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남 (주)글로벌 대표

정국이 ‘성완종 게이트’로 파란이 일고 있다. 현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성완종 리스트’에 굴비두릅 엮이듯이 엮여있다. 고(故) 성완종 회장이 목숨을 던지며 남긴 56자의 메모지에 정권이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사건의 핵심 연루자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발뺌하기에 바쁘고 언론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에 여념이 없다.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돈과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다. 비단 한국 뿐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의 검은 뒷면에는 돈이라는 유혹이 음험하게 도사리고 있다. 돈 없이 정치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정치에 쓰이는 돈이 얼마만큼의 투명성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권력에 빌붙어 기업이 정치의 돈줄이 되면 정치는 기업의 편에 설 수 밖에 없다.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는 불공정한 경제구조를 만든다. 기술과 신용으로 경쟁해야할 기업이 권력의 힘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한국 대기업의 대부분이 정경유착으로 성장했다. 기업은 권력에 돈을 바치고 권력은 막대한 이권을 기업에 되돌려준다. 고(故) 성완종 회장이 이루어 낸 경남기업의 신화 역시 이와 같은 관행에서 자유롭지 않다.  
고인(故人)은 맨손으로 시작하여 기적에 가까운 성공신화를 만들어 냈다.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들었다. 자신의 가난했던 삶을 잊지 않고 후학 양성을 위해 설립한 서산장학재단은 서산인재양성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동전의 앞뒷면이 존재하듯 고인의 삶을 한 쪽으로 치우쳐 평가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고인은 시대를 잘 못 판단한 돈키호테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의 음험한 비리마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감싸서는 안 된다. 고인 역시 경향일보와  마지막 인터뷰에서 깨끗한 정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국회는 깨끗한 정치를 위해 '정치자금법’을 만들었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만들기 위해서다. 법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든 정치권부터 실천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검은 돈의 유혹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정치는 ‘세상을 마음에 두는 직업’이다. 세상은 국민의 다른 이름이며 국민은 하늘이다. 국민을 마음에 새기고 하늘 같이 섬기는 것이 무릇 정치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은 낮은 자세로 국민과 약속을 지키며, 사욕에 휘둘리지 않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민복을 위해 정직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실천이다. 
중국 전한의 회남왕 유안(劉安)이 편찬한 <회남자(淮南子)>에는 일엽낙천하지추(一葉落天下知秋)라는 말이 있다. “지는 낙엽 한 잎을 보고 천하에 가을이 온 것을 안다”는 말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오늘날 우리 정치가 이렇게 비난받게 된 이유는 정치권 스스로가 신뢰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변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성완종 게이트’는 사라지지 않는다. 웅덩이의 물이 썩는 이유는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고인 물은 썩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새로운 정치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권의 자정 노력과 함께 국민의 현명한 선택도 필요하다. 새로운 정치를 만드는 것은 결국 국민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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