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65

생명이 영원할 수는 없지만 해치지 않기 위해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
생명이 영원할 수는 없지만 해치지 않기 위해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

''숭덩숭덩잘린 300년이상 수령의 팽나무. 도심에서 쉬이 만나기 어려운 듬직한 풍채를 보며 그의 생명력을 믿었다. 천편일률적인 신도시 디자인 사이에서 특색있는 랜드마크로 발돋움해 주기를 응원하였다. 아파트 단지 내 위풍당당하던 아름드리 팽나무는 올해도 새순 피워 올리기를 힘겨워했고, 결국 아쉽게도 숨통이 사그라들었다.

아파트 입주 전 사전점검일이 기억난다. 고층 건물을 둘러서 빼곡하다 싶을 만큼 수목이 식재되어 있었다. 조경을 꾸린 땅에는 잔디가 깔려있고 심은지 1년도 되지 않은 나무의 가지는 이미 건물과 거의 맞닿다시피 근접해 있었다. 정남향 고층 건물의 북서쪽 모퉁이에 온갖 조명을 휘감아 위상을 강조한 큰 나무가 고단해 보였다. 좁은 집에 큰 가구를 들인 격이었다.

좁은 땅에서 용쓰다 떠난 나무의 5년 전 일상은 어떠했을까? 어쩌다 300년의 마침표를 이곳에서 찍게 된 것일까?

전통 한옥 건축은 안마당에 큰 나무를 심지 않았다. 환하고 넓은 마당을 이용해 처마 아래로 반사광을 들이고 복사열을 이용해 대청마루로 바람이 드나들기를 도모하는 과학적 관리를 하기 위해서이다. 마당이나 건물에 그늘이 진다면 유기적 시스템에 지장을 일으킨다.

또한, 살아있는 나무가 물을 찾아 여기저기 뿌리를 펼치다 건물 아래로 발을 들이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떨어뜨려 두는 것이다.

현대건축을 한옥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재료나 기술력에서 전혀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겉보기만을 치중하여 인간 중심의 수목 컬렉션을 이어가는 것은 건물의 유지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 년에도 몇 번씩 나무 사이에 자라난 잔디를 깎으려고 인력을 동원해야 한다. 저층 세대에 해충 방제를 위해 독한 약으로 꾸준히 소독해야 한다. 해마다 건물에 간섭되는 가지를 전정해야 한다. 바짝 붙여 꽉 채웠기에 번거롭고 애석하다.

얼마 전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을 대비하고, 혹시나 생길지 모를 안전사고를 염려하여 고사목을 긴급히 제거하였다. 어느 산의 신령님을 먼 곳까지 모셔 와 홀대한 기분이다. 어른이 두 팔 벌려 감싸 안아야 할 법한 나무가 잘려 나간 자리에는 그루터기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안간힘을 쓰던 뿌리를 뽑아내고 어떤 모습으로 꾸려 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인간의 욕심을 되짚어 보고 새로운 제안이 필요한 부분이다.

최하나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건축 아티스트 예술인 경력 등록/ 전)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 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 전) 시흥시 문화예술자치 연구소 기획자/ 현) 시흥시정소식지 시민명예기자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