 생태관광지 천수만을 꿈꾸며, 그 비전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전의 꿈은 무엇일까? 남의 꿈을 짓밟고 세워진 송전철탑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 걸까.

소들섬과 천수만. 우리는 생태수도 순천시의 성과를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가치는 송전철탑으로 얻어지는 경제효과보다 수십 배, 아니 수천 배 더 크다는 것도 보았다.

특히 서산지역 부석면과 인지면은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의 성과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는 황금의 광맥을 가진 지역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송전철탑을 물려줄 것인지, 아니면 세계적인 생태관광지 천수만을 물려줄 것인지는 묻지 않아도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올해 안으로 송전철탑 노선을 결정하겠다는 한전 중부건설본부에게 당부하고 싶다. 서산시민들의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천수만의 꿈을 짓밟지 않기를 바란다.

박두웅 서산시대 전 편집국장
박두웅 서산시대 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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