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와 함께 하는 인문학 산책-⑨

 

그 동안 우리는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몇 십 년 만에 다른 나라를 도와주는 나라로 성공한 예는 우리 외엔 없는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우리의 위대성은 새마을운동이란 이름으로 다른 개발도상국의 모델이 될 정도입니다. 여러 나라의 소식을 들어봐도 우리처럼 빠르고 편하고 안전한 곳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를 벗어나는 순간 불편함과 불안함이 느껴지는 현실입니다.

이런 성공의 이면에는 잃어버린 소중한 것도 있습니다. 이웃을 배려하고 아픔을 같이 나누는 따뜻한 정과 공동체 의식이 사라져 갑니다. 옆 사람을 의심하며 견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갑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도 먼저 인사하는 것이 이상한 세상입니다. 어린이들도 친절한 어른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봅니다.

타인에게 공격적이고 잔인한 행동을 서슴지 않으며, 그런 행동을 위장하는 능력도 뛰어난 소위 지킬 박사와 하이드도 계속 생겨납니다. 외모를 가꾸는 사람은 늘어나지만 건전한 정신까지 가진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Mens sana in corpore sano)이라는 라틴어 속담이 있습니다. 1세기에 활동했던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의 풍자시집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그는 인생에서 필요한 첫째 요소를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들기를 바라노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건한 마음을 구하라고 합니다.

이는 당시 사회 배경과 연관이 있습니다. 그는 시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값싼 식량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정치인들과 소신도 없이 물질적 이득만 추구하는 시민들을 비난했습니다. “그들은 조바심을 내면서 두 가지만을 간절하게 바라니, 빵과 전차경기이다.” 이에 부응하는 로마의 원형 경기장이 콜로세움 3곳을 비롯해 제국 전역에 209, 원형 극장은 475곳이 있었다고 합니다.

검투사는 전쟁 포로나 노예가 주를 이뤘지만 점차 인기를 누리면서 로마 시민 가운데 자진해 된 경우가 생겨납니다. 나중엔 코모두스처럼 황제가 검투사로 데뷔한 일이 있을 정도죠.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몸에 올리브기름을 발라 빛나는 멋진 검투사들에 대한 그의 비판이 바로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들기를 바라노라입니다. 곧 이는 외적인 육체에 대한 집착과 환호보다 건전한 정신과 마음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따지고 보면, 유베날리스보다 한참 전인 기원전 6세기의 철학자인 탈레스부터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행복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플라톤도 건강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도 교육이란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했죠.

그러면서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한 5가지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려줍니다.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지중해식 식단의 섭취, 정신적인 활동, 사회 참여가 그것입니다. 지금도 아주 유효한 처방전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를 수정한다면 서산식의 식단 섭취겠지요.

잠시, 우리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질문해 봅니다. 국영수 위주로 점수를 따는 것이 최대의 과제인 것처럼 교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적대로 대우를 받아왔습니다. 신체와 정신을 단련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건강한 의식을 가지는 것은 나중에 할 일로 알았습니다.

바른 공부는 바른 사람을 만드는 것인데, 지식과 머리를 키우는 방향으로만 끌려 다녔죠. 그 결과 몸과 머리의 불균형과 머리와 마음의 불일치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몸과 마음을 바꾸는 공부를 다시 해갔으면 좋겠습니다. 육체만을 중시하거나 반대로 육체를 경시하는 이분법이 아닌, 육체와 정신이 조화롭게 성장해가는 그런 이웃이 서로에게 되어봅시다.

해미국제성지 한광석 신부
해미국제성지 한광석 신부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